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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의 기록/일상 속 옹알이

[김PD의 옹알이] MBC <100분토론> 400회 특집 Part 1 : 똥색이든 빨간색이든 선명한 것이 보기 좋다



<100분토론> 400회 특집으로 김제동이 패널로 출연한다는 기사를 어제 아침 인터넷에서 접하고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집에 돌아와 TV를 보고 있는데 불만 제로가 끝나고 뜨는 next <100분토론> 400회 특집


평소 <100분토론>의 열혈 시청자는 아니지만, 400회만은 조금 무리해서라도 보고 싶었다.
화려한 출연진들의 면모는 가슴설레게 할만 했다.


유시민 前 보건복지부 장관
나경원 한나라당 국회의원
전병헌 민주당 국회의원
제성호 중앙대 법대 교수
진중권 교수
전원책 변호사
신해철 대중 가수
이승환 변호사
김제동 방송사

개인적으로 잘 모르는 이승환 변호사를 제외하곤 어디서 말 잘한다는 소리깨나 들으신 분들 라인업이다.

이번 100분 토론 보면서 느낀 개인 코멘트

1) 한나라당, 민주당 의원 나경원, 전병헌 의원
양당 대표로 나온 나의원과 전의원은 솔직히 토론을 하러 나왔다는 생각보다는 각당의 입장을 옹호하기 위한 조심스러운 태도를 견지할 수 밖에 없었으니... 순전히 대표성으로 나온 패널들.

<출처 : MBC 영상 캡처>

나경원 의원 
:  정부여당에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을 미모와 특유의 애둘러 막기 신공을 펼치시느라 고생하셨다. 좌측 패널의 공격에, 우측인 전원책 변호사의 버럭에 특별한 반박없이 KO당하며, 전체적인 정부여당 이미지 개선에 실패. 한나라당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느낌보다 한나라당의 얼굴마담을 내세워 국민들에게 좋은 이미지 메이킹을 하기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느낌. 홍준표의원이 있었으면 조금 더 치열하긴 했겠다. 그러다 전원책변호사와 홍준표의원이 싸울수도 있었겠지만...
광우병 문제를 소통의 문제로 재규정한다든지하는 정당의 입장을 대외적 평가와는 다르게 규정하는 포장력은 훌륭했다.
표정관리하며 웃다가 표정이 순간순간 굳어지고 발끈하는 걸 보면 조금 더 내공을 쌓을 필요가 있을듯하다.
게다가 오늘 머리를 너무 띄우고 와서 조금 부담스러운... 얼마전 베스트드레서로 뽑히기도 했던 분이... ^^; (이걸로 사이버모욕죄 걸리진 않겠죠? 모욕감 느끼시지 않았으면...)

전병헌 의원
: 별로 좋아하지 않은 패널.  허허실실로... 어쩌면 야당에게 비판의 화살이 돌아올지도 몰라서 전전긍긍하시는 느낌 역력... 
이미지 메이킹이 중요한 상황이 아니다. 민주당 역시 겸허하게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야한다는 자숙적인 태도적 변화없이는 힘들다.
자신의 색깔도, 가뜩이나 생각없는 정당으로 인식되고 있는 민주당의 어설픈 아마추어리즘이라는 비판을 고스란히 끌어안고 갈 수밖에 없는 자세. 솔직히 그런 뜨뜨미지근한 태도와 자세로는 전혀 답이 없어 보인다. 전의원도, 민주당도...

민주당이 제1야당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으나, 강기갑 의원이 출연하여 강기갑 - 진중권 - 유시민 버럭 트리오가 함께 나와서 전원책 변호사와 맞불로 이야기할 수 있었다면.. 재밌었을 듯하다. 아, 나경원의원이 아닌 전여옥 여사가 나왔어도 재밌었겠다. 어제 이름도 몇번 거명되신 분이시니...


2) 좌측패널
좌파(!) 세력 최강 라인업으로 판단되는 진중권-유시민 콤비에, 말발과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운 가사로 16년간 독설을 키워오신 키높이 신해철옹, 말로 일어선 김제동님까지...

