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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스런 시선/On Stage & Exhibition

[김PD의 전시보기] 서울시립미술관이 습격당했다! : 어쩌다 마주친 위트있는 미술관 점령군들

20090514 / 서울시립미술관 / 2009 미술관 봄나들이, 미술관 습격사건 / alone

미팅시간보다 30분이나 일찍 도착해서 광화문을 배회하다, 한적한 공간에 앉아서 상쾌한 서울의 아침공기를 마실 수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으로 향했다.

뒷문으로 들어가던 나는 압축나무로 만든 커다랗고 온갖 주의 표시 다 붙어있는 기묘한 나무 컨테이너 박스를 만나게 된다.

기묘한 조형물들 사이로 내 발들에 노란색 팸플릿이 굴러들어왔다.
거기엔 이렇게 쓰여있었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습격당했다!
블루스 브라더스마냥 검은색 수트에 검은색 선글라스를 낀 '수트맨'들이 다양한 형태로 미술관의 곳곳을 점거한 상태였다.

큰 수트맨들은 상대적으로 작은 수트맨들을 애워싸고 원형 스크럼을 짜고 고압적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김영 : 수트맨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하는 심정으로 눈을 반대편으로 돌리니,
그곳에는 팬더와 푸의 이종교배로 만들어진듯한 애꾸곰이 폭탄테러현장에서 해맑게 웃는 기괴한 장면을 목격한다.
변대용 : 정지된 폭발 & 애꾸눈은 딸기잼이 달다고 말한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도 언제나 기품있는 '모네'의 '풀밭위의 점심' 같은 우아하고 여유있는 포즈로...
 'Tea Time'을 즐기는 수달 세 가족의 모습이 여유롭게 펼쳐졌다.
김예솔 : Tea Time

왠지 마음에 여유를 주는 듯한 솜사탕같은 구름도 만나고,
임수진 : Cloud Man

귀염성있게 생긴 판다 모자를 만나기도 하고 말이다.
다만, 좀 아들 팬더와 얼굴을 맞대고 싶었으나, 사람이라는 짐승과 오래 마주하지 말라는 엄마 판다는 아들 판다를 질질 끌고 대나무 숲으로 숨으려고 하는 듯 했다.
이미연 : Feel the Pandas

그옆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웃는 얼굴의 고양이 같은 얼굴을 한 대형 풍선 조형물이 자리잡고 있다.
황은정 : Sharpie

대형 스피커 모양의 조형물은 '테러공포증'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시립미술관'을 습격한 채 방치되어 있었고,
이학승 : 테러공포증

다중이같은 얼굴로 웃고, 울고 있는 '샴푸우'도 만났으며...(샴푸? 아니다.)
변대용 : 샴푸우

자연과의 순환고리, 똥에 대한 조형물도 두 '덩어리'나 싸질러져있었다.
정진아 : 분예기 1, 2

바나나우유를 입에 문 소년과 디오라마스러운 탱크도 개엄군인마냥 위풍당당하게 미술관 입구를 점거하고 있었다.
김과 현씨 : 바나나맛 우유 탱크

컴플렉스가 정확히 뭔지 알 수 없는 컴플렉스맨도 만날 수 있었다.
원더우먼 다리에, 스파이더맨의 팔, 배트맨의 머리, 헐크의 몸통, 수퍼맨의 망토.
그는 남성일까 여성일까. 아니면 자웅동체이기 때문에 자살한 걸까...
위영일 : Ideal Type

곧 개봉할 트랜스포머의 짝퉁같아보이는 골조의 정체모를 로봇은 방치된 상태.
이기일 : Propaganda

정체가 궁금하고 그 내부역시 궁금한 컨테이너 상자는 이른 아침이라 미공개. 
스티키 몬스터랩 : The Monsters & the Box

그리고 미래의 창조물들을 대표하는 이름모를 녀석까지...
황은정 : Untitled & Future Creatures

<2009 미술관 봄나들이 : 미술관 습격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전시는... 
위트 넘치는 젊은 작가들의 잘 짜여진 나름의 스토리와 인생을 가진 만화 캐릭터와 영웅캐릭터를 재창조해냈다.


예쁘게 만들어진 프로그램은 소장가치 느끼게 만들 정도로 깔끔하고 귀엽다.
세심한 구성이 돋보인다.

짧은 시간의 관람이었지만, 이른 아침 광화문과 서소문 거리에서 '꿔다놓은 보리자루'마냥 방황했어야하는 나에게 유쾌한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한 고마운 전시였다.

야외 전시이고, 기간도 6월 14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니,
부슬비오는 주말, 덕수궁돌담길 옆 한적한 언덕받이에 있는 서울시립미술관을 찾아 유쾌한 경험을 해보는 건 어떨까


평일 :10시~22시, 주말 및 공휴일 : 10시~20시 4월 30일부터 6월 14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