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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스런 시선/Music

[김PD의 가요산책] 2008 SBS 가요대전 단상 : 무엇을 위한 연말 공연인가

* 객관적인 내용을 갖고 이야기하는 주관적인 이야기이므로, 합의를 이룰 수 있는 내용은 아니랍니다.
다양한 말씀 주시되, 재밌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만 유지해주세요. ^^ Happy New Year~


2008년 연말이 되어, 지상파채널에서의 각종 시상식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주말에는 KBS의 연예대상이, 어제는 MBC의 연예대상과 SBS의 가요대전이, 오늘은 KBS의 가요대축제와 MBC 연기대상이, 내일은 KBS, SBS의 연기대상과 MBC의 가요대제전이 방송된다.
연말 시상식에 등장하는 인물들이야 어차피 그 나물의 그 밥이라 생각하지만서도, 가수들의 무대들이 그나마 기대되는 건 그들이 어떤 퍼포먼스를 벌일지 궁금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제 밤, 알레그리아의 포스팅을 진행하면서 떼루아가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나 확인하고자 티비를 켠 SBS에서는 'SBS 가요대전'을 하고 있더라. 현재 미국에 진출해있는 '보아'의 무대가 있단는 기대감에 'SBS 가요대전'을 보면서 느낀 단상들.
그 기조는 짜증과 어이없음이다.

1) 엉성한 진행

: 이천희의 뻘쭘함 / 박예진의 진행없음 / 그나마 열심히 하는 대성 / 대본에 나와있는 엉성한 설정
올해 SBS의 최고 예능 프로그램은 당연히, '패밀리가 떴다'임을 부인할 수 없지만, 그들을 버릴 수 없었던 제작진의 마음도 이해한다치자. 그렇다면 아파서 참석하지 못한 효리 대신 대성이 아닌 조금은 더 연륜이 있는 이를 MC로 세웠어야하는게 아닐까. 물론, 패떳의 윤종신, 김수로, 유재석 정도가 후보군일텐데.. 다 MBC 연예대상이 있거나 김수로는 MC안한다고 했었을 것같고... 물론 박예진도 그닥 나쁘지 않았지만, 왜 하필 이천희를 고집했어야했을까. 나름 훌륭한 연기를 하고 있는 이천희지만, 어떤 누구도 제대로된 MC롤을 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사시나무 떨듯 대본을 읽으며 뻘쭘한 얼굴로 서있는 이천희는 참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효리를 MC로 세우고 싶었던 거였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굳이 '패밀리가 떴다'를 고집하며, 박예진이 아니라 조금은 더 이천희를 잡아줄 수 있는 메인MC롤을 할 여자 MC가 필요한 상황아니었을까. 잔 방송사고 많은 연말 공연에서 모든 걸 의연하게 커버하고 갈 진행자들이 아니었다는데, 이번 SBS가요대전의 큰 문제점이다.


결론은 이 모든 게 다 효리탓이다(는 아니고... 쾌차를 빕니다. _ _)


2) 대형 공연에 어울리지 않는 어설픈 음향과 엉성한 조명
: 3면을 큰 무대로 만들어 놓은 무대에 적절한 음향도 조명도 절대 아니었다.
브아걸, 주얼리, 카라의 합동무대에서는 각 그룹의 단체 댄스가 진행되고 있는데 스포트 라이트는 커녕 무대 중앙을 제대로 비추는 조명이 없어, 시청자는 어두운 브아걸의 얼굴을 봐야했으며, 와이어리스 마이크를 입에 너무 바싹 장착한데다 마이크 볼륨 조절도 제대로 되지 않아, 원더보이스 공연에 나온 승리는 노래방에서 마이크 머리 움켜쥐고 노래부르는 고삐리(!)처럼 노래할 수 밖에 없었고, 브아걸의 노래는 한동안 들리지 않았다.


3) 어설픈 리믹스
: 연말 시상식에서 한해동안 히트한 자신들의 노래를 멋진 퍼포먼스와 함께 시청자들에게 선보이려한 그들의 노력은 정말 가상하다. 하지만 가수들의 음악을 만들어주는 작업자들은 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 

계속해서 예를 들어서 참 그렇지만, 왜 '브아걸'과 '주얼리'는 원곡의 멜로디로 사랑받았던 곡들을 짙은 비트만 강조하는 클럽 믹스를 선택한 걸까. 화려한 군무와 댄스 독무를 넣어주기 위한 설정이라는 건 알겠는데, 워낙 멜로디 라인의 중독성으로 사랑받았던 'My Style'이나 'Love'의 멜로디 라인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고, 덕분에 추운 날씨에 입 얼어버린 가수들의 노래들도 더 도드라지게 못하는 노래가 되어버렸다. 

