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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BlaBla/On Style 김PD

몸빼의 재발견 혹은 홈드레스의 화려한 외출, 예란지 컬렉션 @ 2011 S/S 서울패션위크

컬렉션 의상이라고 모두 다 잰 채하고, 삐까뻔쩍한 것만은 아닙니다.
어떤때는 노숙자들이 입고 있는 넝마주이처럼 보이는 옷들이 런웨이에 올라오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옷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조그만 천쪼가리들을 보고 옷이라 칭하기도 합니다.
컬렉션이을 통해 우리는 패션을 이해하는데 있어 중요한 건 옷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디자이너의 의도, 패션쇼의 일관성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지하게 됩니다.

예란지 디자이너의 컬렉션은 그런 디자이너의 의도와 일관된 주제의식을 통해 무척이나 컨셉추얼한 컬렉션이 되었습니다.
그 주제는 바로 지독한 복고, 홈웨어의 재발견,
그중에서도 뽀글이파마한 아줌마들이 입는 알록달록, 야들야들 천으로 된 몸빼바지의 재발견과 엄마의 홈드레스의 화려한 외출입니다.

독특한 단편영화로 시작한 예란지 컬렉션의 의상들을 보면 어떤 의미인지 한 눈에 이해할 수 있습니다.

더블브레스트 재킷과 매치한 저 와이드팬츠의 정체는 다름아닌 몸빼바지입니다.
빈티지 느낌이지만 아름다운 프린트는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세련된 컬러매치는 시골 할머니들의 몸빼 바지에 패셔너블함을 부가합니다.

모델 장수임이 입는 저 보라색 기계주름 원피스는 사이즈 피팅까지 하지 않고, 내추럴함을 살려 정말 엄마의 오래된 옷장에서 꺼낸 것같은 무드를 연출합니다.

다른 의상들에서도 일관된 70년대 복고 패턴 혹은 복고적 프린트, 복고적 라인의 의상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브라운 컬러의 남편의 빅 사이즈 재킷은 원피스로 재탄생한 느낌입니다.

화려한 소재의 핫팬츠와 카키레더와 하늘하늘한 소재의 골드 소매를 덧댄 재킷의 언밸런스는 기묘하지만 시선을 사로잡네요.

2010년 샤넬 오뜨꾸뛰르에도 진출한 강소영이 입은 저 점프수트는 마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커튼 의상의 오마쥬처럼 봄입니다.

정말 사운드 오브 뮤직의 그 커튼 패턴 느낌이 나지 않나요.

셔츠를 어깨뒤로 넘겨 복고적인 네크라인을 강조한 스타일링이 돋보입니다.

저 와인 컬러의 블라우스는 탐납니다.

소재의 변형을 통해 모던한 재해석을 펼친 의상도 선보입니다.

의상도 의상이지만 쇼 시작 전 방영된 영상물에서 보던 이번 컬렉션의 주요 모티브중 하나인 포도 모양 귀고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저런 셔츠... 입는 분 계실까요. 정말 독특하지만 너무 예쁘지 않나요.
예란지 컬렉션 보고 난 후 저는 어머니의 좀약냄새나는 장롱을 뒤지고 싶어졌답니다.

이번 2011 SS컬렉션에서 전 모델 장수임의 워킹에 완전 반했습니다. 어떤 런웨이에서도 우아하고 여유로운 보헤미안처럼 긴 스트라이드 내미는 그녀의 워킹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개성있는 워킹은 이런 것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같더라고요.

전혀 조직감이 다른 두 텍스쳐의 믹스도 이색적이고 기묘한 아름다움이 뿜어나는 의상 역시 눈길을 끕니다.

얼마전에 온스타일에서 방송한 <Follow me>에도 출연한 모델 '안나'가 패션쇼에 함께 했네요.
쇼에는 서지 않았지만 쇼 오프닝 무대에 상영된 영화에 출연한 그녀는 퍼스트로에서도 너무 환하게 자신의 아우라를 드러냅니다.

배우 조은지는 예란지 디자이너 스타일을 참 모던하게 잘 소화했네요. ^^

80년대를 연상시키는 어깨패드는 발맹의 파워숄더와는 전혀 다른 리얼 레트로를 보여줍니다.

독특한 프린트의 점프수트로 또 다른 맛을 주기도 합니다.

깊은 클리비지 라인과 깊게 파인 레그라인은 저 복고풍 아줌마 원피스에 '생생한 섹시함'을 덧입혔습니다. '생활 섹시'라 해야하나요.

촌스러운 헤어스타일과 의상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컬렉션 상에서는 꽤나 에지있는 의상으로 탈바꿈합니다.

요 점퍼 역시 쫌 예쁘죠?

밀리터리와 티셔츠의 조합은 컬렉션에서 일관되게 선보이던 '일상 패션'의 테마를 제대로 선보이는 도구네요.

급기야 트레이닝 복 소재까지 등장합니다. 스커트 타입으로 변형된 트레이닝복, 심지어는 트레이닝 복의 대표색상 그레이.

몇 가지 장식과 독특한 커팅으로 개성을 습득한 의상이 되었습니다.

러플과 글리터링한 소재감은 멋스럽습니다.

아... 저 왜 이렇게 저 점프수트들이 섹시한 걸까요... ^^;

이제 일상룩의 대명사인 오래된 워싱데님들이 컬렉션의 피날레를 향해 치닫습니다.

진주로 예쁜 디테일을 연출한 진 미니 원피스는 너무너무너무 예쁩니다.
워너비 아이템!!

원피스가 부담스럽다면 사파리타입의 데님 재킷도 강추. 다양한 사이즈의 진주 디테일이 있어 여성스러운 연출도 가능해보입니다.

피날레 무대는 반짝이는 핫팬츠에 카키 티셔츠를 입은 모델들이 행진합니다.

예란지디자이너 참 예쁘게 생기셨네요. ^^ 메인 모델은 영상 속에도 등장했던 다소 '몽골'느낌나는 모델이 함께 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이 컬렉션의 제목이 '칸트의 테이스트(Taste of Kant)였네요.
영상 속 소녀들이 만들어내는 건 기묘한 독립영화의 무드.

그리고 컬렉션 속에 드러나는 다양한 모티브들, 그리고 자신의 취향과 일상에 대한 소고들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영상 속에서 드러나는 독특한 취향의 표현들.

당나귀에 코끼리명패를 붙여놓고 이야기하는 건 취향의 강요인지 혹은 자학인지...

난 잘 모르겠지만...

이런 쇼를 볼 수 있었다는게 무척 기분 좋은 일이네요. 유쾌한 컬렉션.
선입견 편견을 깰 수 있는 그런 컬렉션 관람이었습니다.