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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스런 시선/Movie

[김PD의 영화보기] 천사와 악마 : 흠 많은 인간이 많은, 와인같은 다양한 매력이 있는 오락영화

090517 / 천사와 악마(Angels & Demons) / 야탑 CGV / 13:25~15:50 / 지은 

영화 <천사와 악마> 속 추기경은 사건을 해결한 무신론자 '로버트 랭던'교수에게 이렇게 말한다.
"종교는 헛점이 많습니다. 인간이 헛점이 많은 존재이기에..."

영화 <천사와 악마>를 본 김PD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추천의 코멘트를 던지고 싶다.
"<천사와 악마>는 헛점이 많습니다. 원작이 헛점이 많은 존재이기에...
  하지만, 영화 <천사와 악마>는 그 헛점을 커버하고도 남을 매력적인 오락영화입니다"
라고...

※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 <천사와 악마>는 <유주얼 서스펙트>처럼 완벽한 각본과 반전을 가진 치밀한 미스터리 영화는 아니지만, 괜찮은 연출력과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 그리고 원작이 갖고 있는 어느정도 탄탄한 구성력이 곁들여져 적절한 재미적 요소로 버무려진 영화를 만들어낸다.

때로는 영화를 보는 작업은 마치 와인을 마시는 것과 같다.

영화에 대한 사전정보를 마주하는 것은 와인의 색과 향을 즐기는 순간이며, 본편을 보는 것은 입안 가득 와인을 머금고 마시는 순간이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리뷰를 쓰기 위해 영화에 대한 느낌을 곱씹는 것은, 와인을 마신 후, 입안 가득한 아로마와 부케의 잔향을 즐기는 순간과 같다. 특히, 영화 <천사와 악마>를 보면서 든 다양한 생각들은 다양한 향을 가진 잘 익은 부르고뉴 와인을 마시는 기분이 든다.

1. 색상과 향기로 테이스팅 - 예고편 / 다빈치코드
-  영화의 예고편, 그리고 영화 <천사와 악마>의 전편이랄 수 있는 <다빈치 코드>는 내가 영화<천사와 악마>를 보기 전 느끼는 향기와 색상이랄 수 있다.

쉽게 잡을 수 있는 매혹적인 자줏빛이 도는 붉은 색을 띈 것 같은 이 영화는 좋은 원작이라는 잘 선별된 재료로, 대중영화를 빚어내는 데에는 괜찮은 재능을 발휘하는 론하워드라는 감독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다. 
마치 영화 <천사와 악마>는 고가의 부르고뉴(미스터리라는 장르를 부르고뉴로 비유)를 대중적인 네고시앙이 자기만의 방법으로 짧게 숙성하여 만든 젊지만 복합적인 아로마를 지닌 와인의 색과 향을 띄는 듯하다.

쉽게 접하기에는 조금 거리감이 있을 수 있는 복잡한 장르인 '미스터리'를 '대중영화 감독' 론 하워드 특유의 쉽고, 간결한 영화 연출으로 풀어낸 솜씨에서는 부담감없는 네고시앙의 특성이 묻어있다. 
재료(원작)가 갖고 있는 특유의 복잡한 아로마(내러티브)를 오크통에서  짧은 시간 숙성해, 적당한 아로마를 가진 ,나름의 숙성형 와인형태를 갖춰가고 있는 젊은 와인을 마주하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는 전작인 '다빈치 코드'의 '일종의 실패(김PD는 <다빈치 코드>를 원작의 재미와 명성을 잘 살리지 못한 실패작이라 생각한다)에 비춰보면 꽤나 흥미롭다. 세간을 뒤흔든 베스트셀러 소설 '다빈치 코드'라는 좋은 재료를 성근 솜씨로 너무 느긋하고 느릿하게 빚어내어, 장인의 특성이 잘 살아있는 스피디하고, 대중적인 선택을 하기보다는 너무 좋은 재료를 만난 장인의 마음으로 개인적인 욕심을 많이 부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자신이 잘 하지 않았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화 속에 감춰진 진실을 따라가는 미스터리적 구조를 만드는 데 실패하다보니, 영화는 재료와 감독의 손길이 복합적인 시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아쉬운 결과물을 만들어냈었다.


