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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스런 시선/Movie

[김PD의 영화보기]13th PIFF 상영작 : 바람이 머무는 곳, 히말라야 / 치착맨 2 / 악몽탐정 2


나의 첫번째 영화는 전수일 감독의
<바람이 머무는 곳, 히말라야> (다소간의 스포포함)

사진 출처 : Piff공식 홈페이지
부산영화제<바람이 머무는 곳, 히말라야> 상세정보 사이트
http://www.piff.org/kor/html/program/prog_view.asp?sp_idx=sp1&idx=13305&target=search&c_idx=25&m_entry_year=2008
GV내용을 기반으로 한 <바람이 머무는 곳, 히말라야>의 몇가지 Trivia

1. 최민식 캐스팅의 비화

- 원래 이 영화의 캐스팅으로 최민식을 원하고 있었던 전수일 감독. 하지만 어찌된 연유로 최민식씨에게 보낸 대본은 그에게 전달되지 않아서, 결국 다른 배우로 캐스팅하고 헌팅까지 마쳐놓은 상태. 그러던 중, 1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 프로듀서에게 대본을 전달받은 최민식은 자기가 꼭 이 영화를 하고 싶다는 열의를 보여, 캐스팅 된 배우에게는 양해를 구하고 결국 전수일 감독이 원하던 데로 최민식씨와 작업하게 되었다고 한다. 절실히 원하는 이뤄지는 것이다. 그것이 어느쪽이든...
* 영화상영 후, 엘리베이터에서 들은 또 다른 trivia : 최민식씨가 독실한 불교신자라서 불교국가인 네팔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 꼭 출연하고 싶어했었다고 도 한다.

2. '유명배우와 함께 작업하면서 기존 작품과 다른 점'을 묻는 관객의 질문에 대한 전수일 감독의 대답
- "저 유명한 배우랑 많이 했어요. 조재현도 내 작품으로 데뷔했고, 설경구도 그랬고...
허긴, 그 사람들이 당시에 지금처럼 유명하지는 않았었죠."
그렇다면, 전수일감독과 작품을 하면 다 잘된다는 징크스도 생길 수 있겠네.
만약, 한동안 작품활동 없었던 최민식씨가 이번 영화로 더 활발한 활동을 보인다면 말이다.
카리스마 넘치는 힘있는 연기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최민식씨의 더욱 활발한 활동을 기대한다.

3. '영화 속 자주 등장하는 하얀 말의 의미'에 대한 전수일 감독의 대답
- GV에서 두명의 관객이(이전 질문자의 질문을 듣지 못하고) 같은 질문을 하면서 자신이 생각한 하얀 말의 의미를 주저리 늘어놓자,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시니컬하게 한 마디 내뱉는 전수일 감독
'말씀하신 그 말이 맞는 것같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자기 질문할 것만 생각하지말고, 다른 사람 질문도 잘 들읍시다.^^

4. 이 영화의 모티브
- 내가 포스팅에 함께 올린, <바람이 머무는 곳, 히말라야>의 두번째 사진에 보이는 이 처마가 전수일 감독의 영화 모티브였다고 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딱 그 처마가 아니라, '히말라야'가 그 원천이라 말하는 것이 맞겠지.
그만큼 이 영화에서 히말라야가 의미하는 바는 무척 크다. 바람을 타고 '저 히말라야 너머로 영혼들이 쉬는 곳이 있다'고 하는 영화 속 대사(혹은 영화속 노래가사)처럼 이 영화는 구천의 남루한 일상에서 더렵혀진 인간들의 지상유일 안식처이자 삶의 모티브가 아닐까 싶다.
히말라야야 말로 <바람이 머무는 곳, 히말라야>의 모티브이자 촬영지면서, 영화의 주인공이기도 한 것 같다. 

 
<바람이 머무는 곳, 히말라야>는 생각의 여지가 많은 영화다. 그 어떤 것도 정확하게 규정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히말라야는 최의 꿈일 수도, 최의 현실일수도, 최가 도피한 현실이기도 하다.
최는 '도르지'의 유골을 가져다주기 위해 네팔을 간 것이기도 하고, 전혀 그럴 의도가 없었을 수도 있다.
말은 실제로 말을 본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없다.
감독과의 GV에서 감독이 확답을 주저하는 부분을 통해 오히려 그런 점이 의도이지 않았을까 싶다.

다만,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가슴 아팠던 건, 그가 원혼이든, 꿈을 꾼 것이든, 실제로 히말라야에 온 것이든...
결국 도르지의 가족들과 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고, 그가 돌아갈 곳은 여전히 아무도 없는 기러기 아빠의 텅빈 집이고,
누구도 전화주지 않는 외로운 냉골일 것이며, 아마도 며칠이내에 그는 죽거나, 괴로운 삶의 순환 속에서 허덕일 수밖에 없을 거라는 확신 때문이다.

전수일 감독님은 GV에서 '엔딩이 너무 슬프고 캐리어를 끌고 돌아가야하는 최의 신세가 너무 안쓰럽다'라는 나의 질문에
'질문을 두고 많은 고민을 했지만, 결국 그래도 그는 히말라야에서 얻은 힘으로 더 열심히 살 지도 모른다'는 대답을 해주셨다.
일견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이는 사막에서 물 한방울 없이 사는 한 사람에게 신비의 오아시스를 맛보여준 후에, 이제 돌아가서 열심히 살아라라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같다. 되려 그는 오아시스를 마주 한 이후 더 괴로워할 것이며, 이상과의 괴리감으로 더욱 몸서리치며 살게 되는 것이 아닐까...

