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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스런 시선/Movie

[김PD의 영화보기] 이글아이(Eagle Eye) : 로봇과 컴퓨터가 지배하는 미래 사회에 대해...(스포 有)

081101 / 영화 이글아이(Eagle Eye) / 명동롯데 애비뉴엘 / 19:30~21:20 / 지은, 처제 /

*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스포 있습니다.


<이글 아이>는 <트랜스포머> <인디아나 존스 : 크리스털 해골의 비밀>을 통해 완전히 뜬 샤이어 라보프가 주연을 맡은 영화다.
미국 국방성의 비밀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컴퓨터, '이글 아이'의 반란으로 인한 사건과 혼란, 이를 해결해나가는 눈물겨운 주인공 제리 쇼의 사투, 그 끝에 휘날리는 성조기와 위대한 어메리카! 영화는 그런 영화다.

흥미로운 건, 컴퓨터와 로봇이 지배하는 근미래의 distopia에 대한 많은 영화들이 떠올랐다는 것.
오늘의 감상은 그 '로봇과 컴퓨터가 지배하는' 영화에 대한 얘기로 대신하고자 한다.



생태계의 먹이사슬에서 가장 하위에 속하는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스스로 창조가 되어, 세상의 모든 이치를 관장하고 싶어하는 욕망을 좇아 평생을 허비한다.
성경 속 바벨탑으로 신의 영역에 도전하던 인간은 각기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고통을 겪었음에도, 망각의 존재임을 드러내는 붕어 미만의 기억력으로 또 다른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 아둥바둥한다.
개를 잡아놓고 가두고 밥을 주고 기르는 단순한 사육에서 발전해, 모래를 퍼와서 집에 개미집을 만들고, 어항을 만들어 수중 생태계를 재현한답시고, 몇가지 종류의 물고기를 가둬놓아 자신이 포세이돈이라도 된 양 행세한다. (정기적인 식사와 물갈이는 그가 베푸는 한없는 아량이며, 그들에겐 천재지변이다.) 영화 <트루먼쇼>의 크리스토프는 방송이라는 프레임 속에 실제 사람으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 부와 명성을 축적하기 여념이 없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우주 어딘가의 구슬치기용 구슬 하나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영화 <MIB>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런 어리석은 인간의 창조주 흉내 놀이는 현대판 바벨탑이 되어, 우리 자신을 파멸로 몰아갈지 모른다는 내용으로 많은 영화들이 제작되었는데, 그 매개로 가장 자주 사용되는 것이 바로 컴퓨터와 로봇이다. <이글아이>는 아래 나열할 많은 영화들의 연장선상으로 보여진다.

1.에일리언 1, 2(Alien 1, 2, 1979/1986, 리들리 스콧/제임스 카메론)
- 에일리언은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로봇에 의한 지배라기 보단 탐욕스런 인간의 대리인인 두 로봇이 나온다.
로봇인 줄 몰랐다가 돌발 사건을 통해 자신이 로봇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두 로봇인 'Ash'와 'Bishop'이 나오는데 그 둘의 성격은 다소 다르다.
1편의 애시(Ash)가 주인공 '리플리'의 몸 속에 에일리언의 숙주를 담아 이송하고자 했던 교활한 로봇이었던데 반해, (처참한 그의 카르보나라식 최후 시퀀스를 보라! 교활한 댓가다!)
2편의 비숍(Bishop)은 1편에서 Ash때문에 죽을 고비를 넘겼던 '리플리'의 심각한 불신을 받지만, 그의 온몸을 다한 살신성인의 정신으로 에일리언 행성에서 탈출한 리플리의 안스러운 눈빛을 받는다.
같은 시리즈에서 각기 다른 로봇에 대한 세계관을 보여주는 점, 이는 리들리 스콧과 제임스 카메론 두 감독의 상이한 미래에 대한 인식차를 드러내는 듯하다. 이후, 리들리 스콧은 블레이드 러너를, 제임스 카메론은 터미네이터를,  컴퓨터와 로봇이 지배하는 미래 사회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내는데, 리들리 스콧은 distopia속 로봇과 컴퓨터에 대한 연민어린 시선으로 살짝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고, 제임스 카메론은 로봇과 컴퓨터가 비롯 distopia를 만든 주범이지만 그들의 도움으로 함께 미래를 헤쳐나가는 동반자적 관점을 드러낸다.


2.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1982, 리들리 스콧)

(출처 : 네이버)

- 우울한 근미래의 distopia를 다룬 대명사와 같은 영화 <블레이드 러너>. 다른 행성의 식민지화를 위해 이용되던 레플리칸트들의 반란을 일으킨다. 이를 진압하기 위한 전문가들인 <블레이드 러너> 데커드는 레플리칸트를 처리하기 위해 호출되는데...
미래를 혼란으로 이끄는 주범이 레플리칸트들이다. 인간의 외형을 한 레플리칸트들은 단순 외모만으로는 구분이 어려워 더욱 두려운 존재로 여겨진다. 하지만, 블레이드 러너인 데커드는 레플리칸트들은 추적하는 동안 그들에 대한 연민을 느끼게 되고(혹은 본인이 레플리칸트일지도 모른다는 존재론적 자아에 대한 고뇌) 열린 결말을 맺게된다. 열린 결말을 통해 감독인 리들리 스콧은 근미래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살짝 유보한 것으로 보여진다.