주얼리도 마찮가지... 'Baby One More time'의 중독성있는 사비는 다 날려버리고, 괜히 근엄한 척하는 그녀들의 표정들과 디테일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 의미없는 군무들. 답답하기 그지 없을뿐이다. 
게다가 열린 공연장에서 형편없는 음향 시스템 속에 비트만 강조하니 음악은 더 날티날 수밖에 없지... 
자신들을 돋보이기 위해서 만드는 무대가 아님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엄연히 팬들에게 더 좋은 모습과 즐거운 모습을 보이기 위한 자리이니 만큼 무엇을 보여줘야할지, 어떻게 보여져야할지 더 고민했어야하는게 아닌가 싶다.


4) 전통가요의 구색맞추기
: 이건 비단, SBS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결산의 의미라면 조금 더 2008년을 정리하는 의미가 필요하고, 퍼포먼스 중심이라면 대성의 '날봐 귀순'이 메인이 아닌 장윤정과 박현빈의 무대를 더 메인으로 세웠어야하는 게 아닐까. 전통가요를 즐겨 듣지는 않지만 적어도 무대에서 일정 부분의 방송 분량을 넣을 거였다면 명분을 조금 더 찾았어야하는게 아닐까. 
물론 대성의 '날봐 귀순'이 정말 좋기는 했지만 노래 '반곡' 부르고 나와서 대 선배들과는 일언반구도 없이 MC석으로 돌아오는 대성을 보면서 이번 공연에서 태진아, 송대관, 장윤정, 박현빈은 완전 들러리였구나 싶었다. 즐거운 유희를 위해 명분을 포기한 건 SBS답다 싶지만서도...
<출처 :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linkid=16&articleid=20081230100933375e7&newssetid=83>


5) 손담비 무대의 몇 가지
: 사실, 올해를 휩쓴 여자가수는 이효리도, 서인영도 아닌 손담비라는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각종 연예대상과 연말 결산 프로그램 스페셜에서 사람들은 엄정화의 디스코도, 서인영의 신데렐라도, 이효리의 유고걸도 아닌 '손담비의 미쳤어'를 패러디하고 있다. 심지어는 동시간대에 MBC에서 조혜련언니가 '(골룸) 미쳤어' 마저 보여주셨다. 덕분에 손담비는 올해 연말 '미쳤어'하나만으로 제대로 떴다!!
손담비는 어떤 의미에서 이번 공연에 꼭 필요한 구성요소였다. 그런데 손담비의 독무대가 아닌 애프터스쿨의 데뷔무대로 치환한 기획사의 선택은 의외였다. 오늘 아침에 기사로도 나왔지만, 손담비 기획사에서 '손담비 5명을 모아놓은 것같은 그룹 애프터 스쿨'을 '비밀리'에 결성해서 어제 살짝 맛보기 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내가 궁금한 것 몇 가지.

① 왜 손담비는 기저귀를 입고 나왔을까? : 정말 충격적인 금색 기저귀. 올해를 체크 열풍에서 확실한 마무리해준 빨간 체크 셔츠를 버리고 금색 스팽글 달린 점프수트, 말이 좋아 점프수트지 이건 기저귀나 진배없었다... 정말 최악의 무대의상! 

② 손담비 5명 모아놓은다면 보기 좋을까? : 어제 두명 더 있는 것만으로도 질리던데... 특징없이 생긴 5명의 손담비보다는 못생겨도 특색있는 KARA가 더 나을 수도 있다.


③ 왜 손담비의 무대를 애프터 스쿨의 무대로 덮어버렸나. : 소속사 입장에서는 손담비만의 원맨팀이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고, 애프터스쿨이 너무 훌륭해서 일수도 있지만, 어제 무대를 보고나서는 절대 애프터스쿨은 너무 훌륭하지는 않다. 굳이, 손담비의 무대를 줄여가면서까지 그녀들을 데뷔시키고 싶었던 건지 이해되지 않는다. 초대받지 못한 손님인냥, 손담비의 백댄서인냥 서서 노래하고 춤추는 그녀들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6) 김종국의 음정 불안. 음향 때문인가, 그의 역량 부족인가. 
* 음향사고 였다고 기사가 났다고 하네요. (http://www.dcnews.in/news_list.php?code=tv&id=362335&curPage=&s_title=&s_body=&s_name=&s_que=&page=1)
: 난 김종국이 노래 잘 한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터보 시절은 좋은 노래에 반해 성실하지 못한 것 처럼 보이는 무대매너(그는 정말 열심히 춤추고 노래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오히려 뭐하는 거지 싶은 무대가 태반이었다)와 겨우겨우 쥐어짜는 목소리로 내는 고음은 적어도 나에게는 매력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

어제 김종국의 무대는 몇 안되는 발라드 무대였다. 그만큼 감미롭고 좋은 노래를 들려주길 바랬었을터인데... 역시 그는 나와서 불안한 음정으로 노래를 마치고 나자, 뒷 무대가 열리면서 화려한 조명들이 눈에 들어왔다. 익숙한 멜로디의 '회상'과 함께 터보의 멤버였던 '마이키'가 등장하며 랩을 시작했다. 문제는 그 다음.
김종국은 노래를 부르다 갑자기 음을 반키 정도 높여부르기 시작하더니 노래가 끝날때까지 그 모양으로 노래를 불렀다. 당연히 음향 시스템의 문제로 일어난 해프닝이라고 하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녹음을 위해서든 방송을 위해서든 수백번 이상 부른 노래의 음정을 틀리는 건 박자를 틀리는 것과는 조금 다르게 가수의 노력에로 책임을 돌리고 싶은 마음든다.
아무리 감미로운 노래를 부르는 김종국이지만, 적어도 나의 가슴을 울리기에는 충분치 못한 공명이었고, 아쉬움 가득한 무대였다. 
 

