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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스런 시선/On Stage & Exhibition

[김PD의 공연관람] 트래비스(Travis)를 감동시킨 한국 관객의 종이비행기 그리고 야광봉

20090301/ PM 6:00~8:00/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 지은

해외 아티스트의 공연장에서 이런 감동을 느껴본 적 있는가?

많은 국내 아티스트, 해외 뮤지션들의 공연장들을 많이 다녀봤지만 공연도중, 뮤지션이 관객의 사랑과 성원에 감동을 받아,
무방비상태로 객석에 뛰어들어 관객과 한 덩어리가 되어 노래를 부르고, 입장시에는 불허했던 사진 촬영을 허가하고, 수천명이 운집한 스탠딩 플로어에 뛰어들어 관객과 함께 노래를 따라부르고, 기꺼이 관객들의 플래시를 받아주는 이런 광경은 난생 처음본다.


대체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기에 트래비스(TRAVIS)는 한국 관객들에게 'amazing'을 연발하고 온 힘을 다해 공연을 마무리한 것일까?

내용은 다음과 같다.

2009년 3.1절인 오늘 올림픽공원 올림픽 홀에서 스코틀랜드 출신 rock band 'TRAVIS'의 내한공연이 있었다.
수천명의 관객이 운집했지만, 솔직히 나는 '트래비스(TRAVIS)'를 잘 몰랐다.
이번 On Style Presents에서 선정한 공연이 아니었다면, 아마 나는 '트래비스(TRAVIS)'를 모르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오늘 공연을 대비해 한곡정도 들어본 게 다인 뮤지션이었으니까.

공연이 시작하기 전, 우리나라에서는 너무나도 당연스럽게 야광봉들이 팔렸다.
다양한 형태로 발광(發光)하며, 열띈 무대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야광봉은 우리나라 관객과 뮤지션들에게는 일반적이겠지만, 외국 뮤지션들에게는 참 신기한 광경일게다. 오늘도 어김없이 많은 관객들의 손에는 야광봉이 들려있었고, 관객들은 열띈 환호와 함께 손에 든 야광봉을 흔들고 있었다.

공연이 시작됐다. 보컬의 프랜시스 힐리의 거칠면서도 감미로운 목소리가 공연장을 뜨겁게 달구기 시작했다.
두 곡 정도를 신나게 달린 후에 프랜시스 힐리가 말을 던진다. 'Do U wanna dance?'
관객들의 화답으로 득달같은 환호가 나오자, 뒤이어 신나는 'Selfish Jean'가 연주되고 이에 맞춰 관객들은 모두 열광하며 신나게 몸을 흔들었다.


관객들은 더욱 열광하며, 손에 든 색색들이 야광봉을 흔들어댔고, 트래비스(TRAVIS) 멤버들은 각자 흥에 겨워 드럼세트위에도 올라가고 무대를 종횡으로 뛰어다니며 점점 더 분위기는 무르익어갔다.

그렇게 숨쉴 틈도 주지 않고, 보컬 프랜시스 힐리와 앤드류 던롭은 한곡한곡 끝날 때마다 기타를 바꿔 매며 마치 빨리 공연을 마치고 퇴장하고 싶은 사람처럼(물론 그렇게 느껴졌다는 게 아니고 그만큼 빨리 공연이 전개되었다는 말이다.) 계속 레퍼토리를 이어나갔다.
스탠딩 객석의 관객은 물론, 2층 꼭대기에 있는 관객들까지 모두 다 일어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을 즈음 프랜시스 힐리가 말한다.
'주변에 있는 모든 관객들 다 초면일텐데 가까이있는 사람(closer)에게 인사들 나누시죠.'라고...
아내와 나도 뻘쭘하지만 서로 인사를 나누고 난 뒤 다음 곡으로 이어졌다.
(지금 글을 쓰며 찾아보니...) '클로저(Closer)'란 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말랑말랑한 멜로디와 부드러운 보컬 음색이 잘 전개되는 전반부를 지나 후렴구에 접어들었을 때 갑자기 놀라운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객석에서는 'Closer, Closer Lean on me Now, Lean on me Now'라는 가사에 맞춰 일제히 종이 비행기를 접어 날리기 시작했다. 객석 앞에서 시작된 종이 비행기 행렬은 계속해서 무대위로 날아들었고, 어느새 무대앞쪽은 색색의 종이 비행기로 가득 채워진다.

감동한 보컬 프랜시스 힐리는 '세상에서 이런 놀라운 광경은 처음본다'며 '집에서 기다리는 자기 아들에게 모아서 갖다줘야겠다'고 말한다.
정말 감동한 감정이 여실히 드러나며 다음무대는 더욱 더 열띈 무대를 만들어 간다. 

그렇게 몇 곡을 더 부른 다음, 갑자기 노래부르던 프랜시스 힐리가 갑자기 무대 아래로 뛰어내렸다. 한동안 사라진 그는 갑자기 스탠딩 객석 한가운데서 나타났다. 마치 무대가 솟아오르듯 올라온 그는 그렇게 관객들과 한덩어리가 되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감격한듯 관객들과 손을 맞잡고, 교감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사실, 외국 공연에서 이런 장면은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하지만, 비영어권 국가에서 자신의 노래를 이렇게 열광적으로 따라불러주며, 생각지도 못한 종이비행기 연출과 진심이 담긴 야광봉을 볼 수 있겠는가. 그 점에 트래비스(TRAVIS)의 보컬 프랜시스 힐리는 물론 모든 멤버들이 감동했던 게 아닌가 싶다.
결국 자신을 향해 플래시를 연신 터뜨리던 관객들에게 '원래 캠코더 녹화와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있지만 개인적인 용도로 소장해주세요'라는 말을 남기고 이후 촬영을 허가했다.


정말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진행한 많은 해외 아티스트의 공연에서 우리는 꽤나 많은 홀대를 받았다. 일본이라는 큰 음악시장에서 공연하기 위해 하루 정도 들러가는 경유지같았고, 한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작은 나라인지 느끼게 하는 성의없는 짧은 일정속에서 한국의 팬들은 점점 더 서운함이 더해졌을게다.
여타 해외 아티스트들의 공연에서는 대부분 공연시간이 1시간 정도 늦는 건 예삿일도 아닌데다, 성의없는 무대연출과 레퍼토리 구성으로 많은 상처를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관객을 위한 퍼포먼스는 고사하고, 따뜻한 인터뷰들조차 못하게 되는 경우가 허다했었는데, 이번 트래비스(TRAVIS)공연에서는 진정으로 아티스트가 마음을 열고 예정에도 없던 곡들까지 열창하며 무대를 마무리지었으니 이 얼마나 대단한 일 아닌가.

이후 더 한 마음이 된 관객들은 더욱 큰 소리로 트래비스(TRAVIS)를 연호했고, 그들은 성의있는 세곡의 앙코르를 더하며 무대를 맺음했다. 물론, 내가 확대해석한 걸 수도 있다.
그냥 단지 그 순간이 좋았을 뿐이고, 공연하다보면 원래 그렇게 하는 밴드가 트래비스(TRAVIS)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그 순간만은 한국팬들에게 고마워하고 즐거워서 노래하는 그들의 모습 속에서 진심이 느껴진 공연이었다.

'사랑해요' '감사합니다' 'amazing'

매번 해외 아티스트의 공연때마다 들리는 말이지만 이번 트래비스(TRAVIS)의 공연에서는 한국관객들의 진심을 담은 종이비행기와 야광봉덕분에 더욱 특별한 공연으로 기억될 것같다.

오늘 트래비스(TRAVIS)앨범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