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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스런 시선/Movie

[김PD의 영화보기]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 상상력을 잃은 현대인을 위한 테리 길리엄 감독의 극약처방전

20091230 /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The Imaginarium of Doctor Parnassus) / 메가박스 삼성 / 17:00~19:00

영화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의 네이버와 다음에서의 영화 평점은 5점대의 낮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네이버 평점 :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47381
다음 평점 : http://movie.daum.net/moviedetail/moviedetailMain.do?movieId=45143
아마 그 점수는 계속 낮아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아래 포스터를 보라.(지금 홍보용 메인으로 쓰이고 있는 포스터가 아닌...)
얼마나 몽환적이고, 회화적이며, 매력적인가.
단순히 네 명의 훈남배우를 식당에 획일화된 메뉴판으로 만들어버린 국내판 포스터가 아닌 이 매력적인 포스터를 보고, 영화에 매료될 준비가 되었다면,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관람을 쉽게 건너뛰어버릴 수 없는 매력적인 영화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위에 있는 7개의 포스터에 비해, 히스레저와 그의 유작을 지키기 위한 할리우드 훈남 4인을 포스터 전면에 내세운 한국판 포스터에서는 그들이 만들어내는 판타지로 영화를 포장했고, 그건 너무나도 훌륭한 당의정이다. 하지만, 그들만을 바라보며 이 영화를 보기엔 영화가 갖고 있는 상상력의 수위가 지나치게 마니악하고, 내러티브는 친절하지 않다.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 주인공의 상상의 세계는 이 영화의 제목에 '상상극장'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음에도, 받아들이기엔 쉽지 않다.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의 네이버와 다음의 영화 평점이 낮은 이유는 바로 여기 있다.
왜냐하면, 이 영화<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이미 상상력을 잃어버린 현대사회를 사는 어른들을 위한 우화이다. 그런데 2009년과 2010년을 살아가는 현대인이 받아들이기엔 테리 길리엄 감독의 상상력은 적당한 처방전을 넘어선 극약처방전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잘못 만든 영화가 아니라, 영화를 만든 테리 길리엄 감독의 상상력과 자유로운 사고가 막혀버린 '상상력'이라는 샘이 고갈되어 버린 불쌍한 현대인의 공허한 정신 사이의 괴리감을 치유하기엔 시간이 오래걸리고, 관객이 받아들이기엔 너무 낯설다.

하지만, 김PD는 이렇게 생각한다. 조금만 더 머리를 비우면 익숙한 텍스트 속 유쾌한 상상력의 세계를 마음껏 부유할 수 있게 되는 영화가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이다.
기괴한 영상과 상상력으로 알 수 없는 내용으로 채워진 졸작, 혹은 궤작이라고 폄하하기엔,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속 세상은 너무 환상적이고, 그 속의 인물들은 기괴하지만 해학적이다. 텍스트를 곧이 곧대로 읽어내고 사실적인 영상을 제공하는 친절한 영화에만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상상력과 사고의 유연함을 요구하는 영화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오랜만에 영화를 보고 난 후, 기분좋은 웃음 짓게 하는 매력이 있는 영화다.

조금만 긴장을 풀고 영화에 몰입하면 보이는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 극장>의 피해갈 수 없는 몇 가지 매력은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1) 시각적 즐거움


그림을 보는듯한 몽환적으로 아름다운 세트 세련된 감각으로 만들어진  영상은 영화에 몰입하기 가장 쉬운 기작이다. 연극무대 한여름 밤의 꿈을 연상시키는 동서양이 혼재되고 그림형제의 동화책에서 막 펼쳐진 것 같은 영상은 테리 길리엄의 장기다.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테크놀로지와 맞닿은 지점이 묘한 마음의 반향을 일으킨다. 
이런 느낌이 가장 잘 드러났던 흥미로운 장면은... 


쓰러져가는 좁은 이층버스같은 마차타고 다니는 길거리 유랑극단이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 극장이...

어디선가 등장한 토니의 마케팅에 의해 이렇게 바뀌었어요.

감독의 의도였던 의도치 않았던 적절한 대비였든(개인적으로는 의도라고 생각한다) 장면이 갖는 의미도 남다르지만, 비주얼적인 향연과 그 디테일을 보고 즐기는 시각적 즐거움은 영화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의 미덕이다.

'영상'을 근간으로 한 종합예술 작품인 영화에서 사람들은 때때로 텍스트의 충실도로 영화의 잘잘못을따지는 경우가 간혹있다.

