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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의 기록/일상 속 옹알이

[김PD의 옹알이] <무한도전>, 이젠 재밌어서 보기보단 그들의 '도전'이 부러워서 본다.

오늘 <출발 비디오 여행>에서 영화 <Revolutionary Road>를 소개하면 한 장면을 보여주는데, 가슴에 와닿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대사 한마디가 있었다.
'난 가족과 우리의 행복을 위해 매일마다 지옥같은 10시간을 견뎠어' 
그렇다. 우리는 가족을 부양하기위해 돈을 벌기 위해, 사회생활을 하며 지내는 삶은 즐거운 부분이 있지만 매일마다 루틴하게 진행되며 반복적으로 공장의 부속처럼 일한다.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한 현대사회라고는 하지만 결국 우리는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요소일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무한도전>이 참 좋다. 유사 리얼리티인 '패밀리가 떴다'와 '1박2일'이 높은 시청률과 더 큰 재미를 주고 있더라도 6명의 독특한 캐릭터들이 펼쳐내는 좌충우돌 도전기는 삶의 페이소스를 전해주고 그들이 극복하는 별 것 아닌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들은 큰 카타르시스를 전해준다. 물론 별 생각없이 '아하'를 외치며 mt에 온것같은 놀이를 하기도 하고 학창시절 친구들과 마냥 도란도란 모여앉아 자신들의 개인 신변잡기를 떠들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런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주던 무한도전이 어느샌가 부러움을 느끼게 하는 프로그램이 되어가고 있다.

자아를 찾기 위해 '인도'로 떠나거나, 황사 방지를 위해 중국으로 넘어가 나무도 심고 온다.


어느샌가 콘서트를 펼치기 위해 악기 하나씩 배우는 것은 이제 연례행사처럼 되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원정응원은 물론 중계방송에도 참여한다.


유명디자이너의 패션쇼 런웨이에 서는 영광도 누리게 된다.
그러고는 반짝이 옷을 입고 볼룸댄스 룸바, 지루박, 차차차 등을 배우더니 급기야 전국대회에도 출전한다.


에어로빅으로 나이 30이 넘어 전국체전에 출전하여 메달을 따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러더니 결국 지난 주, 그들은 '봅슬레이' 국가대표가 되겠다며 선발전에 출전한다. 


이게 어제까지 벌어진 무럽기 그지없는 <무한도전>의 도전들이다.

'평균이하의 6명의 연예인들'벌이는 '평균이하'의 미션 수행능력을 보면서 웃는 슬랩스틱이 기존 <무한도전>의 재미였다면,
지금은 '우리와 같은 일반인'이 '우리들은 엄두도 낼 수 없는' 미션에 도전하는 그들을 열심히 응원하게 되는, 그들의 미션 수행을 해내는 순간의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개념으로 전혀 바뀌었다. 그렇게 <무한도전>은 기존 컨셉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점점 미션의 강도와 진지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며 느끼는 재미의 개념을 '대리만족'과 '응원'의 개념으로 확장하고 있다. 마치 특정 구단의 팬없이 보던 축구경기에 팬이 생긴 축구경기를 보게된 느낌이랄까. 예전엔 <무한도전>의 승리에 관계없이 그들이 재밌었지만, 이젠 그들이 꼭 '미션'을 수행해주길 바라는 간절한 바람과 함께 프로그램을 보게된다. <무한도전>을 보고 난 후, 새삼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시간을 쪼게 악기연주를 배우거나, 골프실력을 가다듬고자 마음먹게 된다.

아마, 프로그램이 지속되는한은 무한도전에 대한 시청자들의 비판과 다른 방송과의 비교는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의연하길... 어제 본 <봅슬레이편>에서의 최선을 다하는 미션에서의 진심과 <무한도전> 초창기부터 유지되어오던 '캐릭터'유머와 멤버들간의 티격태격 바보스러운 몸놀림도 여전하니 말이다. 

직장인인 나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어가는 무한도전. 이젠 그저 <무한도전>만 믿고 가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