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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스런 시선/Movie

[김PD의 영화보기] 떠난 노무현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눈물나는 희극 : 굿모닝 프레지던트

20091025 / 굿모닝 프레지던트 / 메가박스 삼성 / 14:30~16:45


참 이상하게도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보는 내내 극장안에서 가장 큰 소리를 내면서 웃었는데...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노무현' 대통령이 떠올라 가슴 깊은 곳에서 왈칵 눈물이 솟아올랐다.
엔딩크레딧과 함께 보여지던 '영화 속 대통령'들의 소탈한 얼굴들이 마치 '노무현 대통령' 서거 때 보여지던 추모 UCC들 속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 속 '소박하고 천진한' 미소 때문이었나보다.

영화는 시대를 투영하고 그 속에 국민들의 마음을 담는다.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우리가 바라는 대통령의 모습, 혹은 우리가 가졌던 대통령들의 파편적인 모습들을 그러모아 '지금' 우리가 간절히 바라는 대통령 상(像)을 보여주는 '트렌디'한 영화다.

1. 지금 우리가 원하는 대통령의 단면

- 국민들 앞에서 '개'싸움도 불사하는 정치인의 모습이 아닌, 야당 대표와의 비공개 영수회담에서 맥주 한잔하며 소탈하게 속내를 털어내는 대통령.
당선 전, 가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던 국민들과의 굳은 약속은 '내 머리 속에 지우개'처럼 잊어버린 대통령이 아닌, 각고의 고뇌끝에 자신이 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킨 대통령.
어떤 나라 대통령의 골프카트 끌어주며 하늘을 다 얻은 것인냥 즐거워하는 것이 아닌, 미국와 일본과의 협상에서 절대 몸을 숙이지 않는 당당한 대통령. 
자신 지지하는 이들을 위해 내 앞에서 살릴 수 있는 몇몇 사람의 죽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누구와는 달리, 자신의 살릴 수 있는 단 한사람의 목숨을 위해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세 가지 중 한가지를 선택한 대통령.
자신과 주변인물들의 행복이 국민의 절대적인 행복이라 믿으며, 모든 걸 자신 주변을 위한 행복을 추구하는 어떤이와는 달리, 국민의 행복을 위해서는 자신의 행복은 포기해도 되지 않냐는 소탈한 대통령.
그리고... 밖에서 '우리나라 대통령'이라고 말하기 '창피한' 얼굴을 가진 대통령보다는 '장동건'처럼 반듯하고 수려하며 멋진 외모를 가진 대통령.

물론 기본적으로 정치는 잘 해야겠지 하지만 잘 생각해봐야한다. 정말 정치는 잘하고 있는지...
이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보면 아마 찔리는 사람 많을것같아.
근데 어쩌지 정말 이 영화가 국민의 마음을 잘 이해한 '트렌디'한 영화여서... 계속 흥행한다면... 과연 세상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자못 귀추가 주목된다.

2. 대통령이기 이전에 '국민'인 우리네 대통령들의 '가상' 비하인드 스토리
- 얼마 전 제작사 대표님을 만났다. 커피를 마시는 자리에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김PD의 지갑을 보더니 덥썩 집어 지갑 이리저리를 훑어보더니 이런 얘기를 던진다. '왜 로또가 없어요? 모든 직장인들의 유일한 희망인데...' 우습기도 하고, 뭔가 들킨 것 같기도 하고...
매주 토요일 저녁 9시가 되면 인터넷으로, 혹은 TV생방송으로 로또의 당첨자발표를 지켜본다. 오늘도 안될 거라는 걸 알면서도 괜한 기대를 하게 된다. 토요일 9시 이전에는 이런 상상으로 행복해진다.

