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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스런 시선/Music

[김PD의 가요산책] 빅뱅의 '하루하루'와 원더걸스의 'nobody', 이번주 가요프로그램이 기다려지다.

가요프로그램을 기다리게 된다.

효리의 'Hey Mr. Big' 퍼포먼스, 엄정화누님의 'D.I.S.C.O.'는 정말 굉장한 볼거리였다.

피아노치며 어깨 들썩거리게 만드는 신명나는 윤하는 한국여성판 리틀 제리루이스, 보배덩어리다.

스키니 팬츠에 하이탑을 신고, 중고생의 교복스타일을 선도하는 샤이니는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32살 내 친구녀석의 네이트온 대화명에도 그 존재를 느낄 수 있다.(친구의 대화명은 '이산화탄소같은 너'였다;;)

하지만 누구보다 눈에 띄는 건, 음악초천재 G-Dragon을 위시로 한 다섯 아이들(지용, 탑, 태양, 승리, 대성) BigBang

화장실 속 고릴라와 함께 한 다섯 소녀들(선예, 예은, 소희, 유빈, 선미) Wonder Girls.

전혀 다른 이유로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온 10명의 소년 소녀들.


터키로 향하는 비행기 속에서 줄기차게 들었던 빅뱅의 '하루하루'는 최근 내가 들은 국내 가요중 가장 세련된 곡 전개와 풍성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아이돌 히트곡이었다. 

 

특히, 빅뱅 각 멤버들의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보이스 편성은 너무 매력적이다.
입속에서 가볍게 터지는 탄산캔디 같은 보이스의 G-드래곤, 중저음 뭉툭하면서도 힘이 강한 느낌의 보이스 Top, 소몰이 바이브레이션을 하지 않은 담백한 보이스 대성, 가볍지만 끈끈한 잔기교가 독특한 보이스 승리, 부드러운 그루브가 살아있는 태양의 파워풀한 보이스.
최근 등장한 아이돌그룹 중에 이렇게 독창적인 보이스로, 완벽한 화음을 이루는 그룹을 적어도 나는 본 적 없다.
물론, 거짓말도 훌륭한 곡이고, 마지막 인사도 정말 멋진 곡이다. 하지만 빅뱅의 진가를 느끼게 하는 곡은 완벽한 곡 편성과 전개를 갖고 있는 '하루하루'아닌가 싶다.

이런 뛰어난 음악성을 갖고 자신들의 음악을 만드는 가수를 만나는 건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는 정말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기대를 아이돌 그룹에 하는 건 정말 어리석은 짓이라고 생각하게 된 1990년대 후반 이후. 그랬기에 '책임져'를 만든 '언타이틀'을 참 좋아했었고, 듀스가 독보적인 댄스그룹이었으며, 하루자면 수십개씩 생기는 수많은 아이돌 그룹들 중 작사한 곡 하나 있으면 다음날 뉴스에 대서특빌 홍보하기 이르렀다. 그마저도 시덥잖은, 자기 일기장에 쓰기에도 민망한 단어들을 끄적여놓고, 자신들이 작사했다고, 까불랑거리며 홍보하는 아이돌들만 간단히 드러나고 있었던, 그래서 더욱 암담한 미래를 가진 우리 가요계였던게다.

그런 중에 나온 그룹이 빅뱅이고, 난 아직도 이런 훌륭한 그룹이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넘어, 경외심마저 들게 된다.  
그들의 음악성이 엄청나게 뛰어나서 이런 경외감이 드는 것이 아니다. 단지 자신의 음악을 자신의 손으로 만드려하는 기특함과 그를 기반으로 한 탄탄한 실력을 쌓아가고 있는 그들이 예쁘고, 또 성장하는 바라보는 것이 행복할 따름이다.


원더걸스를 받아들이는 내 감정은 빅뱅에게 느끼는 기특함에 정 반대지점에 대척되어있다.

원더걸스를 보는 즐거움은 정말 잘 만들어진 기획상품을 보는 행복감이다.