7) 그나마 볼만했던 원더걸스의 파워댄스 & 원더 보이스, 서태지

: 원더걸스는 그녀들의 올 한해 의상컨셉을 뒤엎고 제복 스타일의 의상을 입고, 파워댄스를 선보였다. 훌륭한 댄스나 노래였다기 보단, 노래의 장점은 살리면서 자신들의 다른 매력을 살린 훌륭한 퍼포먼스였다는 말이다.
원더 보이스 역시, 예전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재기발랄함과 끼가 잘 보이는 무대였다. 신동은 다시 살이 쪘지만... ^^; 귀여운 다섯남자의 재롱이 폼만 잡는 여타 스페셜무대보다는 훨씬 더 즐거움을 선사했다.
그리고 시상식에서 보기 힘든 서태지를 만난다는 것. 비록 VCR이긴 하지만, 그리고 SBS가 지나치게 서태지를 우려먹고 있지만, 서태지의 팬서비스는 볼만했다.



8) 총평
: 서태지 VCR을 끝으로 더이상 SBS 가요대전을 틀어놓을 수 없었다. 감기기운으로 기운도 빠지고 더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허탈감이 많이 들어서 그 좋아하는 빅뱅과 동방신기의 스페셜 무대도 skip하고, 기대했던 보아의 무대도 다음에 보기로 마음 먹고 티비를 껐다.

그래. 끝까지 다 보지 않았으니 비판하지 말라고 할 수도 있다. 어차피 나는 이만한 쇼를 만들 수는 없다고 생각도 한다. 이렇게 많은 스타들을 한 자리에 모을 수도 없고 모은다고 해도 내가 신의 손도 아니고 멋지게 연출해낸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생방송의 묘미가 이런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 치밀한 큐시트와 사전 조율이 필요했다. 그래. 어차피 바쁜 가수들 제대로된 마이크, 조명 리허설 하기 어려웠을거다. 그래도 감안하고 준비했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만드는 사람의 입장이다. 어차피 내가 만들어서 방송하는 거라면 말이다. 내 이름을 달고 만드는건데...

이천희 옆에 베테랑 이효리가 있었으면 했다. 그게 가장 아쉽다. 그녀의 화려한 퍼포먼스보다는 안정된 진행력이 아쉬운 SBS가요대전이었다.

따뜻한 거실에 앉아 편안하게 티비를 보면서 씹어대고,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서 또 씹어댄다. 하지만 이런 말이 생각난다.

'형이 다 애정이 있어서 까는거다.'

Happy New Year!





와... 블로그 메인이 이렇게 무섭군요. ^^;
정말 이렇게 많은 분들이 방문해주셔서 많이 놀라고 있습니다.
댓글은 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견해가 다른 점은 이해해달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나와 다른 의견도 있구나'정도로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론, 인신공격성 멘트가 있는 부분들은 양지, 수정하였습니다.
개인블로그를 공론화하면서 느껴야하는 책임감있는 표현에 대해서도 새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적어도 그런 고민이, 제가 포스팅하는데 벽을 느끼게 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 있습니다.

많은 댓글 감사드리고, 말보다는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아... 저는 온스타일 피디입니다.
직접 제작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제작 기획과 관리 파트,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제작하시는 분들에 대한 어려움을 백분 다 안다고 말씀드리지는 못하지만, 전혀 모르지도 않습니다.
고생 많이 하셨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로 푸는 것말고, 더 좋은 프로그램 기획하는 걸로 보답해야겠죠.
즐거운 연말 보내시고, 제 글로 즐거우셨으면 좋겠습니다. 

Happy New Year~ ^^


이게 사건의 발단이군요.

저는 어이없는 6가지라는 제목으로 포스팅 한 것이 아닙니다. 김종국씨를 특별히 좋아하는 감정은 없는 건 사실이지만...
이렇게 선정적인 제목으로 뽑아진 6가지라고 하니... 당연히 안좋게 생각하실 수밖에요.
물론, 글의 내용이 올바르다는 말을 하는 건 아니지만 글의 제목을 마음대로 편집하여 메인에 올리는 다음 덕분에 조금 당황스러운 경우도 경험하게 되네요.

언제 이런 경험해보겠습니까. 하하하. ^^;
조금 너그러히 봐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