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집스런 시선/Movie

[김PD의 영화보기] 맘마미아(Mamma Mia) : 어쩌면 본질은 유희. 그뿐.

080914 / 영화 맘마미아(Mamma Mia) / 씨네씨티 / 18:20~20:10 / 지은 /

한정된 소재 속에서 끊임없는 Creativity를 발휘하는 척하기 위해 만들어낸 사람들의 핑계, One Source Multi Use(물론 진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만...)
70년대 좀 날리던 ABBA의 히트곡들만 모아 뮤지컬 하나에 밀어넣고, 그 속에서 스토리를 나름 개연성있게 짜놓은 제작진들의 재주는 깜찍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카펜터스와 아바. 두 상이한 음악 성향을 가진 두 그룹은 내 유년기를 꽤나 풍성히 해준 두 그룹.
디스코와 일렉트로닉을 기반으로 한 아바보다는 부드러운 보컬 중심의 카펜터스가 사춘기시절 한창 감수성 예민한 나에게 더 마음을 끌었던 건 어쩔 수 없다.
시간이 지난 지금 카펜터스는 여전히 나에게 베스트이긴 하지만, 어딘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 떠오르는 음반인 wham의 make it big과 함께 신나는 음악의 지존은 바로 아바가 아닌가 싶다. 80년대 초반의 비지스와 다소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그루브가 있는 목소리의 비지스보다는 담백하고 직선적인 목소리의 아바의 목소리가 더 청량하여 듣기 편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아바에 대한 개인적인 소고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아바의 노래는 언제들어도 신나고, 흥얼거리기 쉬운 70년대의 새로움을 대변하는 노래와 같은 위치에 있다.

이런 아바의 흥겨운 노래를 기반으로 만든 영화 맘마미아는 무결점의 플롯을 지닌 영화는 당연히 아니다.
노래 가사에 맞춘 상황 설정들로 인해, 소피의 아빠 후보들의 과거는 성글고(익히, 뮤지컬을 관람한 사람들에게는 예외겠지만) 뜬금없는 설정으로 풋내기의 유혹을 거절하는 타냐의 노래, Does Your Mother Know?는 쌩뚱맞기 그지없다.

하지만 보는 내내 위태위태하는 배우들의 노래실력에 마음 졸이고, 유려하진 않지만 결이 갈라지는 목소리로 노래하며 춤추는 장년의 배우들을 보는 건 심히 유쾌한 일이다.
발리우드의 생뚱맞은 군무신을 연상시키는 댄싱퀸을 부르며, 메릴스트립과 그리스 아줌마들이 함께 부둣가로 향해 군발이 댄스 추는 그 장면은 단연 이 영화의 백미랄 수 있다. 유명곡을 들을 수 있는 장면이어서가 아니라 뮤지컬은 물론, 영화 '맘마미아'에서도 암묵적인 함의를 이루고 있는 '70년대의 낭만을 잃어버린 아줌마들의 해방'라는 주제의식을 가장 아무렇지도 않게, 하지만 힘있게 드러낸 장면이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 속 도나는 낭만을 잃어버린 채 사는 아줌마로 나오긴 하지만, 그리스의 외딴 섬에서 자신의 호텔을 경영하는 그녀의 모습은 낭만이란 단어조차 상실한 우리내 어머니들과는 상당히 차이를 보이긴하지만서도...)

또 기억나는 장면은 딸의 결혼 전날, 딸의 처녀파티에서 축하공연을 열어주는 엄마 '도나와 다이아노스'의 모습은 새삼 우리네 정서와는 다른 부러움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이다. 허긴, 이 영화 속 모든 설정이 우리네 정서와는 상이한 모습을 보인다.

아바의 거의 대부분의 히트곡들을 들을 수 있고, 최고의 배우들(메릴 스트립의 열정은 정말 최고! / 콜린 퍼스가 기타치며 부른 노래는 정말 환상. 멋진 배우!)을 한 화면에서 볼 수 있음이 참 소중한 영화.

영화 속 구성상의 수많은 헛점과 역대 최고의 미스캐스팅 중 하나로 기억될 피어스 브로스넌의 노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맘마미아는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영화다.

영화가 생기기 시작했던 그 무렵부터... 한번도 잊혀지지 않았던 목적....

'유희'라는 영화의 본질적 목적을 잊지 않은 맘마미아는 그런 의미에서 참 잘 만들어진, 많은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그런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