'소녀시대'와 잦은 비교를 당하는 외모적인 부분에서도 시원시원한 외모로 어필하는 '소녀시대'에 대적하기에 부족해보이는 것이 사실이고, 고질적인 노래 실력 부족은 끊임없이 논란이 되어왔으며, 개별 멤버들의 끼, 예능성 역시 출중해보이지 않는다.
(물론 잦은 예능프로 출연으로 신비감을 상실, 친근한 이미지를 주고 있는 '소녀시대'와는 다르게, '원더걸스'는 조금 더 가수로서의 포지셔닝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와이프의 의견에 깊이 동의하며 덧붙임!).
 하지만 그들이 '원더걸스'라는 이름으로 한데 얽혀, '텔미', '소핫'을 부를 때의 느낌은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들은 정확한 리듬으로 비트를 맞추고, 힘있고 열정적인 춤사위로 대중을 사로잡는다.(노래나 퍼포먼스의 unique함이 아니다) 라이브무대와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을 발산하는, M/V 속의 그녀들은 학교버스를 막아서는 원더우먼같고, 뭇 남성들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최고의 셀러브리티로 느끼게 된다.

'Nobody' M/V 속의 그녀들 역시 다르지 않다. 그녀들은 60년대 그루브한 소울, 펑키 음악을 하는 JYP의 코러스다. 이런 재미있는 설정으로 시작한 M/V 는 실제로 그들이 얼마나 많은 부분을 JYP에 기대고 있는지 상기시키기에 충분하다. JYP가 만든 춤, 그가 만든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노래하는 그들의 뒤에는 항상 JYP의 잘 짜여진 기획력(그 속에는 대중을 흡인하는 포인트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JYP의 센스있는 멜로디, 누구나 따라하고 쉬운 후렴구,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춤 부분)이 강하게 여운을 남긴다.
소희의 시크함(! 완전 오해된...), 선예의 나름(!) 가창력을 제외하면 원더걸스는 각자의 매력을 발산하기 보다는 팀으로서의 활동을 통해 더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그리고 받을 수밖에 없는) 팀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런 전차로 JYP의 통제불능의 영역에 도달한 현아는 더이상 원더걸스가 될 수 없음이다)

물론, 이를 모두 JYP의 공으로만 돌린다면, '원더걸스'는 재주넘는 곰에 불구하고, 그런 '원더걸스'가 너무 안쓰럽지만,  혹독한 JYP의 컨셉과 그의 주문을 충실하게 퍼포밍하는 '원더걸스'의 재능은 정말 칭찬할만하다. 하지만 결국 아직 그들의 공연은 JYP의 뒤안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달라질수는 없다. '텔미 안무'를 온전히 '원더걸스'의 것으로만 인지하다가도 불현듯 떠오르는 유튜브 영상속 JYP의 위대함(!)이 느껴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NOBODY'속 귀여운 사랑의 총알과 소희의 뻐끔거림 댄스도 JYP의 것이었겠거니하는 자연스러운 사고의 체계 속에 묻어지게 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나는 이번주 토요일 방송 3사의 원더걸스 컴백무대가 기다려진다.

그들이 뮤직비디오보다 더 훌륭한 퍼포먼스를 하리라고 기대하진 않는다.
그때보다 더 나은 가창력을 선보이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그들이 얼마나 더 나은 모습으로 M/V 'NOBODY'를 재연할 지 기대되고, 방송 4일 전 M/V에 열광한 수많은 팬들이 어떤 기대감으로 무대에서 호응할지 보고싶어진다. 그리고 그 속에서 성장하고, 또 성장할 그녀들의 미래가 기대된다.

보기드문 음악성과 각자 독특한 개성을 발산하는 실력파 그룹 빅뱅의 하루하루.
잘 짜여진 기획력과 화려한 퍼포밍이 빛나는 그룹 원더걸스의 노바디.

전혀 다른 두 매력을 발산하는 남녀 아이돌 밴드를 만나는 기분은... 과거 듀스와 SES(혹은 핑클)를 만났던(물론 시기적으로는 다르지만), 즐거운 그때를 회상하기에 충분하다.

그때를 떠올리게 해준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