3. 터미네이터1,2 (Terminator1,2, 1986/1992, 제임스 카메론)
- 로봇에 의해 지배당할 세상을 구원하기 위한 사라 코너와 존 코너 모자의 눈물겨운 투쟁기, 터미네이터는 본격적인 로봇과 컴퓨터에 의한 distopia를 보여주는 영화다. 인간을 반란군이라 부르며, 무인 폭격기와 인간형 살상무기인 터미네이터를 보내, 반란군의 수장인 존 코너의 어머니인 새라 코너를 없애려 한다는 설정의 이 영화는 타임머신의 존재와 인간형 살상용 로봇의 존재로 인해 큰 두려움을 준다.
2편에서는 1편의 살상형 터미네이터가 인간의 조력자로 나와 새라코너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데, 그 무시무시한 터미네이터들은 진화하여 T-1000이라는 이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신개념의 로봇이 등장해 관객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4. 매트릭스(Matrix, 1999, 워쇼스키 형제)
(출처 : 네이버)

-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의 세상. 하지만 이제 더이상 근육은 단련되지 않고,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닌 꿈을 꾸기만 한다. 인간의 기억을 자양분으로 한 거대 컴퓨터의 지배를 받는 세상. 매트릭스. 사육당하는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오로지 Neo뿐...
본질을 바라보는 눈과 인간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믿음이 만들어내는 힘에 대한 영화.
(출처 : 사진 속)

<매트릭스> 속에서 우리가 마주한 가장 큰 공포는 문어발같은 다리로 무섭게 달려드는 센티널이 아니라, 사람의 기억을 마음껏 부유하는 스미스 요원이다. 3편에서의 토나오는 스미스들과 네오와의 싸움은 수많은 바이러스와 싸워야하는 괴로움에 대한 은유처럼 느껴지나, 1편의 놀랄만한 스미스의 등장과는 달리, 보편화된 적을 만나는 다소 김빠지는 느낌도 든다. 현학적인 질문들을 풀어가다보면 우린 답에 도달하는 것이 아닌 또 다른 질문에 봉착하게 된다. trilogy의 끝에서 더 큰 의문을 갖게 되는... 어쩌면 그것이 더 큰 distopia일지도 모른다.


5. 마이너리티 리포트(Minority Report, 2002, 스티븐 스필버그)
(출처 : 사진 속)
- 정확하게 말하면 <마이너리티 리포트> 속 distopia는 로봇에 의한 것이 아닌 시스템에 대한 인간의 맹목적인 추종에서 기인한다.
범죄 사전 검거 시스템은 예지자를 시스템화, 기계화하여 인간의 본성과 행동을 단정하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한다.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는 것처럼 괴로운 일은 없으며, 기계화된 인간에 대한 성찰 역시 수반되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수작.


6. 아이로봇(I, Robot, 2004, 알렉스 프로야스)

- 로봇 삼원칙(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끼쳐서는 안되며, 이에 위배되는 경우 외에는 인간의 모든 명령에 복종해야 하고, 이 두가지 원칙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스스로를 보호해야 한다)는 명제하에 움직이는 로봇들이 반란을 일으킨다면...
(출처 : 네이버)
동일한 외향을 한 더미들 속에 유독 다른 눈빛을 가진 서니. 과연 미래는 어떻게 변화하게 될것인가에 대한 열린 결말.
다소 블레이드 러너와 유사한 결말과 감독의 전작인 다크 시티를 연상시키는 근 distopia에 대한 (준)희망적인 영화. 


7. Wall E(월E, 2008, 앤드류 스탠튼)
(출처 : 사진 속)

- 동화같은 로봇, 월E와 이브의 러브스토리 <월 E>속에도 컴퓨터의 반란이 담겨있다. 더이상 생명이 살 수 없이 황폐화된 지구를 떠나 우주를 떠돌던 700년된 우주선에서 지구로 더이상 귀환할 뜻 없는 수많은 함장들이 교체되어왔다.


(출처 : 월E 미국 공식 홈페이지)

다리는 퇴화하여 기능은 전무하고 공중부양의자에 의지한 채 자유 의지를 상실한 인간들은 우스꽝 스럽기 그지없다. 이브가 발견해온 지구의 생존 증거를 통해 벌어지는 해프닝 속에 우주선을 조정하는 컴퓨터와 인간과 로봇들의 대결이 벌어진다.(라고 하기엔 조금 거창한...)
영화 <이글 아이>와 가장 유사한 형태의 컴퓨터 반란이라고 할 수 있겠다. 


8. 이글아이(Eagle Eye, 2008, D.J. 카루소)

- 무작위적인 개인정보 수집은 철회해야하며, 어떤 식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어떤 식으로 사용해야할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던지는 영화.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현란한 영상만을 앞세운다. 그럭저럭 볼한한 스토리라인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렇게 개연성이 탄탄한 영화는 아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주요 내각을 모두 죽여버릴 발칙한 생각을 하면서도 고작 음성 lock하나에 아무것도 못하는 바보같은 컴퓨터.
형의 죽음의 전말을 밝히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힌 제리가 한 일은? 몇가지 격투를 제외하곤 없고, 헛되진 않았지만 왜 갑자기 죽어야하는 지 모를 빌리밥 손튼의 죽음. 영화는 뭐 좀 그렇지만, 컴퓨터가 지배하는 세상이라는 다소 오래된 주제를 그저그런 액션으로 서둘러 포장할 수밖에 없었던 감독의 연출력이 아쉬운 영화다.



영화는 썩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지만, 적어도 나에게 영화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줘서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즐거운 포스팅이다.

덧 : 잦은 컴퓨터 사용으로 왼쪽 팔목에 연골이상이 생겼다. 조심하시기들...
덧 2 : 혹자는 이 영화를 '스필버그식' 블록버스터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지극히 틀린 표현이다. 스필버그식은 조금 더 가족주의 적이어야한다. 물론 애끓는 모정이 나오긴 하지만 그 부분에 그닥 focusing하지 않고 있다. 위대한 스필버그를 아무대나 팔지 말란말이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