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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의 기록/김PD Media Debut

[김PD Media Debut] 남성잡지 ARENA 2007년 1월호 기고 글 <미국드라마지만… 괜찮아>

본 글은 남성잡지 ARENA 2007년 1월호 기고한 글로, 미드 열풍에 편승한 얄팍한 나의 기고문이다.
지금 돌아봐도 얄팍하게 짝이 없는 단편의 지식에 의지한 글로, 두서없기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게다가 나는 On*Media에 녹을 먹는자 아닌가... ㅎㅎㅎ
하지만 내가 이 글을 올리는 이유는? 2007년의 나의 견해에 대한 점검이자, 기록이다.



최근
안방극장에서 사극과 일일드라마를 중심으로 한국드라마의 인기는, 망해가는 부자의 곳간을 보는 것처럼 초라하기만 하다. 삼순이 이후에 나를 TV앞으로 잡아 매력적 혹은 문제적 한국 드라마 캐릭터는 투명인간최장수 짜장예슬나상실뿐이다.
그러던 어느 틈에 CSI, 위기의 주부들, 하우스, 그레이아나토미, 프리즌 브레이크, 24, 로스트처럼 이름만 들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미국드라마들이 안방극장의 다른 블루칩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CSI 영화채널 OCN 간판 프로그램으로 자리하며 파격적인 하루 24시간 편성을 통해 시청자를 사로잡는데 성공했고, 공중파에서도 한동안 사라졌던 미국드라마들(위기의 주부들, 그레이아나토미, 로스트 ) 방송하기 시작했다.

익히
P2P 통해 많은 이들이 섭렵한 이름의 미국드라마들이 최근 새삼 대두되는 데에는 장르의 답습과 소재적 한계, 틀을 깨지 못하는 뻔한 드라마트루기만을 간직한 성장을 멎어버린 한국드라마의 고질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분명 2006 미국드라마는 대단했고, 빛나는 2007년을 기대하게 만든다.
프리즌 브레이크의 시즌, 에피소드에서 깎아놓은 반듯한 석호필을 보고 있는 지금, 새삼 나를 비롯한 사람들이 미국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 바로 그것이 궁금하다.

 

미국드라마 키드의 생애

출처 : thebiz.fancast.com/hulk.jpg

파란 얼굴에 아무리 찢어져도 중요부분을 가려주는 센스 바지를 가진 얼굴의 사나이헐크.
온몸에 600 달러, 한화(현시세로 57억원이라는 지금 생각하면 무척 저렴한) 돈을 쳐바른 사나이 육백만불의 사나이’.
스위스 아미 나이프를 맥가이버 칼이라 부르게 만든 맥가이버’.
생쥐를 날로 먹는 다이애나의 모습에 눈을 가리게 만들었던, 비닐광택 소재의 빨강, 검정 들어간 상의를 유행시킨 브이’.
말하는 전천후 자동차 키트가 등장하던 전격제트작전.
멀더와 스컬리(혹은 규화 서혜정) ‘엑스파일’(천사들의 합창도 있었다고 하면 때릴꼬야…?)

80년대 일요일 정오 초원의 제시카의 추리극장’, 주말 저녁시간대의 맥가이버 전격제트작전’, 평일 밤시간에 브이 블루문특급’. 지금은 온갖 국내 오락프로그램들이 차지하고 있는 시간대에 숫한 미국드라마를 접하며 자란 세대들. 나는 감히 이들을 미국드라마 키드라 부르고 싶다.


비록
배한성님의 맥가이버, 이정구님의 마이클(전격제트작전), 주희님의 다이아나(브이)이었을지언정, 모든 것은 파격적이고 쇼킹한 소재와 혁신적인 화면구성, 그리고 탄탄한 구성이 버무려진 미국드라마의 전형으로 미국드라마 키드들에게는 바이블이었다.
그들은 자라면서 스티븐 스필버그의 환상특급 만났고, ‘트윈픽스 열광했으며, 급기야 ‘ER’ 엑스파일에 이르러 미국드라마의 마니아를 자처하며, ‘질투’, ‘사랑을 그대 안에이후로 지속된 한국 트렌디 드라마의 열풍 속에서도 미국드라마 키드로서의 역량을 십분 발휘하며 성장해왔다.


