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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스런 시선/Movie

[김PD 영화보기] 국가대표 : 영화 <국가대표>가 감동적인 세 가지 이유

20090731 / 국가대표 / 메가박스 삼성 / 22:10~24:30

영화 <국가대표>의 비슷한 구도를 가진 두 포스터 속 느낌은 판이하다. 

영화 국가대표의 흥행성공

스키점프 국가대표선수들의 현실을 반영한 지친 느낌의 포스터


좌측 포스터는 영화 <국가대표>의 박스오피스 현실을 반영한 화사한 느낌이라면...
우측 포스터의 지치고 힘든 배우들의 얼굴은 고난한 우리네 스키점프, 아니 비인기 종목 <국가대표> 선수들의 얼굴을 보는 듯하다.
혹은... 어느틈에 삶에 찌든 지친 표정을 짓고 있을 내 자화상같은 얼굴일 것 같기도 하다.

1. 첫번째 이유 : 어쩌면 샐러리맨들도 인생의 반전을 노리는 활주대에 오르고 싶다
영화 <국가대표> 속 네 주인공은 그 누구에게도 기대받은 적 없던 이들이다.
차헌태는 나은 부모에게 버려졌고, 방코치는 딸에게도 무시당하는 무력한 아버지이고, 칠구는 귀먹은 할머니와 모자란 동생를 데리고 팍팍한 현실을 지나가는 것조차 어렵다. 재복은 아버지의 꼭두각시같은 삶을 살 수밖에 없다. 흥철은 스스로가 저지른 사건으로 인해 동료들을 나락으로 몰았다는 자괴감에 더욱더 큰 패배의식 속에 사는 인물이다.

세상을 사는 이유는 누구에게나 있겠지만, 그 중 가장 큰 것은 '누군가에게 가치있는 사람이고 싶어서'일것이다. 한 여자에게 사랑받기 위해 연애하고 사랑하고 결혼하며, 나의 가치를 인정받고자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를 모두 감래해낸다. 그리고 내가 아직 살고 있는 건, 내가 내 스스로에게 더 많은 것을 보고 싶은 기대같은 게 있기 때문이다. 김PD도 마찬가지다. 사소한 것 하나에도 기대받는다는 건 행복한 것이고, 내가 존재하는 이유를 갖게 해주는 힘이 있다.  
그런 점에서 영화 <국가대표>는 살면서 '기대받은 적 없는' 사람들이 '기대받게 되었을 때'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며, 영화 속 대사처럼 '내 인생조차 대표할 수 없었던' 슬픈 인생들의 역전을 꿈꾸하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영화 <국가대표>속 주인공들은 국가라는 큰 조직과 수많은 국민들을 대표한다는 이름을 달게 된다. 하지만, 그 시작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이었으며 조력자들은 자신과 코치의 딸 이외에는 아무도 없고, 심지어는 그들의 첫걸음을 가족조차 기대하지 않는다. 
물먹은 솜뭉치마냥 힘겨운 그들의 첫걸음이 순탄할리 없다. 하지만 이미 '국가대표'라는 이름으로 기대받은 이들의 잠재된 능력은 예상치 못한 가뿐 시동을 걸었고, 결국은 그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희망을 보여줬고, 반전을 꾀할 수 있었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토요일이면 저녁 8시 전에 추첨식 즉석복권 5천원을 사는 것이 인생역전의 희망의 전부일지도 모르는 샐러리맨들에게, 영화<국가대표>들의 이야기는 전설같다.
조금씩 나이들어, 현실에 순응하고 있는 것처럼 나른해지는 오늘. 미래를 위한 동력보다는 현실을 유지하기 위한 지리한 고집만 남은 것이 아닌가 싶어 괴롭기도 하다. 그런 내게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활주대 위라도 파란불이 켜지면 뛰어야하는 것이 활주대 위 칠구의 모습은 눈물겹다. 그래 한땐 나도 그런 무모함과 용기가 있었다. 사회속에서 조로해가는 것같은 33세의 거울을 마주하는 건 괴로운 한편, 그들의 수만번의 점프와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현실에 지쳐 쓰러졌다가도 다시 일어나는 그들의 활주는 내 어깨를 토닥이며 다시 한번 점프대로 인도하는 힘을 가졌다.



