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부터 1996년까지... 종로 3가의 서울극장, 단성사, 피카디리에 걸리는 영화들은 김PD의 눈을 피해갈 수 없던 시절이 있었다.
한해에 극장에서 본 영화의 수가 어림잡아 100편을 넘나들었으니 말이다.
어쨌든 당시 거의 유일의 멀티플렉스이던 서울극장에서 1992년에 영화 한 편이 개봉했다. 할리우드 영화들이 직배되기 시작하면서 한국 영화의 위기가 대두대던 그즈음...
파란색 셔츠를 입고 007 짝퉁같은 포즈를 위한 곱슬머리 장발 아저씨가 포스터로 걸린 그 영화는 할리우드에서 벌써 3편까지 제작된 유명 시리즈라고 했다. (할리우드 개봉 첫 주 수입이 3,300만불을 넘었던 걸로 기억. 다소 틀릴 수도 있지만...)
그 영화가 바로 '리쎌 웨폰(Lethal Weapon 3)'였고, 그 파란셔츠와 장발족 아저씨는 '멜 깁슨(Mel Gibson)'이었다.
한국 포스터에는 영화의 또 다른 주연인 '대니글로버'의 모습이 사라졌다. 당시 흑인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을 어렴풋이 알 수 있다.
내가 '호주(australia)'출신의 배우를 처음 만난 건 이때였던 것같다. 당시에는 영화, 배우들의 프로필을 배우는 것에 취미가 있던터라 막연하게 그가 '호주'출신 배우라는 것을 알게 되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호주 배우들에게는 뭔가 남다른 야생성이라고 해야하나, 정확히 알 수 없는 묘한 매력과 힘이 있었던 것 같다.
오늘은 호주 출신 영화배우들에 대해 얘기해보려한다.
호주 출신은 아니지만 공들인 포스팅이 아쉬워 삭제 하지 않았다. 양해 부탁드리며...)
1. 멜 깁슨(Mel Gibson)
- 멜깁슨이 출연하여, 흥행에 성공한 두 편의 액션 영화(매드맥스와 리쎌웨폰), 매드맥스가 그에게 '액션배우'라는 타이틀을 가져다줬다면, '리쎌 웨폰'은 기존의 액션 히어로들과는 차별되는 유머러스하면서도 친근한 모습을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재밌는 점은 '리쎌웨폰'은 영화 '다이하드'와 비슷한 점이 많은데, 주인공이 죽도록 고생하는 액션 영화들이며, '다이하드'의 존 맥클레인과 '리쎌웨폰'의 마틴 릭스는 액션영화 주인공 답지 않은 귀엽고 친근한 외모와 함께, 유머러스한 면을 가미한 새로운 유형의 액션 배우의 형태를 제시했다. 이후, 멜 깁슨은 지속적으로 액션과 스릴러가 적절히 배합된 영화들에 출연하며 자신의 입지를 굳혀나간다. 특히, 자신이 감독한 영화 '브레이브 하트(Brave Heart)는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하며, 감독으로서의 역량도 인정받게 된다.
출연한 멜 깁슨의 출연작중에 김PD가 가장 좋아하는 그의 출연작은 '왓 위민 원츠(What Women Wants)'이다.
그보다 할리우드 진출이 늦은 또 다른 호주출신의 배우, 러셀 크로, 휴잭맨에게는 아직 더 짙게 베어나는 '남성성'의 향기를 느끼다보면 황무지였던 커다란 남반구의 땅떵이를 개척해야만 했던 야성의 호주 남성이 뉴욕에 적응한 그런 느낌을 받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거친 개척자 정신을 가진 매력덩어리 '호주 출신' 할리우드 스타임에는 변함이 없다.
2. 니콜 키드먼(Nicole Kidman)
- 니콜 키드먼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인상적인 이미지들은 역시 멋드러지다.
'물랑 루즈'의 화려함도, '디 아워스'의 눈부신 연기력도, 레드카펫에서 언제든 만날 수 있는 패셔니스타 '니콜 키드먼'도 좋다.
아찔한 샤넬No.5의 뮤즈가 되어 온 가슴을 설레게 했던 이 장면 역시 환상적이다.
하지만 난 아직도 톰 크루즈와 함께 다듬어지지 않은 투박스러면서도 억센 액센트 감출 수 없던 파리하지만 강인했던 'Far & Away' 속 그녀 '니콜 키드먼'을 잊을 수 없다.
지금은 '브란젤리나' 커플이 최고지만,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먼의 포스는 정말 환상적이었다. 그 둘이 함께 스크린이 나온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렌 일이었다. '파 앤 어웨이'는 톰 크루즈는 한참 잘 나가던 시절, '니콜 키드먼'은 '톰 크루즈'의 부인으로 더 유명하던 시절이지만, 두사람의 모습은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그러면서도 다소 예측가능한 그저그런 느낌의 영화보다 더 많은 기억이 남는 것은 톰 크루즈의 잘 생긴 얼굴보다는 '니콜 키드먼'의 모습이었다. 보잘것 없어보일만큼 깡마른 몸에 키만 껑충하게 크고, 붉은 빛의 머리색도 그녀의 에너지 감추지 못했다. 이후, '투다이포(2 die 4)'라는 영화를 통해 점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는 그녀는 '물랑 루즈', '디아더스', '디아워스', '도그빌'을 통해 빼곡히 자신만의 뚜렷한 필모그래피를 채워나간다.