한국
트렌디 드라마 열풍 덕에 하나 둘씩 공중파에서 사라져가던 미국드라마들. 하지만 미국드라마 키드들은 트렌디 드라마가 팽배하던 90년대 중반, 컴퓨터 통신을 통해 프렌즈와 엑스파일의 새로운 시리즈들을 미국과 거의 실시간으로 호흡하고 있었고, 인터넷으로의 전환과 케이블 TV 등장을 통해 그들의 활동은 세간에 알려지게 되고, 미국드라마의 중흥의 초석을 다지게 된다.
Cable make alive an ‘American Drama’

당시 케이블을 통해 만난 시리즈 가장 인상깊게 느껴진 것은 역시 섹스&시티 프렌즈였다.
21세기를 바라보던 시절에도 나는 섹스라는 단어는 입에 선뜻 올리기 힘든 금기어였다. 이는 비단 나만의 경우는 아니었으리라. 섹스라는 파격적 단어를 제목으로 올린 뉴욕의 서로 다른 4명의 여자들이 만들어낸 성공과 성과 연애에 대한 가볍고도 진지한 담론은 전세계 여성들에게 상상을 뛰어넘는 반향을 이끌어 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프렌즈의 여섯 친구들도 그에 다름 아니었다. 친구와 연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상적인 인간관계와 또래가 가진 고민에 대한 지침서가 되어주는 내용은 미국드라마 키드는 물론, 모든 대학생은 물론, 고등학생까지 프렌즈를 영어 교재로 만들게 하는 기현상을 일으킨다.

이후, Band of Brothers, Will & Grace, 70’s Show, 웨스트윙, 소프라노스, CSI 등의 미국 드라마 화제작들이 속속 국내 케이블을 통해 방영되면서 인기를 구가하게 되고, 급기야 과거 공중파에서 방송했던 맥가이버, 제시카의 추리극장, 브이 등이 재방송되고, 시리즈 프로그램만 상영하는 채널까지 생기게 된다. 특히, CSI 경우, 여러 매체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영화채널 OCN 간판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며 하루 24시간 편성이라는 파격적인 편성을 통해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켰고, 미국드라마에 대한 세간을 관심을 다시 환기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있다.

 

성공 비결 하나 - 탄탄한 드라마와 전문성 넘치는 캐릭터
이들 미국 드라마의 인기는 상식과 현실을 드라마로 만들어내는 특별하지만 진솔한 드라마, 파격적 소재를 일상적 주제에 녹여내는 세련된 화술, 그리고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초입체적인 캐릭터들에 있었다.
명확한 주제를 향해 달려가는 입체적인 구성과 캐릭터는 모든 창작물의 근간이 되는 성공요건이다. 수많은 한국의 드라마의 결론이 남자와 여자의 사랑의 결실이라는 뻔한 주제와 단선적 캐릭터로 인해 자기 함몰되어 가는 반면, 미국드라마는 다양한 인생사에 대한 고민을 풀어내며 공감을 일으켜내는 드라마트루기의 충실도와 전문성을 가진 풍성한 캐릭터 많은 이들의 사랑을 이끌어내고 있다.
캐릭터와 드라마의 충실도에 대한 이야기는 비단 멜로, 드라마 장르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X-file, CSI, NCIS, without a trace같은 사건 중심의 독특한 소재를 다룬 드라마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CSI 예로 들어보면, 에피소드에서 보여지는 전개 방식은 마치 일본 만화 소년탐정 김전일 보는 것과 유사하다. 사건이 일어나고, 사건에 관련된 증거들을 찾고, 증거를 바탕으로 사건을 해결해내는 전형적인 수사장르의 외향을 띄고 있다.
하지만 CSI 다른 유사 수사장르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화려한 영상, 독특한 소재를 발굴해내는 능력들도 있지만, 7시즌이라는 시즌을 이어오는 동안(마이애미와 뉴욕까지 포함하면 15시즌) 끊임없이 쌓아온 5명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관계에의 고찰과 캐릭터의 성격이 드러나는 에피소드 내의 역할과 그로 인한 갈등, 그리고 갈등의 해소를 해나가는 과정을 입체적으로 그려가는 부분일 것이다. 화려한 외향은 쉽게 질리는데 반해, 단단한 캐릭터들로 이뤄진 구성은 수이 무너지지 않는다. 다시 말해, 45분의 드라마를 보는 40분이 범죄 수사이고, 5 정도 캐릭터에 대한 설명과 그에 대한 일상이 보여지는데 우리는 모두 5분에 낚이는 것이다.


