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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의 기록/일상 속 옹알이

[김PD의 옹알이] 2009 외인구단 : 제대로 해석된 캐릭터, 기대되는 미래

처음 세상에 공개된지 20년도 넘은 해묵은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이 2009년 TV 드라마로 다시 태어난다.

지금은 식객, 타짜 등의 영화화로 허영만 화백이 이 시대 최고의 만화가가 되었지만,
이현세 화백은 대놓고 이현세를 모방하는 작가들을 양산할만큼의 사회적인 영향을 일으킬 정도로 대단한... 솔직하게 우리나라의 지금 현재 만화계가 있게 한 장본인이다. 김수정 화백이 우리나라 명랑만화에 있어서 공헌한 바 크다면 이현세는 성인만화의 지평을 탄탄하게 만든 만화계에 있어서, 문화계에 있어서, 그리고 사회적으로 정말 대단한 만화가였다.
그의 영향력이 어느정도였냐하면...

아이큐 점프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주간 만화 잡지가 생겨났을 때 그 만화 잡지에서 가장 크게 홍보했던 내용 중 하나가, 이현세의 '아마게돈'을 주간 연재한다는 것이었다. 
보물섬과 소년중앙 2강 체제의 월간 만화 잡지 시장에 혜성같이 나타난 '아이큐점프'는 당시에는 정말 파격적이었던 매주 50P이상에 달하는 이현세 화백의 연재를 매주 볼 수 있음을 크게 홍보했을만큼, 주간지라는 그 방식도 획기적이었지만, 이현세의 영화를 매 주 마음졸이며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독자들에게는 정말 행복한 일이었다. 그때의 감정은 지금 생각해도 참 행복했었다.

하지만 2009년 지금.
이현세의 '공포의 외인구단'이 TV 시리즈로 다시 리메이크된다고 했을 때, 예전 단행본으로 '공포의 외인구단'을 너무 좋아했던 당시 열혈 독자의 입장으로는 이 멋진 작품을 어떻게 만들어낼지 우려가 앞선던 것이 사실이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매 순간 마음 졸이며 지켜봐야했던 만화의 감독을 TV에서 다시 느낄 수 있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오늘. 2009년 5월 2일.
2009 외인구단 1회가 오늘 첫 방송을 시작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1회는 기대를 뛰어넘을 만큼 너무너무 재미있었고 그 재미의 근간에는 두 가지 요소,  이현세 화백이 창조해낸 드라마틱한 캐릭터와 원작 캐릭터에 대한 충실한 분석한 연출에 있다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드라마 <2009 외인구단>을 보면서 감독이 가장 공들여 캐릭터 분석한 캐릭터는 '백두산'이었다. 대부분의 시청자가 알고 있을 스테레오 타입적 과거를 지닌 인물 까치 '오혜성'과 그의 라이벌 '마동탁', 그리고 오혜성을 사랑한 여인 '엄지'. 이 세명에 대한 설명이 오늘 1회의 내용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대중들이 기억하고 있는 백두산의 캐릭터를 조금 뒤트는 듯한 연출이 눈에 들어왔다. 기존 시청자들에게 '백두산'은 오혜성의 묵직한 공을 받아내 줄 수 있는 '까치'의 오른팔같은 무조건적 충직한 캐릭터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김PD가 생각한, 그리고 드라마 <2009 외인구단>의 감독이 분석하고 그려낸 백두산의 기본적인 캐릭터는 소심하기 그지없는 그런 인물이었다. 혜성이의 열정에 도움되는 일이라면 무조건 할 수 있는 캐릭터로 성장하기 위해, 혜성이의 아버지를 바다로 내보내는데 '기여(?)한' 소심한 백두산의 면모와 실수를 잘 그려낸 부분이 정말 많이 눈에 들어왔다. 이후, 백두산이 오혜성의 공을 받아내면서 자기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그래서 오혜성에게 가장 믿음직한 친구가 되고, 그를 따라 지옥같은 외인구단에 합류하게 되는, 오혜성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인물로 성장할 것에 대한 개연성을 단 1회분량의 드라마 속에서 그것도 짧은 1분여의 장면만으로 설득력을 부여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너무 당연하지만, 오혜성과 마동탁의 관계를 어린시절부터 켜켜히 공들여 쌓아나감으로써, 앞으로 벌어질 둘의 대결과 끝나지 않을 애증관계에 대한 설득력을 짧은 시간만에 획득해버린 감독의 탄탄한 연출력에 감탄하게 만들었다.

