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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스런 시선/Movie

<부당거래>의 불편한 현실 속에서도 배워야할 사회 생활 지침서

사회 생활을 시작한지도 어영부영 10년이 되어간다.
술에 잔뜩 쩔어 옷가지도 제대로 벗지 않고 잠들었던 다음날도, 어김없이 휴대전화 알람에 잠을 깰 수 있는 부속품같은 직장인
업무에 대한 요령은 늘어가지만 비전과 열정은 사그라드는 나이. 
영화 <부당거래> 속 현실은 부조리하다고 비판할 수만은 없은 내 일같은 측은함과 자기연민에 빠지게 하는 영화다.
주양검사(류승범)이 수사관에게 날리는 직설적인 대사는 동료들에게 던지고 싶고, 또 내가 듣는 말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김PD가 영화 속 사실을 부조리하다고 비판만은 할 수 없는 기묘한 현실에 부딪히는 순간,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하는 영화 <부당거래> 속에서 사회생활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다.


1. 일하는데 왠 박애주의. 필요한 건 '자기중심적 사고' : '경찰이 불편해하시죠. 경찰이 불편하시니까 소송하지마!!!'
- 주양검사가 경찰에서 진행하는 내용 알아보라고 수사관에게 지시하자, '경찰과 검찰의 불편한 관계를 고려해서..'라고 하자, 주양검사는 이렇게 말한다.
'경찰이 불편해하시죠. 경찰이 불편하시니까 소송하지마!!!'


회사에서 일하다보면 비슷한 일을 겪는 건 부지기수이다.
같은 회사이지만 껄끄러운 부서에게 무언가 부탁해야할 때도 괜히 눈치보게 되는 경우도 있고,
김PD같은 경우, 많은 브랜드들과 함께 일하다보면 부득이하게 동종업계 동종브랜드들과 동시에 일을 진행하게 되는 경우도 태반이다.
모두 다 중요한 광고주이고, 소중한 업무 파트너이지만 양쪽과 함께 일하는 건 불편한 게 사실이다.
양다리 연애하는 사람의 심정이 이해될 정도이니 말이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자기 위치에서 나름대로의 껄끄러운 사람에게 부탁하고, 쉽지 않은 부서와의 협업 등 난재가 떨어졌을 때 고민한다.
그래서 간혹 업무에 익숙치 않은 후배들은 상대에게 우리에게 필요한 자료를 타부서에 요청해서 받아오라고 했을 때, '지금 바빠서 안된답니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1초도 지나지 않아 돌아오는 대답은 간단하다.
'나도 바빠. 지금 당장 알아와. 안되면 언제까지 할 수 있는지라도 알아와'

회사는 정글이고, 사회생활을 서바이벌 게임이다.
팀원과 파트너간의 배려는 필요하나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본인이 처리해야할 '일'을 하기 위해서 이기적이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상대방의 거절은 의례적인 수순이다. 그에 좌절하거나, 할 수 없게 되었다고 일을 시킨 사람에게 돌아와 '안된다는데요'를 반복하는 건 어리석은 행동이다. 거절을 긍정으로 변화시키는 건 능력이고, 거절에 덧붙여, 가능한 시간을 알아오고 그걸 nego하는 거나 대안을 찾아오는 건 기본 스킬이다.

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일은 되게 해야하는것이고 plan A가 실패한다면 바로 plan B를 제시할 수 있어야 인정받을 수 있는 직장인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글을 내가 쓰고 있으니까 너무 웃긴다. 나나 잘하세요;;)

2. 연애에만 밀당이 있는게 아니다. 적절한 응대는 능력을 만든다 :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줄 알아요'

- 갑과 을의 관계에서 내가 을이라고 했을 때 무조건 을이 갑의 말을 들어야하는 건 아니다.
돈으로 굴러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내는 광고주, 계약관계에서의 주도권을 갖고 있는 쪽은 분명 갑이지만, 법조항상 갑과 을을 상호를 구분하기 위한 명칭일 뿐 그 신분 지휘에 고하는 없다.
갑이 요청하는 일을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을의 역할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일을 의무처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도록 일하는 것은 조금 미련한 짓이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내가 하는 일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순간 갑은 항상 더한 것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당한 수위의 밀당, 협상이 필요하다.