성공비결 둘
소재의 성역은 없다!
더불어, 미국드라마에서 소재 채택에 있어 성역은 존재하지 않는다. 쉽게 접근하기 힘든 성역들에도 꾸준히 도전한다. 섹스&시티도 그랬고, 위기의 주부들도 그랬다. 또한 미국에서 6월에 방송되었고 2007년에 캐치온에서 방송예정인 빅러브라는 미국드라마는 일부다처제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루고 있다. 세계 어딘가에서는 분명 일부다처제가 존재하고, 몰몬교라는 종교에서는 일부다처제를 허용하고 있다지만,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가정이 일부다처제라는 설정은 꽤나 센세이셔널하다.
CSI
등장도 그랬고, 드라마라는 한계 다루기 힘들었던 전쟁을 소재로 Band of Brothers, 비행기 사고로 외딴 섬에 떨어진 이들에 대한 이야기 Lost, 성형수술에 대한 적나라한 진실 닙턱 시대를 앞서가는 새로운 소재의 개발은 미국드라마가 오랜 시간 힘을 유지해오게 하는 동력원이다. 미국 영화들은 아시아 영화와 카툰들을 리메이크하며 근근이 자신들의 생산성을 유지하지만 미국의 드라마의 끝은 측정 불가능이다.

 

성공비결 셋 좋은 드라마만 살아남는다! 파일럿 시스템
추리다큐 별순검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조선시대판 CSI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등장했던 드라마는 국내 드라마로써는 이례적으로 파일럿의 형태를 띄고 제작되었고, 추석 특집으로 방송되었다가 2달이 조금 되는 기간에 종방하게 되었다. 이런 파일럿 형태의 제작을 통해 시청자반응은 물론, 시청률에 대한 개략적인 예측하고 향후 드라마의 향배를 결정하는 것이다.
미국 드라마는 이와 같은 파일럿 과정을 엄격하게 거친다. 병아리감별사보다 더욱 엄격한 시청자의 손으로 양질의 프로그램은 시즌을 거듭하는 롱런하게 되고, 그렇지 않은 경우 1, 2회만에 종방하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미국드라마 시장의 엄격한 파일럿 시스템은 더욱 튼튼한 드라마를 만들 있는 원동력을 제공하였고, 거대 자본이 들어간 대작뿐만 아니라 적은 자본으로도 제작할 있는 아이디어 넘치는 작품들도 미국드라마의 축을 이루고 있다. 최근 들어 방송된 마이네임 이즈 이나 위기의 주부들 그런 예라 있겠다.

 

미국드라마로의 초대
점점 많은 미국드라마들이 들어올 것이다. 2007년에 케이블을 통해 시청자를 만나기를 기다리는 작품들만해도 프리즌 브레이크, 그레이 아나토미, CSI, 24 시즌, 히어로스, 4400, 어글리 베티, 콜드 케이스, 빅러브, without a trace 이름만 들어도 오금이 저려오고, 부푼 기대감으로 얼굴에 홍조를 만큼 기대를 갖게 하는 풍성한 작품들이다.

세상은
넓고 거리는 많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드라마의 세계는 이제 겨우 문이 열렸을 뿐이다. 벌어진 문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빛이 인도하는 그곳에 밝게 켜진 TV 있을 것이고 바로 곳에 미국드라마들이 있을게다. 지금까지 한국어로 만들어진 말랑말랑 눈물 찔찔 멜로, 불륜 드라마에만 버닝하는 시청자라면, 번쯤은 리모콘을 돌려 파란눈의 노란머리 배우들이 인도하는 미국드라마의 세계에 빠져보기를미국드라마 키드로서 여러분들을 감히 초대한다.


-온미디어 pd 김태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