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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여행기/2010 Grasse with Chanel

[샤넬과 함께 하는 그라스 향수투어 #4] 여성을 완성하는 향기로운 성수(聖水), 향수

남부 프랑스의 따스한 태양, 저 넘어 불어오는 따뜻한 지중해의 바람, 그리고 그 사이사이 스며오는 매혹적인 향기들.

아름다운 자연 속에 녹아 들어있는 수만 가지의 자연의 향기일수도 있고
, 각기 다른 사람들의 체취일 수도 있습니다.
그라스(Grasse) 향수 투어 세번째 이야기입니다. (다소 설명조의 글이 되었네요. ^^;)


1.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향수에의 취향

- 한국인은 오감 중에 시각에 가장 직접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보이는 것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죠. 그래서 아마, 한국에서는 성형수술이 그렇게 성행하나 봅니다.

서양인들은 일반적으로 후각에 민감한 것 같습니다. 미드 <섹스&시티> 6시즌 13에피소드에서 캐리알렉산더는 서로의 체취를 탐미하다 공원에서 섹스를 할뻔했다는 얘기까지 합니다. ! 여인의 향기(Scent of Woman)’라는 제목의 영화도 있군요. 시각 장애를 가진 퇴역군인이 주인공인 영화니, (시각 외의 감각이 도드라질 수밖에 없지만,)이 영화에서 향기는 상대방을 알아보는데 중요한 수단으로,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고 관계를 발전시키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심지어는 향수라는 영화까지 있을 정도이니 향수가 서양인들의 일상에 얼마나 맞닿아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인 것 같습니다.



물론, 향기, 향수에 대한 취향이 개인차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취향은 상대적이겠으나, 절대적으로 향기, 그리고 향수에 대한 중요도는 한국인보다는 서양인들에게 더 크다고 봐도 이견은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떤 이들은 서양인들은 자신들의 지독한 체취를 가리기 위해 향수를 사용한다고도 하지만 그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우리도 한국사람들 속에서는 서로의 체취를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듯이 그들 역시 그럴 테니까요. 다만, 향기는 서양인들이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감각을 자극하는 요소이고, 향수를 통해 자신의 identity를 완성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듯합니다.

 
그라스에서 만난 샤넬의 조향사인 쟈크 폴쥬(Jacques Polge)’샤넬이라는 세계 최고의 패션하우스에서 매 시즌 진행되는 컬렉션에서 다양한 영감을 받는다고 합니다. 패션과 스타일, 메이크업은 쇼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요소들이고, 그 속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가 바로 향수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2. 한국과 프랑스 백화점의 주력상품 : 스킨케어 Vs. 향수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갤러리 라파예트(Galleries Lafayette) 1층 뷰티 매장 사진들입니다.

매장을 가득 채운 주력 상품은 모두 향수입니다. 샤넬 No.5 Coco Mademoiselle, 니나리치의 리치리치, 디올의 Miss Dior Cherie 등이 메인 쇼윈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화장품의 컬러와 메이크업 모델의 얼굴 포스터가 아닌 향수의 향과 향수의 시그니처 보틀들이 1층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한국의 백화점 1층 매장을 둘러 보세요.
한국 백화점 1층 뷰티 매장에서는 신제품들, 화이트닝, 안티에이징, 파운데이션, 립스틱 등 스킨케어를 중심으로 한 제품들을 중심으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향수는 갖가지 향수들을 모아서 별도의 섹션으로 구성하거나, 뷰티 브랜드 섹션에서 큰 분량을 차지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확실히 서양인들에게 있어 향수는 어떤 스킨케어, 어떤 메이크업 제품보다 중요한 우선순위를 갖는 것 같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민낯에 얼굴 가득한 주근깨 드러내고 다니는 린지 로한 같은 서양인은 봤어도, 향수 뿌리지 않은 사람들을 거의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이처럼 확연하게 한국과 프랑스의 화장품 매장이 차이가 나는 건 기호, 취향의 차이이기도 하지만, 문화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듯합니다.

