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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스런 시선/Movie

[김PD의 영화보기] '트로픽썬더(Tropic Thunder)' : 유쾌한 더러움 / 집요한 유치함

081213/ 트로픽썬더(Tropic Thunder) / 강남 시너스 / 15:00~17:10 / 지은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김PD가 추천한 영화는 평균적으로 그닥 재미가 없어.'
김PD가 생각한 그 이유는 두 가지.
김PD의 독특한 취향일 수도 있고, 어떤 영화든 나름의 재미와 장점은 있다고 생각하면서 영화를 보기 때문일게다.
(물론, 추후에 review를 쓸 때는 조금 냉정하다 싶을 정도로 악평을 쓰기도 하지만...)
적어도 지인들의 영화 선택권에 영향을 주는 객관적인 신뢰성만큼은 확실히 잃을만큼 관대하게 이야기한다.
(참고로 나는 '스피드 레이서'도 극장에서 두번볼정도로 재밌어 했다. 흥행성적은? 다들 알다시피...)

오늘 이야기할 영화 '트로픽썬더'를 보고도 제일 먼저 든 생각도 마찬가지...
'난 꽤 재밌게 봤으니... 흥행은 잘 안되겠어. & 나랑 아내 말고는 별로 재밌게 보기도 힘들지 않을까'



할리우드 코미디 제왕 Ben Stiller(벤 스틸러)가 주연, 감독, 각본으로 북치고 장구친 영화 <Tropic Thunder(트로픽썬더)>
재주도 많고 인맥도 넓은 벤스틸러에 대한 부러움 안들 수 없다. 얼굴만 조금 더 (작고) 잘 생겼다면, 그는 엄친아...;

1) 화려한 출연진
- 옆에 포스터에서도 노골적으로 홍보하고 있는 것을 보라!
할리우드 코미디물의 영웅 벤스틸러
아이언맨으로 화려한 블록버스터 신고식을 치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쿵푸팬더, 킹콩의 잭블랙
 
여기에 허를 찌르는 엉뚱한 면모를 드러내주시는 캐스팅의 진수!
할리우드 흥행 보증수표 톰 크루즈씨까지...

[출처 : http://www.flickr.com/photos/tal_ent/3089416473/]



특별한 내러티브와 특수효과없이도 이 영화가 2시간 내내 즐거운 이유는 배우들의 연기덕이다.
(개인적으로는 잭블랙의 연기를 참 좋아하는데, 영화 말미에 마약제조업자와의 싸움에서의 잭블랙 연기는 최고!)
카메오 출연도 훌륭한데, 이젠 제법 나이든 티가 나는 '매튜 매커너히', 왕년의 한연기하시던 '닉놀티'는 비중있는 조연으로 출연하며, 제니퍼 러브 휴잇과 타이라 뱅크스, 토비 맥과이어 등을 만날 수 있다. 묵직함과 잔재미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2) 남을 까는 것보다 즐거운 '나를 까는 것'
- 90년대 토크쇼를 풍미한 서세원과 21세기 한국 버라이어티를 이끌고 있는 유재석.
외모만 얼핏 보면 닮은 이 두 사람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서세원은 남을 까는 유머를 하고, 유재석은 '나를 까는' 유머를 구사한다는 점.
옳고 그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제는 시대가 변하여 다른 사람의 약점을 자신의 유머소재로 사용하는 시대가 아닌 스스로를 유머 소재로 사용하는 것이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좋은 시대가 되었다는 점이다.

'트로픽 썬더'는 '나를 까는' 영화이다.

① 할리우드영화 제작 시스템

[출처 : http://blog.naver.com/hoonclinic/100058362672]

 - 악독 제작자로 나오는 톰크루즈는 화상회의를 진행하면서 초보감독의 실수에 '어떻게 해서든' 주먹을 날리는 다혈질에, 제작중인 영화의 배우가 인질로 잡혔을 때에도 돈 한 푼 줄 수 없다고 납치범들에게 욕지거리를 해대는 냉혈한이다.
초보감독에 일급 스타들을 캐스팅해놓고 스타들의 입김으로 영화가 산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최고의 영화를 꾸리길 바라는 그런 시스템이다. 아예 그럴바에야 영화에서처럼 영화감독을 사라지게 해버리고 그대로 굴러가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수도...








