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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스런 시선/Movie

[김PD의 영화보기] 예스맨(Yes Man) : 일상에 찌든 날지못하는 피터팬을 날게 한 긍정의 힘

090109/ 예스맨(Yes Man) / 삼성동 메가박스 / 19:25~21:10 / 지은


예스맨은 분명 잘 짜여진 구성이 돋보이는, 웰메이드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냉정하게 평하자면, 헛점이 많은 영화에 더 가깝다.
하지만 영화 속 넘쳐자는 무한 긍정의 힘으로 인해, 영화가 끝나고 나면 무작정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기분이 든다.
물론, 채 5분도 되지 않아 삶과 일에 대한 몹쓸 책임감이 발동해, 상상의 나래는 접어두고, 남루한 현실로 귀환하게 되지만 말이다.
잠시나마 네버랜드를 꿈꾸게 해준 영화 '예스맨'에게 감사를....

날지 못하는 피터팬이 된 짐 캐리를 날게 한건 다른 누군가가 아닌, 짐 캐리 안에 잠자고 있던 긍정의 힘이었다.


1.현대인의 무기력증 치료를 위한 극약처방전 : 무한 긍정의 힘에 대한 신뢰
- 영화 '예스맨'은 술을 링거 삼고, 담배를 공기 삼아, 지리멸렬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현대인들의 무기력증 치료를 위한 극약처방전이다.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권태감과 성공을 위한 강박증, 감정에 출실할 수만은 없는 사무적 인간관계들의 점철로 인해 하루하루 겨우 숨쉬는 좀비들처럼 무기력증과 우울증을 안고 산다. 
그렇게 지치고 힘들 때, 되려 성공을 위한 지름길로 인도하는 것같은 자기개발서들을 만나면 단기간이나마 삶에서 희망을 마주하는 것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Secret'이나  '20대에 해야할 **일들'같은 자기개발서들이 근간에 내세우고 있는 것이 바로 영화 예스맨에서 이야기하는 '무한 긍정의 힘'이다.
영화 '예스맨'은 무한 긍정의 힘을 극단적으로 표현해낸다.

사이비 종교집단같은 예스맨의 세미나에서 삶에 대한 가치를 한 순간에 떨쳐버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를 통해 운명적인 여자를 만나게 되고 성공가도를 달리게 되며, 낯선이의 사랑의 메신저가 되어주며, 급기야 사람까지 구하는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사랑의 실패로 인해 모든 것에 대한 의미를 잃은 한 남자의 구체적인 상황들을 설명하는데 급급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인물과의 관계회복과 즉흥적으로 감정을 표출해내는 주인공 칼의 에피소드를 통해 '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제공하거나 '나는 할 수 없지만 혹시나 저렇게는 해보고 싶다'는 강한 동기유발을 한다.

나의 경우에는 무책임하게 대출을 남발하여 승진하는 칼의 행태는 절대 공감할 수 없었지만, 직장상사와 친분을 키워가며 함께 코스튬파티를 하는 모습이라든지, 여자친구와 함께 즉흥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장면에서는 꼭 한번 실현해보고 싶은 욕심이 불끈 솟아난다.
그런 2009년이 되길 바라며...

2. 내가 하고 싶은 일 리스트업
 - 베이스 연주
 - 오보에 연주
 - 능숙한 드라이버 되기
 - 초콜릿 복근 만들기
 - 영어 능숙
 - 무작정 여행떠나기
 - 오로라 보는 여행
 - 브라질 여행
 - 인생의 새로운 2막 준비

어떤 일을 시작하는데 있어 두려움이 큰 나에게 영화 속 칼이 거리낌없이 '스쿠터를 운전'하고 고소공포증있는 내가 경비행기 조종에 도전하고, 삶의 즐거움을 주는 즐거운 도전과 변화를 즐길 수 있을만한 여지가 조금은 더 생긴 그런 기분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놓고 나니까 특별히 어려운 것이라기 보다는 다 시작에의 두려움때문인 게다. 
또 이런 생각도 든다. 뭔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기 위한 강박증을 갖고 있는 것도 같다. 영화 리뷰를 쓰다보면 어떻게 하면 다른 이들과 '다른' 글을 써야한다는 생각이 들고, 그렇게 하기 위해 더 많은 이야기를 글 속에 담아내고 싶어한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에도 그런 강박이 느껴질지도...

하지만 영화 속 가장 인상적인 대사인 아래 대사처럼...

'인생은 정말 큰 놀이터인데. 어른이 되어가면서 그것을 점점 잊어버려가는 것 같아. '

날지 못하는 피터팬과 웬디가 되기엔 아직 나는 젊고, 할 일이 쌓였을 때 훌쩍 여행을 떠나는 일탈을 포기하며 갇힌 틀 속에서 살기에...
난 너무 하고 싶은게 많고, 일정부분은 책임감에서 벗어나야할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넓은 놀이터인 이 세상을 최대한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2009년에는...

스스로 거창해서 불가능하다는 자기검열을 할 것이 아니라, 할 수 있을거란 생각으로 모든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보는 것은 어떨까..

+ 단상
 ① 여배우가 너무 귀엽다. 주이 디샤넬.     

     젊은 시절의 '멕라이언'을 떠올리게 하는 맑은 기운이 보는 이로 하여금 상쾌한 기운을 맞게 한다. 
     아멜리에의 오도리 토투를 만났을 때 비슷한 기분이었던 것같은데... 주이 디샤넬도 그녀처럼 너무 수이 사그라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② 이제 제법 얼굴에 골이 깊어진 짐 캐리. 62년생이니 40대 후반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의 웃음을 위해 더 깊은 얼굴의 골을 가진 것 같다.
     물론, 그의 얼굴이 싫지 않지만 이제 '짐 캐리'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것이 서글프고, 조금 안쓰럽다.
     삶의 페이소스를 표현하는 좋은 도화지 같은 얼굴이 되었겠지만, 75년생 브래들리 쿠퍼와 친구사이로 나오는 건 삼가야할듯...

 ③ 떠오른 음악들
    - White의 'W.H.I.T.E'
    - 자우림의 '일탈'
    - 롤러코스터의 '힘을 내요 미스터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