이에 반해, 영화 <천사와 악마>는 적당히 복잡한 미스터리를 따라가는 추리적 요소와, 적당히 스피디한 편집을 통해 소재를 깊게 숙성해서 장기숙성형 영화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선택하기 보다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친숙함도 함께 갖추고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예고편에서도 영화의 이런 긴박감이라는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지나치게 무거운 장르적인 특성과 치밀함을 살리기에 급급하기 보다는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만큼만 치밀함과 설득력을 보태고 있는 인상이다.

2. 시음의 순간 - 본편 감상
- 향과 색상으로 유혹당하면 '빨리 마셔보고 싶은' 시음의 열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볼만한 예고편으로 유혹당하면, 빨리 영화를 보고싶기 마련이다.
향과 색상이 시음했을 때의 전부인 영화들과는 달리, 영화 <천사와 악마>는 꽤나 괜찮은 바디감과 직접 마주했을 때 더 다양하고 복합적인 아로마를 펼쳐낸다. 그 중심에는 훌륭한 연기자들이 만들어내는 몰입도 높은 연기가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특히, 주된 맛을 만들어내는 궁무처장 '이완 맥그리거'의 파워풀하고 다채로운 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한없이 유약한 교황의 양자를 연기할 때와 추기경들 앞에서 연설할 때는 그보다 굳은 신념을 가진 선동가가 없어보일 정도로 다양한 맛을 내는 연기를 펼친다. 반항적인 눈빛을 가졌던 '트레인스포팅'의 이완 맥그리어는 어느덧 어떤 연기도 훌쩍 해내는 멋진 연기자가 되어있다. 그의 향기를 '제대로' 느끼는 것만으로도 영화 <천사와 악마>는 힘을 느끼게 한다. 영화 <다빈치코드>의 이언 맥켈런의 연기와는 또 다른 악역연기였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또 다른 연기자는 '리히터'를 연기한 '스텔란 스카스가드'였다.

어디서 봤나했더니, 영화 '맘마미아'의 세명의 아빠 후보 중 한명, '캐러비안의 해적'에서 캡틴 잭스패로의 산호초로 변해가는 아버지, '브레이킹 더 웨이브'의 남편 얀으로도 출연했더라는... 출연분량이 많지 않지만 중요한 역할을 하던 그는 이번 영화 <천사와 악마> 속에서도 출연분량이 길지는 않지만, 영화 전체를 통틀어 흔들림없는 묵직한 뒷맛을 남기는 연기를 보여주며, 결국엔 영화 말미에 극적인 반전에 기여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아카데미상을 두번이나 받을 정도로 뛰어난 연기자로 인정받은 톰행크스는 <다빈치코드>보다 더 날씬해진 몸매(일부러 수영신을 넣었다고 생각될 정도로...)와 한결 짧아진 헤어스타일로 더 젊고 명민한 '로버트 랭던'교수를 연기해낸다. 극을 혼자서 이끌어가지 않아도 되는 부담감이 없어서인지, 무게감이 느껴지듯 튀지 않게 다양한 연기의 아로마를 잘 아우르는 역할을 해냈다. 이밖에도 추기경역할의 아민 뮬러-슈탈, 시메온 신부 역할을 한 코시모 퍼스코는 절묘한 이미지 캐스팅이었다.

이런 다채로운 배우들의 연기의 향연을 의미있게 정돈해서 멋진 아로마의 향연으로 만드는 것은 감독의 정제된 연출력이다. 다소 억지스러우리만친 억지스러운 원작의 설정들(천사의 화살이 가르키는 방향에 딱 맞게 비밀문이 있다던지, '물'이란 키워드로 죽음을 맞아야할 추기경을 '고작' 분수에 빠뜨려 죽이려 했다는 설정)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방법을 취하기보다는, 짧은 시간안에 '그래 제대로 잘 해결했구나'정도를 느낄 수 있도록 연출한 점이 돋보였다. 조금 더 집요하고 구체적으로 해당 추리 내용들을 설명해주는 방법도 있었겠지만, 만약 그런 선택을 했다면 영화 전반적인 흐름이 또 다시 너무 느려져서 지금의 맛을 내지 못했을 것같다. 과감하게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포기하고, 되려 연기의 맛을 살리고, 극의 추리부분은 속도감을 살려서 전체적인 드라마가 잘 짜여진 대중적인 영화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딱 그만큼, 너무 복잡한 아로마들이 산재해 있어서 초보자와 일반인들은 쉽게 알기 힘든 어려운 와인을 만들어내기보다는 불피요한 요소들을 정제해, 마시기도 쉬우면서, 화사한 꽃다발같은 아로마도 느낄 수 있는 적절한 조화를 갖춘 부르고뉴 와인같은 영화가 만들어졌다.