<출처 :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linkid=4&articleid=20081219122326498b6&newssetid=1352>

유시민 전 장관
: 표독스러우리 만치 날카로운 외향과 딱딱 떨어지는 어휘선택과 태도로 모든 패널들을 긴장시키던 유시민스러움은 많이 사라진...
본인은 자숙하는 기간이라 정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던지기보다는 태도적인 측면에서 부드러움을 강조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 토론태도. 그런데 왜 난 유시민 전장관의 그런 태도들에서 '색깔있는 차기 대권 후보로서의 균형감을 갖추기 위한 이미지 메이킹이라는 생각이 들었을까.
물론, 정부의 방송장악부분이라든지, DJ의 3대붕괴론을 이야기할 때에는 예의 핵심을 찌르는 날카로움이 언뜻언뜻 드러났지만, 기대하는 바에는 다소 부족했었던 듯. 아마 기대치가 너무 컸었기 때문이리라..

진중권 교수
: 개인적으로 진교수의 시원시원함이 좋지만, 뭐랄까 이젠 화법자체가 지나치게 비아냥이 되어버린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그런 명확함이 그를 돋보이게 하는 단초이긴 하다. 근거를 조목조목 따져주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자신의 논거는 정확하게 피력하는 그인데 그런 부분이 태도적인 측면으로 덮어져 눈에 띄게 드러나지 않았을 것같은 아쉬움은 있다.
 물론 그런 태도적인 측면에서 오는 상대방에게 모멸감을 느낄 정도로 심하게 말하는 것이(심지어는 말이 끝날 때 볼펜을 집어 던지는 것까지...) 그의 토론 태도의 전매특허이긴하다.
버라이어티쇼 방식으로 진행된 400회 특집 방송에서 시청률 견인에의 책임감을 느끼신 듯 특유의 비아냥 신공을 선보이며, '진중권식 호통 버라이어티'를 리딩하는 유재석같은 느낌이었다. 또한, 전체적으로 토론의 맥을 읽고 흐름에 맞춘 논조를 견지하려는 태도는 유시민과 전원책, 진중권외에는 없었다. 당리당략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어서 그랬던 것일까. 그런데 제성호교수는 왜그런것인가. 아... 그는 새로운 빛이지... 이제 고소영이'뉴고소영'으로 변화해야하는 것인가.

신해철 옹
: 사실 난 그의 말발이 먹히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전히 말발은 살아있더라. 아주 훌륭한 논조를 갖고 세련되게 말하는 스타일이 아닌 자신의 기준을 명확히한 조롱섞인 비판과 짐짓 여유있어보이려는 태도는 높이 살만하다. 빨간 재킷과 검은 장갑 패션, 보잉 선글래스로 어쨋든 자신이 해야할 역할을 명확히 알고 출연한다는 점에서 신해철옹은 정말 좋은 패널이다. 특히 독기품은 목소리로, '비와 동방신기가 유해매체가 아닌 국회를 청소년 이용 불가 지역으로 선포해야한다. 19금'이라고 말한 대목은 세상이 하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을 공중파에서 터뜨려줘 속 시원했다. 다만, 역사교과서 문제로 나름 잘 이야기하고 있던 신해철옹이 말문막힌 건 살짝 옥의 티. 본인도 생각한 만큼 안돼서 살짝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그래도 진중권 중심의 '호통 버라이어티'에서 '유머를 담당하신' 해철옹이 시청률 견인에 큰 몫을 했다.

김제동 님
: 그는 바른 말을 하는 스타일이다. 버라이어티에서도 너무 바른말을 하는 정치적 올바름을 강조하는 듯한 태도는 2008년 그의 하락세의 원인이 됐다. 토론회장이 자신을 어필하는 자리는 아니겠지만 꼭 정치적으로 올바른 이야기를 해야하는 자리도 아니지 않은가. 시민논객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던 그의 패널선정의 태생적 한계는 알지만 조금은 더 제 목소리를 내보는 것은 어땠을까 싶다.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태도는 방송인으로서의 자세도 토론자로서의 자세도 아닌 것같다. 예의바른 아랫사람으로는 좋겠지만...
단, 얘기할 때는 의연하게 자신의 논리를 설명하는 그의 화법은 참 좋긴하다. 그가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진다.