그렇게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통해 가녀린 외모에 감춰진 강인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최근 들어서 좋은 작품, 그녀에게 딱 맞는 그런 작품을 찾지 못하고 있는 듯해 무척이나 아쉽지만, 얼마전 개봉했던 영화 '오스트레일리아'를 기점으로 해서 레드카펫보다 더욱 멋진 스크린 속 그녀의 모습을 만나길 기대해본다.
3. 휴 잭맨(Hugh Jackman)
- X-men의 히어로 휴 잭맨. 190cm에 육박하는 큰 키에 다부진 체격, 영국 신사를 연상케하는 귀족적인 외모까지... 휴 잭맨에는 할리우드 다른 배우들에게서 느끼기 힘든 '영국 신사'의 느낌이 많이 난다. 또한 지난해 '울버린 : 엑스맨의 탄생(Wolverine : The Origin of X-men)'의 홍보차 내한해서는 '다니엘 헤니'와 함께 다양한 홍보활동을 펼치며, 한국에 대한 우호적 감정을 갖고 있음을 드러내기도 하여 더 많은 한국인의 사랑을 받게 된 휴잭맨. (기사 참고 : http://economy.hankooki.com/lpage/entv/200905/e2009051511232694220.htm)
할리우드에는 울버린으로 대스타가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김PD가 가장 좋아하는 그의 모습은 영화 '케이트 앤 레오폴트(Kate & Leopold)'속 '휴 잭맨'의 모습이다. 영국을 대표하는 배우, 숀 코너리 같은 느낌이라고 하면 다소 과장된 표현일까.
앞으로 휴 잭맨의 더 많은 로맨스 영화에 출연하길 희망한다.
※ 러셀 크로우(Russell Crowe) : 뉴질랜드
- 할리우드의 악동, 러셀 크로우. 그를 처음 본 건, LA 컨피덴셜 속 터프 가이 버드 화이트였다. 90년대에 나온 정말 멋진 느와르영화였던 LA 컨피덴셜 속, 러셀 크로우와 가이 피어스는 정말 멋진 조합이었다. 무식할 정도로 우직한 러셀 크로우와 두뇌 회전이 빠른 가이 피어스는 외모와 성격이 딱 맞아떨어지는 훌륭한 캐스팅이었다. 이후, 러셀 크로우는 그가 맡아왔던 정의로우면서도 우직하고, 터프한 역할들을 맡아왔다. 그런 러셀 크로우에게 역시 가장 중요한 작품은 '글레디에이터'일텐데...
보리밭을 훑는 막시무스의 손은 그 어떤 얼굴 표정보다 많은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이었다. 강인한 로마의 장군이면서도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고 왕과 명예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진짜 남자의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도 언제나 사건 사고를 몰고다니는 트러블 메이커로 자리잡으면서 러셀 크로는 '연기는 잘 하지만 이미지는 좋지 않은 배우'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 떠오르는 그의 영화들이 강인한 남성상을 연기했던 영화들인데,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하는 '러셀 크로우' 주연 작품은 바로 'Insider(인사이더)'이다.
남성 세계를 세심한 터치로 그려내는 데 정평이 나있는 '마이클 만'감독(히트, 콜레트럴, 마이애미 바이스, 퍼블릭 에네미 연출) 의 영화인 '인사이더'에서 러셀 크로우는 담배회사의 비리를 밝히기 위해 노력하다 부당해고 당한 부사장 역할을 맡아 조용하지만 정의로운 인물을 그려낸다. '러셀 크로우'의 대부분 영화에서 보여지는 '강인한 남성성'을 기조로 한 캐릭터이기는 하나, 육체적인 강인함보다는 '정신적인 강인함'을 섬세하게 연기해낸다. 함께 연기한 대배우 '알파치노'의 연기가 아쉬움을 느껴지게 할 정도로 '러셀 크로우'의 연기는 압권이다. 비록 이때의 오스카 남우주연상은 LA confidentail에서 같이 연기한 '케빈 스페이시(Kevin Spacey)'에게 돌아갔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때 이후, '러셀 크로우'의 재발견이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 마치며...
'호주 출신' 배우들에게는 다듬어지지 않은 강렬함이 있다. 영국의 피가 흘러서 그런지 귀족적인 풍모도 흐른다. 그러다보니 정돈된 무언가보다 마주했을 때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이는 너무 큰 매력이다. 드넓은 호주의 땅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스크린 위에 연기로 풀어내는 호주출신 배우들의 더 큰 약진을 기대해본다. 아직도 다 헤아리지 못한 그 매력을 더 알아가는 것이 할리우드 스타들을 만나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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