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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스런 시선/Movie

[김PD의 영화보기] 007이 좋으냐, 할리우드 수퍼 히어로가 좋으냐 : 007 퀀텀 오브 솔러스

081105 / 영화 007 퀀텀오브솔러스 / 야탑 CGV / 20:00~21:56 / 지은 /

아내가 개봉일을 기다려 영화를 예매한 건 처음인 것같다.
그만큼 강렬한 예고편 때문이었다는 거지.

<예고편 보기 - 출처 : http://007.com>
007에게 특별한 애정이 없는 나. 하지만 007 하면 떠오르는 두 가지 이미지가 있다.

1) View to a Kill 포스터
: 흑인 여성이 본드걸로 나온다는 것과 육!중!한! 허벅지가 워낙 인상적이었다. 영화의 호불호와 상관없다.


2) 포스 최강의 적 조스
- 강철 이빨로 로저 무어를 위협하는 최강 포스의 조스


3) 숀 코너리

- 완벽한 007상을 세워준 최고의 배우. 숀 코너리. 아직까지도 숀 코너리는 최고의 007이다.

그럼 간단하게 퀀텀 오브 솔러스를 느낀 점 내용 정리.

1. 젠틀하고 유머러스한 영국산 스파이 제임스 본드 VS. 하드한 바디, 날카로운 액션 히어로 제임스 본드

- 해묵은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 캐스팅 논쟁을 벌이고자 하는 건 아니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6대 제임스본드로 캐스팅 되었을 때 부드러운 갈색머리에 갈색 눈동자를 가진 젠틀한 제임스 본드가 사라지는 것에 대하여 많은 팬들이 반대했던 건 익히 아는 사실이지만서도 '카지노 로얄'의 다니엘 크레이그는 '생각보다 로맨틱하고', '생각보다는 유머러스한' 제임스 본드에 제법 어울리는 캐스팅이었다. 007의 트레이드 마크의 마티니를 어떻게 만들어줄까를 묻는 웨이터에게 '그거 신경쓸 시간이 어딨냐'고 말하는 유머와 여유를 보였다. 여자의 죽음에 많이 연연하는 부분은 제임스 본드의 쿨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무뚝뚝한 전투병기일것만 같았던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가 로맨틱한 모습을 보이는 건 제법 괜찮아보였다. 

허나,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의 다니엘 크레이그는 더 비루한 표정으로 세상과 담쌓은 고독한 액션히어로로 변했다.
검은 배트수트 대신 검은 수트를 입은 그는 낮의 우울한 배트맨이다. 과거의 사랑에 대한 상흔으로 가슴 아파하며, 지독한 복수심에 불타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는 영화를 보는 내내 내가 보는 영화가 '007시리즈'인지를 잊게 만든다. 그나마 남아있던 '카지노 로얄'의 유머감각과 웃음마저 사라졌고, 강직한 군인을 연상시키는 주름 사이 사이에서는 치유할 수 없는 상처로 인한 고통을 도려내기 위해 또 다른 먹잇감을 찾아야하는 날짐승의 괴로움마저 느껴졌다고 하면 지나친 비유일까.
영화를 보는 내내, 진실을 밝히기 위한 제임스 본드의 발걸음을 따라가기는 버겁고, 그렇다고 숨막히는 액션 활극에 몸을 싣기엔 뭔가 찜찜한 기운을 지울 수가 없다. 왜냐하면 결국 이 영화는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가 아닌 007 시리즈 아닌가. '본' 시리즈의 액션팀을 고스란히 가져온 '퀀텀 오브 솔러스'의 액션은 오감을 만족시키고, 홍콩 액션의 합을 느끼게 하는 최상 클래스의 액션임에는 분명하지만 말이다.

더구나 아무리 느끼하다 비난받아도, 그윽한 미소로 뭇 여성들의 가슴을 설레게하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우아한 액션을 펼치는 예전의 제임스본드가 더 007스러럽다. 사랑에 목 메다는 007보다는...

2. 샴 쌍둥이 같은 두 영화 : 카지노 로얄 + 퀀텀 오브 솔러스

- 혹자들은 '카지노 로얄'을 보지 않아도 '퀀텀 오브 솔러스'를 이해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고 말한다. 이에 나는 절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카지노 로얄'을 보지 않으면 '퀀텀 오브 솔러스' 속 제임스 본드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뗄래야 뗄 수 없는 그리고 그 순서도 반드시 위아래가 있어야하는 영화가 이 두 편이다.
나도 영화의 러닝 타임 내내 그의 액션에 감탄하고, 이해할 수 없는 그의 행동에 짜증나기를 반복했드랬다. 그런데 지난 일요일 TV에서 본 '카지노 로얄'을 보면서 '퀀텀 오브 솔러스'의 내용이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베스퍼가 누구인지, 매티스와의 관계가 어떠했는지, 그가 알아내고 싶어하는 진실이 무엇인지... 그 여결 고리들이 하나하나 풀리기 시작한다. 기억력이 나쁜 나에게 '카지노 로얄'의 기억이 남아있는 지금 서둘어 '퀀텀 오브 솔러스'를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퀀텀 오브 솔러스'를 보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는 감히 '카지노 로열'을 꼭 먼저 보고 갈것을 권한다!



'007 퀀텀 오브 솔러스'는 무엇을 기대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평가를 내릴만한 영화다. 단순히 킬링 타임용 잘만들어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기다리는 이에게는 최고의 액션 영화가 될 것이고, 007 시리즈의 평안함과 세련된 액션을 기대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당혹스러움을 받게 될 지도 모른다.

* 멋진 007 퀀텀 오브 솔러스의 세계여행을 둘러보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하는 것이 좋을듯. 
 http://www.ygugiblog.com/?p=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