 

 

3. 그라스 국제 향수 박물관에서 자신의 향기를 만들어내는 문화를 발견하다

그라스 국제 향수박물관(musee international de la parfumerie mip)에서는 전세계 향수의 역사와 기원 그에 따른 생활상들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고대 이집트, 로마 중세를 거쳐온 향수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가장 오래된 화장품으로써의 역사를 가졌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운 향기를 동물 기름에 흡수시켜 이를 이용해 꽃향기를 향수처럼 사용한 것이 그 기원입니다.


이후 향수는 향기를 만드는 제품으로 뿐만 아니라 향수를 담는 용기변화를 통해 문화 발전에 기여했고, 수질 오염으로 인한 질병확산을 막기 위해 씻지 않는 대신 향수로 이를 대체하는 등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요소로도 작용하게 됩니다. 또한, 고대 이집트에서는 미라를 만드는데 향수를 이용하여 향기로운 내세에 대한 기복신앙적인 요소로도 사용했다고 하니, 서양에서 향수가 가진 다중적 의미들은 단순한 향기를 뛰어넘는 문화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지요.

 

여기에 향수를 사용하는 다양한 애티튜드, 예를 들어 스프레이 향수가 등장하기 전, 향수를 찍어서 몸에 바르는 동작, 등은 고귀한 여성의 우아함을 표현하는 방법이었고, 사교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백치미의 글래머스타 마릴린 먼로의 여성성과 판타지를 극대화시켜준 건 바로 샤넬 No.5였습니다. 여성 패션의 독립과 해방을 이룬 다양한 문화적 발전과 함께해온 향수의 역사에 다양한 스토리들이 덧입혀지고, 영화 속 조신한 여성, 우아한 여성, 독립적인 여성 등 다양한 여성의 모습을 표현하는데 향수가 이용되면서 자신을 드러내는 중요한 매개로 이용되게 된 것이죠.

 

4. 개인적인 경험, 그리고 향수의 가능성과 self-expression

- PD의 대학생 시절, Kenzo의 시원한 향은 시크한 남자가 되기 위한 필수품이었습니다. 디올의 dune, ck one도 시대의 상징 같은 아련한 기억으로는 남아있습니다. 그 인기는 금방 시들었지만 당시 향수를 선물하는 것이 유행이었고, 그렇게 만들어진 약간의 경험과 취향이 아직도 조금씩 남아있긴합니다.

 

한국에서 5월은 향수가 많이 팔리는 시즌입니다. 바로 성년의 날이 있으니까요. 혹자는 5월 성년의 날 선물로 향수를 선물하는 것을 소비주의적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성년이 되어 자신만의 향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돼라는 좋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향수라는 자신을 표현하는 또 다른 좋은 매개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요.


향수는 총 가지의 향기 노트로 구분된다고 합니다.

탑 노트는 향수의 첫인상을 좌우하지만 15분만에 사라집니다. 미들 노트는 5~7시간 지속되는 메인 향입니다. 베이스 노트는 전체적인 향기의 지속성을 잡아주고 향의 전체적인 분위기(mood)를 잡아줍니다. 개인적으로는 단순한 향보다는 탑, 미들, 베이스 노트가 각기 다르게 하지만 조화로운 분위기를 이루는 향이 좋습니다. 그 속에서 자신의 개성이 담긴 향을 찾아내는 건 각자의 몫이겠지요.

 

오늘은 모처럼 향수를 뿌리고 출근합니다.
어쩌면 오늘은 바람에 실린 향기를 통해, 조금 더 나의 개성을 더 잘 읽어내주는 누군가를 만날 지도 모르겠습니다.

 


※ 향수를 구분하는 tip(이라 쓰고 사족이라 읽는다)

: Perfume > Eau de perfume > Eau de Tolette > Eau de Cologne
은 순서대로 농도가 옅으며 지속력이 짧습니다.
한국에는 일반적으로 Eau de Tolette가 많이 수입되는 편이고, 일상적으로 쓰기에는 Eau de perfume이 좋습니다.

 
※ 본 글은 istyle24.com 기고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