1986년 개봉한 이장호 감독의 '외인구단'이 정확하게 생각나지는 않지만, 만화의 팬이 아니라면, 완벽하게 몰입하기 힘든 관계에의 설정과 따른 전개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영화의 특성 상, 그들의 어린시절 이야기보다는 '외인구단' 멤버들 개개인의 인생사를 납득하기 쉬운 수준으로 단순화했고, 마동탁과 오혜성, 엄지의 관계를 최대한 단순한 삼각관계로 그렸었다.

하지만, 드라마 <2009 외인구단>에서는 그 관계에 대한 설명을 위해 1회차를 할애했다. 덕분에 복잡하진 않지만, 앞으로 진행될 세명의 관계에 대한 설명과 이해를 간단히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오혜성 역할을 한 아역배우 '백승도'는 강렬한 눈빛과 연기는 앞으로 '윤태영'이 오혜성을 연기하면서 가져가야할 짐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만큼 훌륭했다.

이제 <2009 외인구단>에는 더 많은 다양한 사연을 가진 캐릭터들이 등장할게다. 100원짜리 야구 배팅머신에서 찌그러진 알루미늄 배트를 든 모든 초중고등학생은 양손이 아닌 한손으로 타격을 했을만큼(그 자세로 안타를 치거나, 홈런을 치게 되면 그는 바로 신이 되었다) 외팔이 신드롬을 일으켰던 최관, 혼혈의 아픔을 가진 하국상, 작은 키와 두꺼운 안경을 끼고 좋아하는 여성에게 차인 최경도 그리고 오늘도 잠깐 나왔지만, 프로야구팀 최고 감독이었다가 스파르타식 지도방식으로 결국 현직을 물러나게 되는 드라마틱한 감독 손병호감독까지... 캐릭터 내용 참고 : http://blog.naver.com/uptoboys/60021683547
(더불어, 1980년대 한시대를 풍미했던 청춘스타 '김세준'의 출연은 당시, 영화팬들을 위한 감독의 팬서비스가 아니었나하는 생각도 들만큼... 의외였고, 또 적절했다. )
이현세 화백이 만들어낸 20년도 넘은 정말 다채로운 캐릭터들이 브라운관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큰 기대된다. 또한 첫회를 통해 느낀 드라마 감독의 원작에 대한 이해도와 연출력으로 봐서는 앞으로의 <2009 외인구단>은 정말 기대가 된다. 이제 단 1회 방송되었을 뿐인데 성인연기자들에 대한 걱정이 되는 부분은 있지만 그들의 연기만 뒷받침되어준다면, <2009 외인구단>은 상상할 수 없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을거라 본다. 

물론 20년이 넘는 시간의 간극을 뛰어넘긴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20년도 넘는 그 시절의 <공포의 외인구단>, <이장호의 외인구단>을 기억하는 팬들은 물론, 전혀 다른 시선으로 <2009 외인구단>을 바라볼 시청자까지 끌어안을 수 있다면, 그 성공은 당연하지 않을까 싶다.


<공포의 외인구단>이 나왔을 1982년 시절을 생각해보면, 전두환이 3S정책의 일환으로 프로야구를 만든 시기이다. <공포의 외인구단>은 잘 짜여진 매끈한 프로스포츠로서의 야구를 포장하는 것이 아닌 아마추어리즘과 개인적인 감정에 충실한, 패배자들의 성공을 일굴 수 있는 공간으로 '프로야구'를 그렸다. 28년의 시간이 흘러 2009년. WBC의 준우승의 여파로 야구는 13년만에 최단시간 100만명관객 돌파를 이뤘다. 20년이 넘는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려고 하는 즈음 등장한 <2009 외인구단>은 힘든 1986년 그때에 희망이 되어주었던 그런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면 너무 큰 기대일까.

매주 토요일 일요일밤 10시 40분. 예전에는 그 애매한 시간에 CSI를 보기 위해 기다렸었다. 이제는 <2009 외인구단>을 기다리며 행복한 주말 시간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