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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여행기/2008 Turkey

[김PD의 터키여행] Episode 4 : 메두사의 머리가 받치고 있는 기둥 (8/31, 이스탄불/Yerebatan Sarnici)

[김PD의 터키여행] Episode 4 : 메두사의 머리가 받치고 있는 기둥(8/31, 이스탄불/Yerebatan Sarnici)

톱카피 궁전을 다 보고 나온 시간이 오후 1시. 시장기가 단단히 돌아서, 서둘러 식사할 곳을 찾았다.
우리가 들고 있던 '세계를 가다'와 처형이 갖고 있던 '론리 플래닛'을 뒤져서, 공통으로 있는 식당을 찾아가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찾은 집은 '술탄아흐멧 광장'부근의 저렴한 피데 & 케밥 전문식당 카라데니즈(Karadeniz)였다.

Karadeniz Aile Pide ve Kebap Salonu
술탄아흐멧 역에서 아야소피아 방향으로 조금 내려가다보면, 호텔(이름이 정확히 생각나지 않는다;)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오른편에 위치해있다. 찾기가 용이한 곳은 아니지만, 깔끔한 음식과 (조금은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매니저 아저씨의 친절, 그리고 그 분의 한국인들을 위한 약간의 배려(!)까지 맛볼 수 있으니, 약간의 수고를 들여서 찾아가볼만한 집!

우리는 제법 배가 고파서 4가지 메뉴를 주문했는데, 콩스프(토마토스프는 조금 독특한 맛이어서 콩스프로 대체, 4YTL 정도), Small Pieces Meat Pide(Pide는 터키식 핏자, 만드는 것을 체험한 와이프의 동영상이 있는데, 이는 편집하는 데로 바로 업데이트. ^^), Mixed Pide, 그리고 약간의 국물이 있는 토마토 케밥을 주문했다.
주문시에는 메뉴판에 있는 사진과 영어를 제법하시는 매니저 아저씨에게 문의하면 탁월한 선택을 할 수 있다. 단, 지속적으로 샐러드와 디저트, 추가 메뉴 등을 권하기 때문에 적당히 자르는 센스도 필요!
위 사진 하단에 보이는 것은 매콤한 터키식 살사소스같은 것으로 Acili Ezme(아즈르 에즈메)라고 하는 소스다.
여행 시작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칼칼한 것이 땡기는 한국인들에게 기내에서 제공하는 고추장보다는 더 먹을만한 소스!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카라데니즈의 매니저 아저씨가 한국 사람이 오면 기본적으로 해주는 세팅!
싸달라고 하고 싶을만큼 맛이 있다.


목이 마르던 터에 EFES 맥주 한 잔씩 마시고 나서 친절한(하지만 인상은 살짝 무서웠던. ^^;) 매니저 아저씨와 사진 한장 같이 찍고 싸주신 빵을 갖고, 우리는 다음 목적지인 Yerbatan Sarnici(예르바탄 지하궁전)으로 향했다.

우리가 식사한 카라데니즈 식당과 예르바탄 지하궁전(지하물저장)는 매우 가까운 거리다.
도보로 5분도 채 안걸리는 거리. 입구는 정말 보잘것없는데, 지하로 들어가는 작은 입구가 있을뿐이다.
단, 항시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매표를 하고 있으니, 찾기 어렵지 않다.

예르바탄 지하궁전(Yerebatan Sarnici)http://www.yerebatan.com/english/index.html
: 지하궁전이라 이름붙은 이곳은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물저장소이다. 저장소를 만들 때 고대 신전이나 공공건물에서 가져온 기둥을 갖다 써서 그 구조가 궁전같아 보이기 때문에 지하궁전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8만 m나 물을 저장할 수 있다고 하는 이 물저장고의 웅장한 규모에 놀라게 된다.
메두사 머리모양의 기둥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 이곳의 입장료는 10YTL로 우리동 9,000원정도로 보고 나면 다소 허무하고, 값비싼 요금이라는 생각이 들며, 이들의 대단한 상술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현재 물 저장고에서는 물고기를 키우고 있어서, 빵이나 먹이를 줄 수 있다.
매표 후, 계단을 내려가면 한 층도 채 내려가지 않아 지하에서 습한 찬 공기가 올라온다.
공기를 따라 내려가면 그 연대를 정확하게 예측하게 힘든 오래된 돌기둥으로 만든 커다란 아치가 등장한다.
커다란 기둥과 아치들이 쭉 뻗어 있다. (정확하게 총 336개의 기둥이 있다고 한다.)