3. 부케를 즐겨보자 - 소재에 대한 고민 그리고, 여흥
1) 왜 Devil이 아니고, Demon이었을까.
- 영화 포스터를 보고 들었던 의문이, '천사'와 '악마'라는 제목이라면, 당연히 'devil'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단어인 'Demon'이 영어 제목이었다.
도대체 둘의 차이가 뭔지 확인하기 위해 인터넷 곳곳을 뒤진 결과 내린 결론은 'devil'은 악한 존재의 의미를 포함한 단어로 사용되고, 'demon'은 원래 '정령'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었으나, 그 말의 근원인 '디아블로'에서 파생된 것처럼 현재는 devil(마귀)가 들린 영(spirit)을 'demon'으로 하여 사용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출처 : http://cyhome.cyworld.com/?home_id=a2109386&postSeq=2502693)

그렇다면, 영화 <천사와 악마>에서 Demon이라고 한 것은 원래 악한 존재인 Devil이 아닌, 악이 들린 영혼, Demon을 천사의 대립각에 세움으로서 '악마'를 처치하고 처단해야할 대상으로서가 아닌 '치유'할 수(혹은 '사'해줄 수) 있는 존재로서 상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즉, 영화 속 궁무처장(이완 맥그리거)의 행동뿐만 아니라, 모든 범죄를 저지른 모든 사람들의 죄를 사해줄 수 있는 가톨릭의 목적과 정의를 단적으로 드러낸 제목이 아닐까. 그와 함께 천사와 악마의 차이가 백지 한장 차이라는 말을 함의하고도 있고...
더불어, 영화의 말미에 추기경이 '로버트 랭던'교수에게 이야기한 것처럼 '종교의 불완전성'을 이야기함으로써 스스로에 대한 용서의 여지를 열어놓은 것으로 생각되어지기도 한다.

2) 일루미나티 로고에 관하여...
  

일루미나티(Illuminati)란?
역사상 여러 광신적 집단을 지칭하는 말. 본래는 라틴어로 <빛에 비춤을 받은 것>을 뜻한다. A. 바이스하우프트가 1776년 독일 바이에른(바바리아) 중부의 도시 잉골슈타트에서 창설한 것이 유명하다. 계몽사상의 영향을 받아 자연적 종교·윤리를 수립하고, 이성에 바탕을 둔 종교로써 그리스도교를 대신하려 하였다. 특히 바이에른지방에서는 급격히 발전하여 J.W.V. 괴테 등 유명 문화인도 참가하여 로마교황의 비난을 받았으나 프랑스혁명 뒤 점차 쇠퇴하였다. 에스파냐에서도 16∼17세기에 이런 명칭으로 불린 집단이 생겼으나 분명한 종교를 형성하지는 않았다.

출처 : 야후 백과사전 http://kr.dictionary.search.yahoo.com/search/dictionaryp?fr=kr-search_top&p=%EC%9D%BC%EB%A3%A8%EB%AF%B8%EB%82%98%ED%8B%B0&subtype=enc&pk=17348900&field=id

반가톨릭세력으로 과학에 근거한 반종교집단이었던 '일루미나티'는 그 존재 자체로보다 그 로고, 정확히 말하면 '앰비그램(ambigram)'이 갖는 양면성이 더욱 흥미롭다. 거울역상처럼 글자를 중심으로 좌우상하를 뒤집으면 데칼코마니같은 모양을 드러낸다. 앞서 얘기한 영화의 제목인 'Angel'과 'Demon'과 합일하는 부분이 있어 흥미를 유발한다. 종이 한장차이 같은 angel과 demon이라는 내용을 역설하고 있는 듯하다.

View로 바뀌고 난 다음 첫 베스트네요. ^^
쓰고 나니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지만서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재미있게 잘 만든 영화라는 느낌이 들어서,
이런 테마로 정리해봤습니다.
재미있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