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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의 기록/일상 속 옹알이

[김PD의 옹알이] 바보 노무현의 그다운 죽음...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바보 같았던 노무현.

단 한순간도 자신을 굽힐 줄 모르는 바보같았던 노무현.

내 기억 속 노무현은 그런 순수한 민주투사이자, 세상의 행복을 바라는 행복한 정치인이었습니다.

그의 바보같은 죽음이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네요.

드라마틱한 정치역사와 삶을 살아왔던 그답게... 그는 영화같은 죽음으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먹먹한 정신으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꿈만같던 2002년의 그날이 떠올라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바보처럼, 부산과 종로에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반복하던 노무현이 그 누구도 예기치 못한 민주당내 경선에서 승리하고, 이회창을 이겼던 그 순간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세상의 정치가 이렇게 재밌을 수 있으며, 왜 민주주의가 국민의 참여로 이뤄져야하며, 그 방법은 적극적이며, 다양할 수도 있다는 걸 알려준 바보같은 노무현.

자기가 진심으로 다가가면 자기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모을 수 있을거라 믿은 순수했던 바보 노무현.

내손으로 이뤘던 민주주의. 그래서 더 컸던 실망과 현실정치에 대한 수긍.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나갈 수 있는 소극적 원동력을 갖게 해준 노무현.

노무현. 봉하마을에서 밀짚모자를 쓰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듭고, 행복한 미소로 담배 한 개피를 피우던 노무혐.

이젠 그를 볼 수 없네요.

봉하마을은 나와 아내가 차를 사면 내려갈 첫번째 여행지였는데... 이젠 그 여행이 조문이 되겠네요.

가슴아프고, 너무 놀라 눈물조차 나오지 않고... 그가 그렇게 어려울 때 그의 근황을 뉴스에서 제 3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방관했던 내가 비겁하고, 그에 대한 나의 마음이 너무 아립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마주하는 것이 자신의 스스로의 고통보다 힘들었던 그 사람.

그래서 80년대 대우 노동자사건을 자기일처럼 뛰어들 수 있었고, 국민이 상처받고 괴로워하고 있다는 걸 알았기에, 명패를 집어던지며, 청문회에서의 일갈을 할 수 있었던 거였겠지요.

순수한 민주주의의 결정체같았던... 그.  이젠 그가 느껴왔던 세상의 고통을 그가 다 짊어지고, 고작 30미터 돌바위 아래로 몸을 던졌네요.

굳이 그의 죽음을 고결한 순교로 포장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진중권의 말처럼 우리나라 정치역사에서 가장 매력적이었던 정치인.

그리고 민중과 국민을 진심으로 사랑했고, 세상을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이 얼마나 중요하고, 또 그런 시각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알려준 그 사람.

인간으로서 따스한,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할 줄 알았던 인품을 가진 선배의 바람같은 죽음에 뛰는 심장이 잦아들지를 않습니다.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사랑했습니다.

당신덕분에 세상이, 한국이, 한국의 민주주의가 참여민주주의이며, 행복한 삶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을거란 희망을 갖고 살게 되었습니다.

부디, 당신이 믿었던 그 신념이 비뚤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나마 알았으면 합니다.

헛되지 않은 당신의 죽음, 당신이 죽음을 이렇게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그렇게 쉽게 던져주지 마시지...

후...

답답한 마음에 당신의 영정앞에 고이 따른 술 한잔 올립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바보같은 당신의 평안한 안식을 바랍니다... 훠이... 훠이...


노찾사 - 동지를 위하여...
(저작권 위반에 대한 내용은 알고 있으나, 국민장이 치러지는 동안은 이 음악 사용을 허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국민장을 마치면, 음악은 내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