수많은 기둥 중 가장 특이한 형태를 한 눈물흘리는 기둥.
평범한 기둥 사이 유일하게 특이한 눈물흘리는 모양의 이 기둥에는 사람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홈이 있는데...
이는 '아야소피아'에 있는 '성모마리아의 손모양'이라는 기둥에 관련된 전설을 이곳 예르바탄 지하궁전에 잘못 대입시켜 나온 것으로 생각된다. 그 소원은 이 기둥의 한 눈물모양 가운데에 홈이 파여져있는데, 거기에 엄지 손가락을 고정하고 네 손가락이 기둥면에서 떨어지지 않게 하여 원을 한바퀴 그리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소문이 그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하기에 나도 따라해봤다^^;(아야소피아서는 진짜로 소원빌면서 해봤다.^^)

습습한 공기를 마실 때마다 뭔지 좋지 않은 공기를 마시는 것과 같은 찝찝함을 느꼈다. 깊은 지하에, 오래된 냄새가 한껏나는데다 청소를 안한지 꽤 됐을 것같다는 나의 생각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그 습함을 좀 더 확대해서 느꼈던 것 같기도 하다.

물저장소를 계속 걸어가다보면 저 끝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모여있는 조금 밝은 곳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곳에 바로 이 예레바탄 지하궁전을 들어오는 이유인 '메두사조각'이 있다.
가보면 무척 실망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볼품없이 아무렇게나 갖다 놓은 것 같은 주변 환경(실제로 아무렇게나 갖다 놨을거라고 한다. 이슬람문화권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그리스 로마신화를 기반으로 한 유물이니 말이다.)에 메두사가 갖고 있는 특유의 카리스마 넘치는 무서운 얼굴은 없기 때문이다.

뱀머리를 묘사한 디테일은 있을지 모르겠지만, 10YTL나 내고 들어와야하는 지 모를 심히 답답한 느낌을 줬던 곳이었다.
관광을 끝내고 나오면서 샀던 엽서에 있는 이미지와 실제 사진 촬영한 것을 비교해보라고, 엽서를 사진찍어 같이 올린다.

결국 이 사진하고...
이 사진 찍으러 갔다 온거다;
허탈하긴 하지만, 선한(^^;) 메두사의 얼굴을 본 것을 마지막으로 이스탄불 첫 날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여행의 두번째 기착지인 카파도키아로 떠날 채비를 갖췄다.

호텔에 맡겨둔 짐을 찾아서, 6시 15분 발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으로 가는 방법은 택시를 이용하거나, 공항 리무진을 이용하거나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데, 우리는 지하철을 이용하기로 했다.

Istanbul Metro Map
<이스탄불의 지하철 노선도 http://www.turkeytravelplanner.com/Maps/ist_metro_map.html>
우리의 출발지점은 Tram이라고 쓰여있는 검은색 선에서 거의 오른쪽에 있는'Sultanahmet'에서 'Zeytinbumu'에서 Metro로 환승하여 Havalimani까지 가는 루트였다.
지하철은 우리나라처럼 노선이 복잡하진 않으나 환승이 되지 않고, 가격도 비싼 편이라(한번 탑승시 1.5YTL, 한국돈으로 약 1200원정도) 이용이 용이치는 않았다. Metro와 Tram은 zeton이라는 토큰같은 티켓을 사용하는데, 동일한 디자인의 크기가 다른 zeton을 사용한다. 다음번에 이스탄불와서 zeton을 찍었던 사진이 있으니 그때 비교한 사진을 첨부해야겠다.

내부는 비교적 깨끗한 편이지만 서양인들 특유의 향기는 옆에서 손들어 손잡이 잡고 있는 사람 옆에는 못갈정도.. ^^;

이렇게 이스탄불 첫날 여행은 끝이 났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6시 40분 넘어 출발하는 비행기를 탔고, 8시가 다 되어 도착한 카파도키아, 카이세리 공항에 도착. 기록할 기력도 없이 픽업서비스를 통해 SOS동굴 호텔에 도착하니 이미 날은 10시가 다 되어 다음날 아침일찍 진행할 벌룬투어와 투어 일정을 예약하고 빨리 잠을 이뤄야했다.

정말 타이트한 스케줄, 터키를 조금 여행하고 싶다면 적어도 순수 체류기간만 열흘정도는 있어야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떠하랴. 아직 우리는 젊고, 이렇게 몸이 피곤한 여행을 하고 있으면서도 마음은 한없이 즐거운 것을...

그게 절음이고, 이게 바로 여행이다. see ya Istanb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