요즘 1등 당첨금은 대략 15억에서 20억은 되니 그 돈을 이리쪼개고 저리쪼개 머리 속으로 장모님&장인어른도 드리고, 어머니, 아버지께도 드린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처형과 형을 위해서도 얼마간을 돈을, 아직 고등학생을 처제를 위해서는 대학입학하면 함께 여행을 갈 돈과 용돈을 마련해준다. 뼈가 빠져라 대출이자를 갚지 않아도 집을 살 수 있게 되어 행복하다. 이제 나는 '생계형' 직장인에서 '여가형' 직장인으로 변신하게 되고, 그러면 나는 지금 상황에서 일하는 것보다 훨씬 더 멋지게 일할 수 있을거라는 행복하고도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상상을 한다. 상상은 그렇게 5일천하로 끝나지만... 그 작은 종이쪼가리 하나를 지갑에 넣고다니는 순간순간은 그만한 부자가 없다. 아마..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 속 대통령도 그랬을게다. 차이가 있다면 적어도 그는 우리보다는 많이 가져서 어쩌면 당첨에의 희망이 우리만큼은 크고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남편이 아무것도 모르고 산 부동산이 개발지역으로 선정되어, 졸지에 가족 연루 비리자가 되었다. 만약 이것이 현실이었다면 탄핵이 아니라 대통령은 자살을 선택했어야하는지도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속 국민들은 그렇게 잔인하지 않다. 모든 짐을 짊어지고 이혼하겠다고 한 '영부군'과 대통령의 모습에 동정과 안쓰러움을 느낀다.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우리가 알고 있다시피 모든 정치는 '쇼'다. 쇼는 '쇼를 하는 사람'보다 '쇼를 보는 사람들'의 리액션이 더 중요하다. 영화 속 영부군의 쇼는 승부수가 되었고, 그녀는 대통령이기 이전에 '국민'이라는 점을 인정받았다. 그녀의 가족의 험을 그녀의 험으로 몰아가려는 현실적 정치공세에서 국민의 손으로 되살아났다.
우리가 원했던 '비하인드 스토리'였다.


3. 재기발랄하면서도 힘을 뺀 영화. 그래서 편안한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
- 김PD가 지나치게 삐딱하게 읽어내서 그렇지,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장진감독의 영화답게 참 편안하다. 3편의 40분짜리 중편영화를 옴니버스식으로 보여주는 영화의 방식은 캐릭터와 스토리에 몰입하게 하기보다는 가볍게 영화를 관조할 수 있게 만든다. 짐짓 무거워질 수 있는 민감한 소재들도 여유있게 웃음으로 피해간다. 일본대사와 대통령간의 대화 역시 통쾌한 대통령의 열변 후에, 통역의 재치있는 한마디가 전체 분위기를 풀어준다. 이 점이 아쉽기도 하지만 영화 전체 tone&manner에는 너무 잘 어울린다.
배우들의 편안한 연기 역시 마찬가지다. 이순재선생의 연기는 안정감있고, 모처럼 스크린에서 보는 멀끔한 장동건의 얼굴은 빛이 나다 못해 매력적이다. 강인한 카리스마에 (정원이를 찾을 때와는 다른) 부드러운 모습까지... 정말 저런 사람이 우리 대통령이면 좋겠다 싶다. 고두심선생의 연기는 다소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임하룡선생의 연기는 그동안에 영화 중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느낌이다. 단... 한채영의 '대변인'연기는... 조금 심했다.

영화 속 대통령의 모습 하나하나가 다 마음 속에 와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미 두 명의 대통령을 떠나보낸 10월 말이라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각박하고 바틋한 세상을 살고 있고, 높이 높이 올라가는 고층빌딩과 아파트들이 늘어나는 우리나라의 모습에서 행복함을 느끼기보단 두려움이 느껴진다. 현실에서는 느끼기 쉽지 않았던 행복을 영화속에서 느껴 웃음이 났고, 현실로 돌아오니 행복을 느끼지 못함이 눈물나지는 않았던 건 아닐까.

지극히 사적인 리뷰를 공개하면서 또 다른 논쟁이 두렵기도 한 건 그만큼 세상이 하수상해서이지 않은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