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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의 기록/일상 속 옹알이

[김PD의 옹알이] 김명민은 거기 없었다 : 스타라는 말이 낯선 배우 김명민의 일상생활이 된 노력

090412 / MBC스페셜 '김명민은 거기 없었다' / MBC / 22:45~23:45 /

사진 출처 : MBC


이전에 그의 작품을 봐왔지만, 사실 그는 배우로의 존재감보다는 캐릭터로서의 큰 존재감을 갖는 배우였다.
그러다보니 단 한번도 김명민의 일상이 떠올릴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MBC스페셜 '김명민은 거기 없었다' 속 김명민의 모습은 더욱 생경했다.
배우 김명민조차 낯선데, 스타 김명민은 더욱 그렇다.

더 정확히 말하면, 현장분위기를 위해 다정히 스태프들의 이름을 부르고 안부를 물으며 엷은 미소를 짓는 김명민을 바라보는 것은 조금은 불편할 정도로 완벽한 느낌이었다. 저런 스타는 물론, 저런 배우를 본 적이 없어서 이기도 하고, 어려운 시절을 겪으면서 자연스레 몸에 밴 자기강박증같은 건 아닐건가 하는 다소 비뚤어진 시각이 스멀스멀 피어올랐기 때문일게다.  

하지만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공치사 혹은 자랑처럼 보일 수도 있을 자신의 과거들, 자신의 공채 탤런트 시절, 그러니까 3년간의 회사 출근과 PD들에게 눈도장을 찍던 순수한 자신의 열정을 가감없이 말할 수 있는 순수함을 가진 배우이기에...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는 순간, 제대로된 끼니조차 떼우고 있지 못한 주제에 냉장고 속 가득한 오미자물을 촬영중인 PD에게 건내는 낯간지러움...

사실 자신의 입으로 그런 말을 하고, 카메라를 의식한 것처럼 보이는 그런 행동을 서슴지 않고 하는 걸 보면서 오히려 저런 솔직함이 연기와 촬영장에서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떤 것이 '배우' 김명민에 대한 진실이든, MBC스페셜 속 '배우' 김명민은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다.

어제 '김명민은 거기 없었다'를 보면서 사실, 그의 무명시절의 설움이나 체중감량과 같은 모습이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수많은 배우들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배우들도 많으니까. 추격자의 김윤식도 그랬고, 변희봉 선생같은 분은 주연보다는 맛깔나는 조연으로 브라운관을 누비다 이젠 한국영화 돌풍의 주역이 되셨다. 배우 임창정의 경우도 오랜 무명시간을 거쳤고, 조재현도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렇게 놓고 보면, 안방극장에서 동분서주하며, 기대주의 꼬리표를 오래 달고 있기는 했지만 김명민의 무명시절이 그렇게 특별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체중감량 역시 마찮가지다. 72kg이던 그가 57kg까지 체중을 감량한, 그리고 현재도 계속 감량하고 있는 그의 노력과 독기에 박수를 보내지만, 그 역시 수많은 배우들이 그렇게 살을 찌우고 빼왔다.
'Raging Bull'의 'Robert De Niro'가, 'Cast Away'의 'Tom Hanks'가, 그리고 '공공의 적'의 '설경구', '홀리데이'의 '이성재'가...


하지만 무엇이 그렇게 김명민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일까.
그건 김명민이 스스로의 아우라를 갖고 있지 않은 배우이기 때문일것같다.

'김명민은 거기 없었다' 내용 중 이런 말이 나온다. 
'장준혁, 강마에 신드롬은 있었지만, 김명민 신드롬은 없었다'

그리고 또 김명민은 이렇게도 말한다.
"제 이름이 아니라 캐릭터만 쭉 올라오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김명민은 역할과 연기에 대한 욕심은 그 양을 다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크지만, 빌어먹을 공명심에는 크게 욕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배우이기 때문이다. 어제의 다큐에서 나는 김명민이라는 배우의 진정성을 더 크게 느꼈다.
마치 무대 위에서 자신의 과거를 독백하며 회고하는 배우처럼, 자신의 평소보다 삼분의 일은 줄어든 것같은 한껏 좁아진 어깨로 자신의 무명시절의 설움을 담담히 이야기해나가다가, 체중감량으로 더욱 쾡하니 도드라진 커다란 눈동자에서 닭똥같은 눈물이 떨어진다.
다른 다큐멘터리에서 이같은 감상적인 장면이 나오면, 아마 나는 열의 아홉번은 손발이 오그라드는 낯간지러움에 채널을 돌렸을 것같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김명민의 인터뷰를 지켜보면서는 되려 내가 힘들다고 생각했던 현실이 호사스럽게 느껴졌다. 

얇아진 급여통장, 달라지는 업무 환경, 늘어가는 책임감,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욕심. 
사람은 원래 간사하여, 어떤 상황에서도 만족하고 있을수만은 없지만, '나란 인간 정말 참 호사스러운 고민 중이었구나' 싶다. 

그래. 솔직히 잘 모르겠다. MBC스페셜 '김명민은 거기 없었다'에서의 김명민의 인터뷰와 촬영장면들이 (실제와 다른)정말 그의 계산된 연기든, 정말 그런 것이든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난 그에게 감동했고, 그의 말과 행동에서 진실성을 획득했다. 그게 김명민의 진짜 힘이 아닌가 싶다. 재능을 가진자보다 무서운 노력하는 재능을 가진 자 김명민. 결국은 그 노력하는 재능으로 연기와 행동에 있어 모두 진실성을 획득했다.

이제 드라마에서만이 아닌 영화에서도 그의 몰입도 높은 연기가 보고 싶어진다.
항상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예기치 못한 연기의 카타르시스를 보여주는 김명민이었기에, 그의 행보가 조금씩 더 기다려진다.
그래서 이번 영화 <내사랑 내곁에>에서 주인공을 맡은 '백종우'역이 더욱 기대되는 부분이 있다.
물론, 지금까지 해왔던 가슴에 담긴 응어리를 갖고 있음에도 그런 유약함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더 많은 양의 에너지를 밖으로 내지르며 표출하는 인물들이었다면(강마에나 장준혁이나, 이순신이나)...
이번 영화에서 연기하게 된 '백종우'는 무너지는 현재의 모습을 발산하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보여줘야하는 캐릭터일듯하여, 과연 어떤 모습으로 발현될지 그 모습이 기대된다. 한결 더 섬세한 김명민의 숨결이 덧붙여질 '백종우'라는 캐릭터가 말이다.


지금까지는 영화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어제 다큐멘터리를 통해 만난 김명민의 연기 열정과 노력이라면 커다란 스크린 속에서도 자신의 매력을 담뿍 담아낼 것만 같다.


단언코, 김명민은 절대 스타가 아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는 진짜 배우고, 또 그렇게 우리들에게 계속 기억될것이다.
이순신으로, 장준혁으로, 강마에로, 백종우로... 

그리고 김명민으로...

기쁘네요. 이렇게 오랜만에 다음 블로거뉴스 메인에도 나와보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