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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스런 시선/Movie

[김PD 영화보기] <방자전>까지마라 : 노출 논란과 춘향 비하 논란을 잠재울 기발한 상상력

20100605 방자전 @ Cinus Picadilly

* 뒤늦은 리뷰가 뒷북이 되지 않기를..;;

조여정의 파격적인 노출로 지난 주말 흥행 랭킹 2위에 오르며 순항을 시작한 <방자전>은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춘향전>의 또 다른 해석이다. 이미 '은조야'를 읊조리게 하는 힘으로 수,목 안방극장을 평정한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가 동화 <신데렐라>의 재해석인것처럼 <방자전>도 관점의 변화와 위트있는 재해석으로 더욱 큰 흥행을 노린다. 물론, 조여정의 파격 노출이라는 좌중에 회자될만한 좋은 마케팅 거리도 등에 입고 말이다.

미화 속 에로틱한 느낌을 잘 살린 세련된 포스터


1.<춘향전>은 변형되어서는 안되는 불가침의 성역은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춘향'은 현실의 인물이 아니다. 누가 뭐라해도, '춘향전'은 픽션이고, 그를 대중들에게 현실인냥 홍보하고, 절개의 상징으로 추앙하는 건 어찌보면 남원골의 얄팍한 상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춘향을 절개의 상징으로 삼으며, 춘향제를 열어 그를 기리고 열녀문을 세워 남원골을 절개의 고장으로 포지셔닝하는 지자체의 의지에 반기를 들 이유는 추호도 없다. 사실에 반대할 뜻도,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 '춘향이 실존 인물이다, 아니다'가 중요한 명제가 아니니 말이다.

더욱 중요한 건 과연 <춘향전>은 현대적으로 해석될 여지도 없고, 절대적으로 보호받아야하는 문화적 불가침 성역은 아니라는 얘기가 하고 싶을 뿐이다.

수많은 고전 문학작품들은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 영상매체, 영화, 드라마 시리즈를 통해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변형되면서 원작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서두에 얘기한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 역시, 현대인에게는 꿈같은 동화인 여성의 판타지 속 악역을 현대적 재해석을 통해 극적인 재미를 주고 있다. 얼마전 극장에서 개봉했던 팀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역시 기괴한 상상력으로 재해석되어, 원작이 갖고 있는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하여 또 다른 재미를 주었다. 사랑 이야기의 대명사같은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역시 수많은 코미디프로그램에서 패러디되고 재해석되며 원작의 가치가 더욱 높여졌을 뿐 아니라, <로미오와 줄리엣>과 같은 '셰익스피어'의 원작들은 현대적인 재해석으로 인해 불멸의 생명력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2. 훼손되는게 두렵니, 잊혀지는게 더 두려운거야
문학이 두려운 건 작품이 훼손되는 것보다 대중으로부터 잊혀지는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솔직히 판소리 <춘향전>을 들어본 사람이 몇이나 될것이며, <춘향전>을 책으로 읽어본 사람이 몇이나 될것인가. 십중 팔구 TV속 코미디 프로에서 패러디된 정절에 관련된 코너 속이나,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을 본 사람이 대부분일것이다. 아니면 뉴스 속 '춘향제' 관련 기사 정도.

요즘 시대 잊혀져 가는 가치인 '정절'의 상징이라는데에서는 의미가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춘향제' 역시 미스코리아 대회같은 미인 선발대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수라면... 단순히, <춘향전>을 보호하고, 기존의 가치를 기존의 방식으로만 가꿔나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렇게 <춘향전>을 조금씩 머리속에서 지우고 있는 세대들에게 원작이 가진 흥미적, 해학적 요소를 극대화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낸 <방자전>은 <춘향전>에 또 다른 해석의 여지와 힘을 갖게 해준 셈이다.

3. 곰팡내 판소리를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로 변화시킨 통쾌한 발상의 전환
영화 <방자전>을 보면서 가장 먼저 생각난 오래된 문구, "역사는 승리한 자들에 의해 씌여지는 것"이라는 말이다. 비록, <춘향전>이 역사서는 아니지만 만약 내가 '춘향전'을 쓴 작가라면, '춘향과 몽룡'처럼 사랑하는 커플을 모델을 앞에 두고 '춘향전'을 썼을것만 같다. 하지만, 영화 <방자전>에서는 그런 상상을 가볍게 뒤집는다. 

일반적으로 역사속 승리한 자들에의해 쓰여진 역사에서조차 찾아보기 힘든 '승리한 자'들의 '여유'와 '관용'이 영화 <방자전> 속에는 녹여져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몽룡과 신분의 차이를 이겨내고, 겨룬 사랑에 관한 싸움에서 '춘향'의 선택을 받는다. 여기서 '춘향'의 사랑을 얻은 '승리자'인 방자는 '방자와 춘향'의 사랑으로 자신의 사랑을 드러내기 위해 자신과 춘향을 중심으로 한 <방자전>의 제작을 준비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한 춘향'의 절개와 사랑을 바탕으로 춘향전을 만듦으로써 자신의 사랑을 더욱 아름다운 러브스토리로 변화시킨다.  
이는 역사에서 승자들이 자신들의 명예를 드높이고 싶은 '공명심'에 사로잡혀 자신을 칭송하게 만드데 급급한 역사를 만들것과는 다른 '여유로움과 관용'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런 의미에서 각본을 쓴 '김대우'감독은 자신의 사랑을 진심으로 아름답게 만드는 법을 아는 감독이며, 통속소설로서 서서히 현대인들에게 그 생기를 잃어가던 <춘향전>을 비틀어, 더욱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구구절절하게 얘기했지만, <방자전>은 요즘 개봉한 영화 중 가장 재미있는 영화라고 생각된다. 
<드래곤 길들이기>보다 현실적이고, <포화속으로>의 반공영화 컨셉과는 비교하기 힘들고, <SATC2>보다는 더 화끈하고, <A특공대>보다는...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하다(특히 송새벽과 오달수!!)
월드컵 열기가 극장가를 잠식하고 있는 요즘, 개봉한지 3주가 되어가지만 지금 극장가에서 가장 볼만한 영화는 <방자전>이다.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원한다면... 그리고 시원시원한 영화적 전개가 그립다면 <방자전>을 강추한다. 노출과 춘향 비하 논란으로 무너지기엔, <방자전>은 무척이나 재미있는 영화니 말이다. 
 


오랫동안 묵혀놨던 글을 이제 올렸는데 감사하게도 베스트가 되었네요.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