내가 하는 사소한 것 하나도 '실무 담당자인 내가 공들여서 따낸 수확물'이라는 사실을 인식시켜야한다. 물론, 쓸데 없는 생색내기가 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려면 한결 더 세련되고, 자연스러워야한다. 상대에 따라 그 방법은 조금씩 달라져야겠지만 본질은 내가 한 일이 '당연히 그가 받아야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무리한 요구에 응대하는 방법은 더욱 어렵다. 요구를 안들어주면 일이 틀어질 것같고, 요구를 들어주기에는 나와 우리 회사의 손해가 너무 클 수 있다. 자 여기서 대입해야하는건 바로 '자기중심적'사고.
먼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사안인지를 파악한다. 감당가능하다면 nego에 돌입한다. 모든 요구를 한번에 다 들어주면 그 역시도 권리가 되니 주의해라.
동대문쇼핑 흥정하는 것과 같다. 놀이터에서 흙쓸어담기 놀이하는 것과 같다.
먼저 내미는 카드가 합리적이되, 내가 가져갈 수 있는 최대한의 운신의 폭을 가져야한다. 그리고 수위를 조절한다. 무리한 요구가 계속되면 윗선으로 올리는 것이 맞다. 괜히 끙끙앓는 시간 길게 갖지 말고 말이다. 그런 후, 내가 할 수 있는한 최선을 다해 당신이 이 모든 risk를 껴안고 윗선에 요청하겠다고 해야한다. 그게 바로 생색내기.
상대방도 다 알고 있다. 동업자정신으로 이해해줄 뿐. 너무 어려운 상대이고, 내가 감당가능하지 않다면 빠르게 윗선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현명하다.

내가 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인식시켜야한다.


3. 쓸데 없는 자존심. 개나 줘버려. : 나랑 쓸데 없는 라이벌 관계 만들지마.
- 사회 생활에 필요한 건, 일을 잘 하기 위해 필요한 건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지, 내가 대단하다는 '자존심'은 아니다.
누구나 일을 하다보면 자신의 능력에 대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도 갖게 된다. 그건 일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그럴 때 쓸데 없는 자존심이 항상 문제를 일으킨다.

갑과 을 관계에서는 물론, 팀내에서의 팀장과의 갈들, 팀원 선후배들과의 갈등은 그런데서 시작된다. '내가 가장 잘났다'는 자존심.
조금 억울하지만 사회생활은 군대생활과 같다. 계급장 떼고 싸우는 곳이 아니고, 계급장 달고 싸우는 동네란 뜻이다.
회사에 먼저 들어오는 게 장땡이고, 직급체계는 무시하라고 만들어놓은게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라.

외부와의 거래, 응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사실 일을 하다보면 별의 별 사람들을 다 만나게 되는 게 사실이다.
무조건 해달라고 요구하는 사람.
나이는 한참어린데 갑이라고 반말하는 놈.
일인데, 촬영하다가 기분 틀어졌다고 집에 가는 출연자.

개인적인 자리에서라면 귓방망이 날려도 100번은 더 날렸을 그런 상황들이지만, '일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일단 자존심을 접고 해당 내용을 수습하는 것이 더 우선이다. 애꿎은 자존심 때문에 크게 한방 날렸다가, 나중에 옷벗고 무릎꿇고 울면서 사과하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니... 이점 유념할것. 

사실...  더 많은 사회 생활의 실질적인 팁들이 들어있다.
보다보면 단순한 영화로만 보이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고 영화속 현실을 비판만 할수만도 없을것이다.
주양검사의 입에서, 최철기 반장의 표정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자화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어줍잖은 이 리뷰를 쓰는 지금에도...
난 과연 사회생활을 잘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그로 인한 자괴감도 함께 몰려올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