마치 영화 중간 감독의 머리를 손에 들고, 화려한 개인기(!)를 펼치는 장면은 자신의 감독이 된 과정을 희화화하고, 어필하는 부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젠 <트로픽썬더>를 포함해 총 4편의 영화를 감독한 감독이 되었지만 '일개 코미디어 출신'의 배우가 감독하는 것에 대한 할리우드에 편견과 싸우면서 생긴 시스템의 전복을 꿈꾸는 것이 아니었을까. 어떤 의미든 자신이 소속되어 있는 시스템을 전복하는 배짱은 '벤스틸러'쯤 되니까 부리는 배짱아닐까...

② 아카데미에서 저주받은 코미디 배우 + 톰 크루즈
- 영화<트로픽썬더> 속이끌어 가는 두 주연배우  액션스타 터크 스피드맨(벤 스틸러), 오스카 5회 수상에 빛나는 연기파 배우 커크 라지러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라는 설정은 오스카에서 유독 홀대받은 코미디배우들에 대한 비틀기와 덧붙여서 아카데미에서 홀대하는 배우 중 하나인 톰 크루즈에 대한 비틀기도 함께 포함된 느낌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훌륭한 연기력을 갖고 있음에도 오스카에서 후보로조차 오르지 못한 (오스카에서) 비운의 연기자 짐캐리.
(정말 짐캐리가 오스카 후보로도 지명된 적 없다는 사실이 의심되신다면...해당 씨네 21 기사 참고!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article_id=44845&mm=001001002 )
코미디 연기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던 짐캐리의 연기변신이 돋보였던 <맨 온더 문>, <이터널 선샤인>을 비롯, 아카데미가 제법 좋아하는 류의 영화였던 <트루먼쇼>에서의 호연이 후보에도 선정되지 못한 건 너무 아쉬웠던...
여튼 역시 코미디 배우인 벤스틸러는 <트로픽썬더> 속 영화인 <트로픽 블런더>의 액션 히어로 터크 스피드맨을 연기하며 바보같은 연기를 한다는 코미디 배우에 대한 편견을 비꼰다. 연기파 배우인 커크 라지러스의 흑인 연기 역시 열정은 가상하나 'yo, man'으로 일관하는 어설픈 대사를 계속하는데, 이 역시 연기파 배우에 대한 선입견에 대한 비틀기이기도 하다.
또 하나 영화 속 비틀기는 '톰 크루즈'다. 벤 스틸러의 매니저로 나오는 매튜 매커너히는 톰크루즈 주연의 영화 '제리 맥과이어' 속 주인공을 연상시킨다. 제리 맥과이어로 호연을 펼치고도 오스카에서 수상하지 못한 톰 크루즈. 톰 크루즈를 외면한 오스카를 비꼬기 위해 매튜매커너히를 더 과장되게 만든 건 아니었을까. 촬영현장에 티보라니... ;

스스로를 그리고 스스로가 속한 시스템을 비아냥거릴 수 있는 현재의 벤스틸러의 위치와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하고, 여튼 그의 과감한 배짱도 높이 살만하다.


3) 알고 보면 더 즐거운 트로픽썬더의 Trivia
- 맥스무비의 기사 http://www.maxmovie.com/movie_info/news_read.asp?idx=MI0081629122&mi_type=42
- 영화 속 패러디가 난무하는데, 베트남 전쟁 관련 영화인 '지옥의 묵시록'과 '플래툰'을 떠올리게 만드는 다수의 장면이 등장한다.
자세한 내용은 위에 링크 페이지를 참고하시는 것이 좋을 듯.
또 재밌는 것 중 하나가 <트로픽 썬더> 영화 속 영화배우들의 최신작들의 예고편들이 나오는데, 그 때 등장하는 영상들과 그들에 대한 웹사이트가 실존한다는 것! http://www.maxmovie.com/movie_info/news_read.asp?idx=MI0081457546
위 기사에 나와있는 링크 페이지를 들어가면 해당 영화와 배우에 대한 상세 정보를 알 수 있다.


이런 류의 코미디 영화들은 아무래도 알고 보면 재미가 더 있다. 영화 마니아를 위한 경우도 있고, 미국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더 즐길 수 있는 구석이 많은 영화들이긴 하다.
그렇다고 해서 <트로픽 썬더>가 마니아만을 위한 영화는 아니다. 그런 부분 몰라도 충분히 웃으면서 즐길 수 있다. 단 군데군데 역한 장면이 등장하니, 그 부분만 잘 이겨낼 수 있다면 제법 재미있는 영화다.

천편일률적으로 잘 만들어진 내러티브를 갖춘 영화가 아닌 영화 구석구석 살아있는 영화적 잔재미와 감독과 배우들의 재기발랄함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좋은 영화이다.
국내 흥행을 보장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가급적이면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바람이 드는 그런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