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집스런 시선/Movie

[김PD 영화보기] 나인 : 예술가들의 여성편력, 그것이 진정한 예술혼의 원천? 롭 마샬감독에게 필요한 것은 수백명의 여자

20100103/ 나인(Nine) / CGV 오리 / 17:40~19:40

조악한 김PD의 편견으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예술가의 정렬적인 예술혼에는 언제나 불꽃같은 사랑이 함께 했다.
베토벤에게는 불멸의 연인이, 로뎅에게는 까미유 끌로델이, 프리다 칼로에게는 디에고가... 영원하지는 않았지만 불꽃같은 예술가들의 황금기, 혹은 그들의 샘솟는 영감을 제공해준 이들이 바로 예술가의 연인이었다.

이렇게 숭고한 사랑을 통한 예술혼도 있었으나, 피카소에게는 이름을 채 다 열거하기도 힘든 수많은 여인들이 그의 내재된 예술혼을 일깨우기 위한 삼천궁녀들이었고, 작품을 위해 사랑을 찾았던 것은 아니지만 함께 작업하던 배우와 사랑에 빠져 영화감독의 영화에 끊임없는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페르소나가 된 경우도 많이 있다. 팀버튼과 헬레나 본햄 카터, 우디 앨런과 다이안 키튼, 장이모와 공리, 샘 멘더스와 케이트 윈슬렛... 
정리하여 다시 말하면, '예술가''영화 감독'에게는 '영감'을 주는 '여자(배우)'가 필요하다는 속설을 정당화 하는 영화로 읽혀지기 쉬운 영화 <나인>이다.


영화 <나인> 속 주인공 귀도와 그녀의 여인들.
좌상단부터... 아내 루이사(마리안 꼬띠아르), 귀도의 뮤즈 클라우디아(니콜 키드만), 어린 시절 sexual fantasy 속 여신 사라기나(퍼기), 어머니(소피아 로렌), 귀도(다니엘 데이루이스), 패션 에디터 스테파니(케이트 허드슨), 귀도의 진정한 멘토 릴리(쥬디 덴치), 귀도의 여인들, 그리고 치명적 매력을 가진 칼라(페넬로페 크루즈)

이 배우들의 화려한 면면은 영화 <나인>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이다.
배우들의 받은 연기관련 트로피만 모아도 수십개를 넘어, 백개도 넘을 것같은 연기 한가락하는 연기자들만 모였다. 한명만 있어도 빛이 나는 배우들을 무려 7명이나 모아놨으니 영화는 광채를 띌 것 같으나 실상은 그와 다르다.

귀도는 여자에게 영감을 얻고 여자에게


우아하면서도 여신같은 포스를 드러내는 니콜 키드만은 단지 예고편에 등장하는 여신일뿐 영화에서는 많이 등장하지조차 않는다. 케이트 허드슨은 경쾌한 춤사위와 영화 속에서 가장 돋보이는 오리지널 스코어를 소화하지만 허리와 가슴이 구분되지 않는 통짜몸매에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하는 캐릭터일 뿐이다. 강렬한 카리스마를 통해, 귀도의 어린 시절 감성을 자극시켰을 '퍼기'는 등장은 강렬하나 역할은 모호하다. 페넬로페 크루즈의 목이 타들어가는 섹시함과 성녀를 오가는 백치미는 매력적이지만 극단적 선택 이후 그녀는 영영 영화속에서 사라져버린다. 소피아 로렌과 쥬디 덴치는 그 존재만으로 가치가 있지만... 각각 귀도의 도피처와 멘토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뿐, 남다른 에너지의 울림을 기대했던 관객에게는 눈에 띄는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영화 속에서 가장 빛을 바라는 건 바로 귀도의 아내, 루이사 콘티니를 연기한, '마리안 꼬띠아르'
오드리 햅번의 환생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검은색 미니 원피스에 살짝 말아올린 헤어스타일과 우아하고 단아한 몸짓과 수줍은 표정까지. 영락없는 오드리 햅번의 환생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다가도 남편, 귀도에게 놀아난 자신의 어리석은 사랑에 몸서리치며 천하의 요부처럼 세상의 모든 남성들에게 몸을 던지는 듯한 느낌으로 노래하는 장면에서는 고혹적인 눈빛과 요염한 몸매. 그리고 매력적인 보이스로 관객을 압도한다.
영화를 보면서, '마리안 꼬띠아르'의 등장을 기대하면서 보게 되고, 그 대척점에 있는 '페넬로페 크루즈'를 미워하게 되는 묘한 매력을 가졌다.

영화 '라비앙 로즈'를 통해 '에디트 피아프'의 완벽한 부활이라는 평을 들으며, 아카데미상을 거머쥔 '마리안 꼬띠아르'의 힘을 새삼 느끼게 한다.






영화 <나인>은 '마리안 꼬띠아르'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인 구성이 따로 노는 영화다.
아름다운 이탈리아의 풍경은 화려하고, 세트장에서 펼쳐지는 앙상블 신은 멋진 눈요기다.
화려한 배우들의 면면은 보기만 해도 배부르고, 몇몇 익숙한 오리지널 스코어들은 귀도 즐겁게 해준다.
하지만 '귀도'의 방황, 성장, 갈등, 해결, 재기의 과정은 성글고, 이는 음악부분과 스토리 부분의 접합점이 매끄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화 '시카고'에서 성공을 위해 남편을 이용하고, 살인도 마다하지 않았던 한 여자의 기구하지만 화려한 인생을 혼이 담긴 뮤지컬 scene에 담아 멋지게 녹여냈던 롭 마샬 감독이었기에, 따로 노는 팔과 다리처럼 뮤지컬 부분과 정극 부분의 간극을 매우지 못하는 부분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더구나, 그의 영화 현장에서 '롭 마샬'감독에게 영감을 줄 여배우들이 그렇게 많았음에도 그가 이정도의 영화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었던 건, 여배우들의 힘에 눌려, 혹은 그녀들에 취해 영감을 얻기보다는 즐거움을 만끽하여 냉철한 판단력과 연출력을 잃었던 것은 아닐까.

정녕 '여자', '여배우'들이 감독의 창작력과 예술혼의 원천이라면 '롭 마샬'의 다음 영화는 '롭마샬과 '삼천궁녀'가 되어야할 것 같다.


※ 김PD영화 평점
 1. 케이블 구매 지수 : 45점(뮤지컬 영화는 케이블에서 잘 안된다는 속설 + 니콜 키드먼, 페넬로페 크루즈 출연 영화시, 특별 편성)
 2. 김PD 개인 소장 지수 : 60점(시카고와 함께 롭마샬 뮤지컬 영화 정도로만 소장)
 3. 온스타일 타깃(2034 여성) 추천 지수 : 50점(다니엘 데이루이스는 멋진 남성이지만, 타깃에 크게 어필하지 못하고, 니콜 키드만은 정말 조금 나온다. 스타일도 눈부실만한 것은 없으므로 대략 이정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