영화를 보는 내내 평온한 히말라야의 일상을 마주하고 있으면서도, 조금씩 나아지는 최의 얼굴을 보고 있으면서도, '돌아가면 그는 자살할 것같아'라는 삶의 피로감이 엄습해서 가슴 아팠다.
물론 나는 최가 열심히 살거나, 가족과 함께 살거나, 혹은 그냥 다 버리고 히말라야로 다시 돌아갔으면 한다.
어쨋든 그가 조금은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나의 두번째 영화는
<치착맨 2>

사진 출처 : Piff공식 홈페이지
'치착맨'은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조악한 아시아의 수퍼 히어로물이다.
위의 사진을 보고, 치착맨이 누구인지 맞춰보라.
가면을 쓰고 있는 그녀는 치착맨이 아닌 옛날 우리나라 60년대 영화에서 구미호 목소리를 내며 휘도는 악역이다.
치착맨은 첫번째 사진에 불꽃 사이에 있는 초라한 청년, 그리고 두번째 사진에 더 없어보이는 레게 모자를 쓴 바로 그 청년이다.
치착맨의 특징은 '뛰어난 (도마뱀의) 재생 능력', '기묘한 S라인', '없어보이는 얼굴과 체구', '외모답지 않은 근성'에 있다.
영화를 영화 자체로 놓고 평하기 보다는 생각보다 괜찮은 말레이시아의 특수효과와 그보다 너무 형편없는 구성력, 그리고 보잘 것없는 스케일이 기억에 남는다.
물론, 치착맨2가 훌륭한 영화는 아니지만 일정수준이상의 재미는 제공한다. 이는 우리나라 어린이 TV특촬물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즐거움의 감성이지만, 이를 통해 새로운 영화 시장의 발전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유의미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영화 보는 내내, '왜 저 리포터는 치착맨을 위기에서 도와주지 않는거야', '아니 왜 저 악당들은 저렇게 구질구질하게 회의하는 거야'등의 겉모양에 집착하면, 참아내기 힘든 102분이다.
계속 말하지만 특이하긴 하지만 말이다. 때론 영화제에서는 이런 B급 감성들이 미덕이 되기도 하니까 색다른 재미 정도로 정리하자.


마지막 영화는 츠카모토 신야 감독의
<악몽탐정 2>

- 악몽탐정 2 -
<악몽탐정 2>는 내가 2006년 PIFF에서도 본 <악몽탐정>의 후속작으로 '츠카모토 신야'감독 작품이다.

- 악몽탐정 -
사진 출처 : Piff공식 홈페이지
부산영화제<악몽탐정 2> 상세정보 사이트
http://www.piff.org/kor/html/program/prog_view.asp?idx=13264&target=search&c_idx=26&m_entry_year=2008
부산영화제<악몽탐정> 상세정보 사이트
http://www.piff.org/kor/html/archive/arc_search.asp?idx=11034&target=search&c_idx=12&m_entry_year=2006

<악몽탐정>은 다른 사람의 꿈을 대신 꾸는, 혹은 함께 꾸는 주인공 카게누마가 의뢰인의 꿈속에 들어가서 그 사람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악몽탐정' 역할을 하는 영화다.
츠카모토 신야 감독의 기괴한 상상력이 만들어낸 이 영화는 정말 더워보이는 검은 색 비닐 망토를 두른 카게누마의 귀찮음 가득한 시니컬한 표정과 함께 진행되는 다소 답답한 영화다.
영화 러닝타임의 절반이 지나도 의뢰인의 부탁을 들어줄 생각을 하지 않는 카게누마는 시종일관 소리지르거나, 자거나,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다.
꿈 속에 들어가는 일을 겪어보지는 않아서, 너무 싫어하는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자기도 꾸고 있는 꿈을 해결할 생각하지 않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것 아닌가. 주류에 편입되지 않는 인간의 심리는 이해하지만서도 진의를 알 수 없는 그의 태도는 짜증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하다. 그나마 그 해결이라는 것도 클리어하지는 않아서, 영화 막판에 이르러서 매트릭스 1편의 수퍼맨 놀이를 따라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는 짜증이 나기도 한다.

2편을 보면서 생각이 났다.
1편이 내 기억에 남았던 것은 너무 좋았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 졸리고 피곤했기 때문이었다는 걸...

다만, 기억에 남는 엄마의 함바그 스테이크는 꼭 만들어 먹어보고 싶을 따름이다.


13회 부산 영화제에서 본 영화들은 잘 차려진 정찬이 아니다. 이것저것 니맛, 네맛의 영화들은 섞어놓은 비빔밥같은 메뉴다. 그 조화 역시 맛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더 흥미롭고... 이번 13회도 나에겐 많은 임팩트를 남긴다.
모처럼간의 망중한과 함께한 유쾌한 정신 상태의 영화관람.
그것만으로 충분히 즐거운 부산 영화제였다.
소주에 회 한접시가 아쉽긴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