비근한 예로 최근 극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아바타>는 쉬운 스토리에 역사에 길이남을 스펙터클한 영상'기술'의 진보 자체를 탐미하게 하는 매력을 발산하고 관객의 사랑을 받는다. 그에 비해, 한국의 월드스타 비가 출연한 <스피드 레이서>는 그 영상'기술'의 진보했음에도 불구하고, 텍스트의 부실을 이유로 관객과 평단의 외면을 받았다. <아바타>가 역사적으로 얼마나 뛰어난 기술적 성취를 이뤘는지 몰라도, 그 영상적 충격과 텍스트의 부실을 갖고 있는 건 <아바타>나 <스피드 레이서>나 큰 차이 없고, 기술력, 영상의 뛰어난 완성도가 영화전체에서의 재미적인 부분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말이다. 다만 그 취향의 차이와 보편성에 정도, 혹은 편견과 선입견을 깨기 어려운 현대인의 모습들이 다양한 영화적인 재미를 놓지게 하는 원인은 아닌가 싶다. 그런 이유로 영화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영상의 아름다움이 영화를 즐기는 큰 즐거움이자, 보편적이지 않아 외면당하는 현실이 안타깝기까지하다.

2) 할리우드판 호접몽, 선택의 기로에 선 현대인들의 우화
- 파우스트에서 본 것이 확실한 '악마에게 영혼을 판(여기서는 딸을 판) 남자의 이야기', 세상에는 없는 것이 분명한 상상과 희망에 충실한 삶을 역설하는 어리석은 구도자의 이야기.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익히 본 이야기를 장황하게 풀어내는 영화임에 분명하다. 
상상력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상상인지 혹은 박사의 능력의 한계도, 악마가 제안한 내기의 결말도, 심지어는 토니의 계속적으로 변하는 얼굴도, 그리고 토니의 정체도 무엇이 사실인지 깨달을 수 없다.
아니다. 깨달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인생은 도박이 아니다. 정답과 이기는 패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닌 무엇을 선택하더라도 책임은 나에게 있고 그 고민을 쓸데 없는 것일 확률이 더 크다.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는 누구나 갖고 있지만 영화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가지않은 길에 대한 후회를 되돌릴 기회를 제공하고 내 마음속 잡자는 진정성을 일깨운다. 그 책임 역시 본인에게 있으나 그런 부분이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가장 큰 힘이고 스스로가 찾는 가장 행복해지는 길이라고 믿는 것이다.
우리는 정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지는 법을 알고 있을까. 아니... 머리로 알고 있는 것말고, 그렇게 살고 있을까...

3) 4인 4색의 토니 그리고 테리 길리엄

이 영화는 히스레저에게 바쳐졌지만 감독인 '테리 길리엄'의 영화이다. <브라질>, <바론의 대모험>, <12몽키스> 등을 통해 자기만의 색깔을 뚜렷하게 만들어온 감독이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상상력(혹자는 이를 테리 길리엄가 딜레마에 빠졌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이 영화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그 뼈대에 광기어린 조커 연기로 물오른 연기력을 보여준 '히스 레저'가 가벼우면서도 속을 알 수 없는 사기꾼으로 딱인 역할을 해 살을 붙였다. 감독의 전작인 '바론의 대모험'과 같은 판타지물에 현실성과 '마케팅적 마인드'를 심어놓은것이 히스레저인 셈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는 데로, 영화가 완성되기 전에 유명을 달리한 '히스 레저'의 유작을 위해 내놓으라는 스타들의 자신만의 매력을 갖고 상상 속의 토니를 되살려내고, 현실 속 토니를 완성시켰다.
'조니뎁'은 심드렁한 태도를 통한 한량스러움을... / 쥬드 로는 AI에서 봤었던 것같은 외모와 허세부림을... / 콜린 파렐은 할리우드 전문 스캔드 메이커다운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을... 더했다.
이런 복잡다단한 배우의 조합 속에서도 그들만의 매력을 제대로 녹여낸 설정이 눈부시게 빛난다.

이런 세 가지 매력만으로도 영화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극장에서 한번 보고 싶지 않은가.
판타지물은 극장에서 보는것이 좋다. 커다란 영상으로 펼쳐진 상상 세계의 구현을 보고 싶다면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좋다.
판타지물에 대한 지나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거나, 현대인으로 살아가는 스트레스마저 사랑스러운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어느날 케이블 TV에서 혹은 <바론의 대모험>처럼 EBS에서 이 영화를 한다면... 그때 한번은 잊지 않고 한번 봐주길...
'히스 레저의 유작'으로 기억해도 좋겠지만 기왕이면 상상력 가득한 영화, 스트레스와 이해할 수 없는 답답함을 벗어날 독특하고 재밌는 비상구가 필요하다면 이 영화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을 선택하면 두 가지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겠지.

상상력이 나를 충전시키거나, 아니면 상상과 현실간의 괴리로 며칠은 더 괴로워지거나...

※ 김PD영화 평점
 1. 케이블 구매 지수 : 40점(히스레저 유작 + 죠니뎁, 쥬드로 스페셜 + 겨울용 판타지 스페셜 혹은 팀버튼 땜빵용)
 2. 김PD 개인 소장 지수 : 85점(유려한 영상과 빵빵한 서플먼트가 예상된다)
 3. 온스타일 타깃(2034 여성) 추천 지수 : 60~100점(히스레져를 좋아했다면 100점, 남자배우들에 목말라 있다면 60점은 기본으로... / 단, 진정 남자배우에 목말라 있다면 '전우치'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