영화 속 <국가대표>들은 결국 그들의 점프를 멋지게 성공시키고 영화<국가대표>를 통해 세상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리한 여름이 지나고 다시 겨울시즌이 될 때까지 그들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줄지는 모르지만, 그들에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다시 수백미터의 활주대 위로 오를 것이고 관심 유무와 상관없이 아름다운 활주만을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기보다는 나의 아름다운 활주만을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 <국가대표>는 반복된 삶에 지친 나를 일깨운다.

2. 두번째 이유 : 배우들의 고른 연기, 그중에서도 빛나는 김지석이라는 보물
영화 <국가대표>에서는 단 한 명의 연기도 버릴 것이 없다. <추격자>로 인정받은 하정우의 연기가 평범해보일 정도로, 기대치않은 배우들의 열연으로 영화 <국가대표>는 더 큰 설득력을 가진다. 

특히, 칠구와 봉구를 연기한 '김지석'과 '이재응'의 연기는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김지석은 잘 다듬어진 계산된 연기가 아닌 자유분방한 에너지를 영화 내내 가슴속 깊이 '억누르고 있다가'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서 그 힘을 폭발시킨다. 평소 눈여겨 보지 못한 그의 에너지와 연기에 가슴 속 깊이 뭉클함이 끌어올랐다.
영화에서 연기는 미덕이 아닌 필수조건이지만, 젊은 신인배우, 그것도 기대치 못한 배우들을 만나는 건 미덕이다.

영화 내내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던 '이재응'의 연기 역시 훌륭하다. <선생김봉두>, <사랑해 말순씨>, <효자동 이발사> 등에서 아역답지 않은 연기를 하던 이재응은 <국가대표>에서도 빛을 발한다. 김지석과 함께 영화의 클라이막스에서의 비현실적인 장면을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힘은 '이재응'의 눈빛과 연기 덕분이 아닌가 싶다.

또한, 브라운관에서 감초연기 훌륭했던 성동일은 감초연기를 캐릭터로 승화시키며 영화 전반에 힘을 실어준다. 스키의 스펠링도 모르고 왠지 사기꾼같아 보이는 행실을 하는 방코치를 믿게 하는데에는 코믹 캐릭터속 언뜻 불어놓은 진정성있는 성동일의 캐릭터 연기가 일조한다. 앞으로 그를 좋은 영화에서 많이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를 갖게 된다.('원스어폰어 타임'같은 영화가 아닌...)

3. 세번째 이유 : 할리우드 <스피드 레이서>의 레이싱신을 연상시키는 뛰어난 스키점프 특수효과
100m가 넘는 점프대를 활주하여, 130m를 넘게 활공하는 스키점프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역시 '스키점프' 장면이다.
스포츠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성공하기 힘든 이유는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승부의 짜릿한 드라마'를 오롯이 스크린으로 옮기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어려운 건 역동적인 스포츠 경기를 중계화면보다 더 역동적으로 보이게 찍어야한다는 점 때문이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스토리를 나름 감동적으로 만들었지만 스포츠영화로서는 다소 아쉬운 핸드볼 경기 장면을 연출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영화 <국가대표>는 다르다. 마치 할리우드 영화 <스피드 레이서>를 연상시키는 멋진 활주장면을 통해 100m가 넘는 활주를 직접하고 있는 착각이 들정도의 멋진 장면을 만들어낸다.

뿐만 아니라, 대략 비슷비슷한 앵글로 성의없어 보이게 만든 여타 <스포츠 영화>들과는 다르게,  제한적인 앵글을 만들어낼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5명의 국가대표 선수들의 활주를, 각기 다른 앵글로 찍어 감탄을 자아내게 만든다. 전면, 후면, 측면, 전면 하향, 스태디캠 등을 이용해 다양한 느낌을 이끌어낸 감독의 세심한 연출은 클라이막스를 더욱 훌륭하게 만들어낸다.

이 장면은 커다란 스크린에서 보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세심한 사운드와 함께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도 생각된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역동적으로 표현하여 정말 현장에 있는 느낌을 만들어낸다. 덕분에 메가박스 서태지 M관에서 보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

배우들의 세심한 연기와 훌륭한 스토리, 그리고 멋진 특수효과에, 은근 세심한 연출로 흥행감독의 반열에 오른 김용화 감독의 연출력까지 더해져, 
<국가대표>는 감히 2009년 최고의 영화로 손꼽아도 손색없을 영화가 되었다. 절대 극장에서 봐야할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