3) 우측패널
발언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한 느낌. 실제로도 좌측 패널들이 많은 얘기를 했었으니... 이런 부분은 손석희아나운서가 조금 더 중립적이었어야하지 않았을까. 물론 제대로 말을 못하니까 그런 것도 있지만...


<출처 : MBC 방송 영상 캡처>
제성호 교수
: 제성호 교수는 내가 싫어하는 패널이다. 논점을 흐리고, 원칙을 강조하는 척하면서 자신의 이념에 맞춘 유리한 원칙만을 강조한다. 그가 강조하는 헌법에 대한 부분, 그리고 그가 강의 하는 국제법, 법조인은 이렇게 하는 법을 교묘히 이용하고 있는지를 가르치는 사람 같아. 사례와 논리, 근거로 밥벌이해야하는 법학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근거를 조작하고, 자신에 맞게 교묘히 해석하는 행태가 맞는 것인가. 그가 대표로 있는 뉴라이트의 역사 교과서에 대한 부분도 진교수가 근거로 이야기한 뉴라이트 소속 '비전문' 역사담당자의 교육은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에, 왜 그는 그것은 단 한명의 이야기일뿐 뉴라이트 전체의 뜻이 아니라는 식으로 거짓말을 하려는 것인가. 사실을 덮어두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그럼 나오지 말아야지. 왜 이 사람이 지속적으로 토론회에 나오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전원책 변호사
전원책 변호사가 했던 기억나는 토론은 EBS 토론카페에서 벌어진 알파걸(http://eq.freechal.com/flvPlayer.swf?docId=26916792) 토론. 전원책 변호사에서 '버럭원책'이라는 별명을 지어준... 토론을 잘 해서라기 보단 자신이 갖고 있는 보수사상의 기준이 명확히 서있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많은 재미를 선사한 인물. 자신을 스스로 보수, 우파라고 이야기하는 전원책은 자신의 위치와 책임에 대한 사명감과 일관성을 갖고 토론을 주도한다. 일관성이 있으니 대통령과 정부여당도 까고, 좌파도 까고... 까도 근거가 있으니 할말이 별로 없다. 정말 그의 일관된 태도는 경이롭다. 정부의 아마추어리즘, 헛발질을 이야기하는 전원책. 그의 태도에 팬이 될 것 같다.

이승환 변호사
: 그렇게 히마리 없이 말하는 사람. 사람을 지치게 한다. 인상적인 코멘트 없었다. 논리를 알 수 없다.

개인적인 견해. 내가 워낙 편향된 시각을 가진 사람이니 어쩔 수 없다. 개인평가이니까.
적어도 똥색이든 빨간색이든 분명한 것이 좋다. 
그게 이번 100분 토론 400회 특집을 보면서 느낀 점이다.

100분 토론 애청자는 아니지만 적어도 올해, 5~7월간은 가장 열심히 100분 토론을 시청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문제로 들끌었던 그 5~7월의 촛불이 아직도 남아있는 듯한데, 어느덧 찬바람 부는 겨울이 왔다. 촛불은 꺼졌고, 미국산 소고기를 먹고 있는데 아무일도 없다고 촛불이 잘못된 정보로 만들어진 여론 선동이었다고 속단하는 이야기들이 어제도, 그리고 속속 나오고 있다.
오늘 뉴스에 영국에서 또 다른 광우병이 발병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광우병은 아직도 진행중이다. 10년이 지난 영국에서 100여명의 사망자를 내고도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렇게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결국 또 발병한 광우병이다.
나도 그 사이 모든 사실을 망각한 망각의 동물이다. 광우병 소고기를 먹지도 않았는데도 이렇게 기억을 잃어간다. 사람들은 결국 좀비가 되어간다. 촛불은 사그라 들었지만 그 의미만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머리보다 몸이 먼저 기억할테니...

세상을 보는 눈을 조금씩 망각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100분토론의 존재는 수면을 취하려는 나를 일깨우는 각성제같은 역할을 한다. 어쩌면 단기적으로나마 내가 지성인이 된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환각제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100분 토론>의 400회 특집을 축하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